풀체인지 이상의 진화, 2022 트라이엄프 타이거 1200 시리즈

조회수 2022. 4. 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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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체인지 이상의 진화


2022 TRIUMPH TIGER 1200 SERIES

지금까지 트라이엄프 타이거 1200에는 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트라이엄프 모델 중 가장 인기가 없는, 판매량 자체도 크지않았던 모델이니까. 하지만 이제 다시 봐야 할 것이다. 완전히 달라진, 그래서 더 새로운 어드벤처 바이크의 다크호스의 등장이다.



타이거 1200 시리즈가 풀 모델체인지를 통해 새롭게 돌아왔다. 월간 모터바이크에서는 포르투갈 남부의 휴양도시 알부페이라에서 열린 미디어 테스트에 참여해 신형 타이거 1200의 다양한 라인업과 함께 다양한 매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었다. 기존의 타이거 1200시리즈 중에서는 타이거 1200 XCA 모델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시리즈 중 오프로드에 가장 특화된 모델이었다. 듬직한 디자인에 주행 시 뛰어난 안정감과 넉넉한 출력, 매끄러운 엔진 필링, 편안한 포지션으로 투어러로써 훌륭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무게도 무겁고 무게중심이 높아 오프로드에서는 결코 만만한 바이크가 아니었고 당시의 경쟁모델들보다 확 끌리는 매력이나 모험을 자극하는 요소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잘 만들었지만, 재미는 없는’ 그런 바이크였다.

반면 타이거 800의 후속으로 싹 바뀌어 등장한 타이거 900시리즈를 탔을 때는 기존의 타이거 800은 물론 타이거 1200에서 아쉬워했던 ‘재미’면에서 감탄했다. 경량화를 통해 부담을 덜어낸 무게와 그로인해 다루기 쉬운 차체, 여기에 부등 간격으로 점화간격이 조정되며 더욱 강한 캐릭터성이 부여된 신형엔진까지. 이렇게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추가되면서 타이거 시리즈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타이거 900 랠리 프로는 오프로드 성능과 경쾌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고, 타이거 900 GT 프로는 다방면에서 완성도가 높고 와인딩에서 포텐셜이 폭발하는 바이크였다. 그래서 시승 내내 즐거웠던 기억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타이거 900의 출력은 다루기에 딱 좋은 수준이지만, 이미 오버리터 어드벤처 바이크를 경험해본 라이더라면 넘칠 정도로 넉넉한 토크와 출력이 주는 재미, 여유, 그리고 카리스마를 알고 있기에 타이거 900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배기량의 한계다. 그래서 이전 타이거 900시리즈를 경험해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1200시리즈에 똑같은 변화가 이뤄진다면 어떨까?’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신형 타이거 1200이 그 상상 속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심지어 예상을 뛰어넘은 부분까지 갖추고 말이다.

완전히 새로운

타이거 1200은 한눈에도 기존모델과 다르다. 타이거 시리즈 특유의 느낌은 살짝 남아 있지만 차체의 비례부터 달라진 탓에 한눈에 신 모델임을 느낄 수 있다.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타이거 900과 비슷하다. 두 모델 모두 ‘로돌프 프라스콜리(Rodolfo Frascoli)’가 디자인했다. 그는 랠리 참가를 위해 만들어진 타이거 ‘트라몬타나(Tramontana)’ 콘셉트를 디자인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타이거 900과 이번 타이거 1200을 만들었으니 닮은게 당연하다.

차체 위쪽의 무게감은 덜어내고 아래쪽에 무게를 집중시키는 것은 시각적으로도, 실제로도 그렇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더 날렵해졌지만 자세가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게는 전체적으로 구형대비 약 25kg을 줄였다. 이 모델이 가벼워진 것도 맞고 전작이 너무 무거웠던 것도 맞다. 무게차이의 대비가 큰 만큼 차이도 크다. 묵직하고 주행 안정성이 좋은 투어링 어드벤처에서 이제 경쾌한 스포츠 어드벤처로 차량의 성격이 완전히 변했다. 차체 구성 중 독특한 점을 하나 더 꼽자면 라디에이터를 완전히 좌우 측면으로 옮긴 것이다. 연료탱크 둘레가 큼직해지며 차체의 존재감도 더하고 뜨거운 바람을 몸 쪽이 아닌 측면으로 빼내 훨씬 쾌적하게 달릴 수 있다. 그리고 라디에이터 공간만큼 엔진 위치를 앞으로 옮길 수 있다. 덕분에 무게배분에 있어 훨씬 유리해지고 스윙암 길이를 늘이면서도 휠베이스는 짧게 유지할 수 있다. 덕분에 타이거 900과 스펙상 휠베이스 차이는 4mm에 불과하다.

T-플레인 크랭크 엔진

기존의 트라이엄프가 사용하던 3기통 엔진은 크랭크가 120도로 배치되어 각 실린더가 240도 간격을 두고 일정하게 터지는 등간격 연소를 한다. 덕분에 3기통이지만 마치 4기통처럼 부드러운 회전감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T플레인 엔진은 T자 형태로 배치된 크랭크가 1회전에 두 개의 실린더가 먼저 터지고 2회전 중간에 나머지 한번이 터지는 엇박으로 연소 간격이 설정된다. 당연히 이 때문에 진동도 커지고 회전 질감도 거칠어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엔진의 사운드에 걸걸함이 더해지며 캐릭터성이 살아나고 타이어를 노면에 비빌 때 트랙션 감각도 더 또렷해지는 것이다. 타이거 900에서 처음 적용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이번 타이거 1200에도 동일한 T플레인 크랭크가 적용되었다. 하지만 배기량이 높아지며 효과는 더욱 극적이다. 아이들링에서 스로틀만 열어봐도 와일드하고 독특한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얼마 전 테스트를 진행한 스피드트리플1200RR과는 회전질감부터 너무 다르다. 1160cc배기량에 출력은 기존 모델 대비 9마력 상승한 150마력에 최대 토크는 8Nm 끌어올린 130Nm가 되었다. 모든 회전영역에서 고르게 토크가 터져 나오는 느낌이 좋다. 타이거 900과의 퍼포먼스 차이를 보면 출력과 토크는 약 1.5배가 늘었는데 무게는 겨우 10%증가 되었다. 덕분에 퍼포먼스 차이가 몸으로 와 닿는다.

트라이-링크 스윙암

타이거 1200은 샤프트드라이브 방식에 유리한 세로배치형 엔진이 아니기 때문에 동력의 방향을 두 번 꺾어야 한다. 그럼에도 굳이 샤프트드라이브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BMW GS를 겨냥한 탓이다. 동력손실이 적은 일반적인 체인방식을 썼다면 더 화끈한 성능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내구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의 샤프트 드라이브가 유리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트라이엄프는 트라이 링크라는 새로운 스윙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의 샤프트 드라이브는 한쪽으로만 바퀴를 잡아주는 싱글사이드 방식으로 제작되어 강성확보를 위해서는 두꺼워지고 이로 인해 무게가 비약적으로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더블 스윙암 방식으로 변경해 강성은 높이면서도 1.5kg 가볍게 만들었다고 한다. 트라이링크는 3개의 연결점으로 구성된 스윙암 디자인에서 따온 이름이다. 체인이 없는 샤프트 방식은 구조상 가속할 때 지나치게 뒤쪽이 떠오르는 안티 스쿼트 효과가 세다. 트라이 링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로 BMW의 패러레버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네 가지 맛 타이거

어드벤처 바이크를 사용하는 방법은 라이더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가방 세트를 모두 장착하고 장거리 투어러로 쓰고, 혹자는 오프로드에서 마치 엔듀로 바이크처럼, 누군가는 고불거리는 산길만 찾아다니고, 또 다른 이는 유라시아 횡단을 꿈꾸며 출퇴근에 사용한다. 모든 취향의 라이더를 한 대의 바이크로 완벽하게 만족시켜 줄 수는 없다. 그래서 타이거 1200은 네 가지 타입으로 나뉘어 출시했다.(사실은 다섯 모델이지만 기본모델인 GT는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으며 미디어테스트에도 빠졌다) 온로드 중심의 ‘GT 프로’와 ‘GT 익스플로러’, 오프로드에 집중한 ‘랠리 프로’와 ‘랠리 익스플로러’로 나뉜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뭐 그런 느낌이랄까? 이 네 가지 모델 중 랠리 프로는 오프로드 코스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나머지 세모델은 포르투갈 남부의 산길을 달리며 온로드 성능 위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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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어드벤처 바이크

TIGER 1200 GT PRO

타이거 1200 시리즈의 가장 기본이 되는 타이거 1200 GT에 프리미엄 사양이 더해진 것이 GT PRO다. 첫인상은 날렵한 DRL이 더해진 멋스러운 헤드라이트에 입체적이면서도 넓은 비크까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얼굴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 너무 넓어보였던 비크도 실물의 입체감이 더해지니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탄탄한 디자인이 호감을 준다.

오버리터 어드벤처 바이크의 경험이 많은 라이더라면 타이거 1200에 시트는 앉자마자 놀라게 될 것이다. 겉으로 보던 것보다 시트에 앉은 상태에서 느껴지는 사이즈가 한참은 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큼직한 계기반이나 품질 좋은 부품들이 나름 클래스를 어필하고 있지만 라이더가 느끼는 차량의 부담감은 실제보다 작게 느껴져 미들클래스 정도다. 시트 앞쪽의 폭을 좁게 만들어 발 착지성도 좋고 차량을 더 작게 느끼게 만든다. 다만 엔진이 앞으로 옮겨지며 왼쪽 샤프트 시작점이 풋페그 안쪽으로 들어왔는데 그 때문에 발 둘레가 조금 뚱뚱하게 느껴진다.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달리기 시작하니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독특한 휠 구성

GT모델은 타이거900과 마찬가지로 19인치 프런트 휠을 채택한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리어가 18인치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듀얼퍼퍼스들이 19-17 조합을 사용하기에 19-18인치는 상당히 낯선 조합이다. 19-17사이즈가 타이어 선택의 폭이 가장 넓고 온로드 위주의 타이어는 대부분 18인치 리어타이어 사이즈를 지원하지 않는데 왜 굳이 이런 조합을 사용했을까? 이게 이번 미디어 테스트에서 신형1200GT시리즈에 가장 궁금했던 점이었다. 타이거 1200의 설계를 담당한 섀시 엔지니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다양한 사이즈의 타이어를 테스트해보았고 이 조합이 타이거1200에 가장 잘 맞아서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리어가 1인치 작은 휠을 사용하지만 타이어가 두껍기 때문에 측면에서 보면 전륜과 후륜의 외경 크기가 거의같아 보이는데 이러한 스타일도 18인치 휠을 선택한 이유라고 한다. 직접 타보면 그 장점을 알 것이라는 자신만만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실제 주행테스트에서 걱정했던, 아니 의문을 품었던 핸들링이 이내 놀라움으로 바뀐다. 무게중심이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절묘한 밸런스로 부드럽게 선회를 시작하지만 만약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싶다면 원하는 각으로 기울이는 데까지 마음먹은대로 바로바로 가져갈 수 있다. 뒷바퀴의 안정감이 꽤 좋아서 코너의 탈출구에서 스로틀을 여는게 부담스럽지 않다. 바이크를 세우며 스로틀을 끝가지 비틀면 호쾌한 탈출 가속은 슈퍼바이크 못지 않다. 넓은 영역에 퍼져있는 토크 덕분에 고갯길에서는 3단으로 달리면 변속도 필요 없을 정도로 만능이었다. 기본으로 장착된 타이어는 메텔러 투어런스로 예열도 빠르고 그립도 훌륭하다. 엔진을 고회전으로 돌리고 퀵시프트를 차올리며 몰아붙이면 무서우리만큼 빠르게 가속한다. 프런트가 슬쩍슬쩍 떠오르며 스티어링에 무게감이 사라지면 윌리컨트롤이 개입하며 힘을 빼긴 하지만 가속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가속을 할 때 차체의 피칭이 심하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잘 조율된 안티스쿼트와 전자식 서스펜션 덕분이다. 밀리세컨드 단위로 작동되는 세미액티브 서스펜션은 제동 시 노즈다운은 자연스럽게 남겨두었지만 과도하게 주저앉지 않는다. 덕분에 코너가 연속되는 와인딩로드에서 듀얼퍼퍼스가 아닌 일반적인 스포츠 네이키드 바이크를 타는 것처럼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다만 200mm 서스펜션 작동 폭이 그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요철의 자잘하고 큰 충격들을 모두 걸러주고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브레이크는 이 클래스에서 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었다. 마구라 래디얼 마스터실린더에 브렘보 스티레마 캘리퍼를 조합했는데 고가의 부품뿐만 아니라 이 둘의 궁합과 훌륭한 세팅이 돋보인다. 제동력은 레버를 당기는 만큼 정확하게 디스크를 물고 원하는 만큼 제동력을 발생시킨다. 제동력은 레버를 누르는 만큼 선형적으로 증가해 원하는 만큼 프런트휠에 무게를 싣고 원하는 곳에서 세울 수 있게 만들어준다. 브레이크 전체에 쓸데없는 유격 없이 조여진 느낌이다. 게다가 GT 프로는 시리즈 중 가장 간결한 구성 덕분에 무게도 가벼워 브레이킹 퍼포먼스를 더욱 강력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밖에서 들을 때는 꽤나 박력 있던 사운드가 시트 위에 앉아 운전자 입장으로 들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다. 몸으로 체감하는 성능을 귀가 따라오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특히 고회전에서의 짜릿한 고음이 바람소리에 묻히는 건 아무래도 섭섭했다.

고속 주행으로 갈수록 배기량의 여유는 도드라진 장점을 만든다. 어느 속도에서든 출력은 여유가 넘친다. 시속 130km/h로 순항하면 차체의 공력특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기존의 전동식 윈드쉴드 대신 손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수동조절식 윈드쉴드로 변경되었다. 별다른 조작 없이 손으로 순식간에 접고 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공기저항이 센 오프로드 헬멧을 쓰고 달렸지만 쉴드를 올리고 상체를 살짝만 웅크려도 헬멧에 저항이 사라져서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탄탄하게 엉덩이를 받쳐주지만 장시간 주행에도 아프지 않은 시트도 만족스러웠고, 적당히 바람을 느끼면서도 상체는 편안하게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성도 훌륭했다. 전반적으로 타이거 1200의 스포츠 투어링 성향을 크게 진화시켰다.

타이거 1200의 정수

TIGER 1200 RALLY PRO

미디어 테스트가 진행되며 만난 모터 저널리스트들에게 “4개의 모델 중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딱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타이거 1200 랠리프로를 베스트로 꼽았다. 유일하게 GT 프로를 선택한 한명은 체구가 작은 여성이었으니 신체가 허락하는 한 모두가 랠리 프로를 원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시장의 수요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테스트라이더들 대부분 최소 10년 이상의 라이딩 경력과 오프로드를 즐기는 라이더였으며 일부는 엔듀로, 혹은 모토크로스 선수 출신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성향의 라이더라면 고민의 여지가 없이 랠리 프로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로 몰표가 나왔다는 것은 랠리 프로가 확실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랠리 프로는 타이거 1200 시리즈의 정수가 담겨있는 모델이다. 실루엣부터 카키와 화이트조합의 컬러까지 현행타이거 시리즈의 원류가 되고 있는 트라몬타나 콘셉트를 그대로 옮겨온 디자인이다. 서있는 모습에서 차체와 휠,그리고 기다란 서스펜션까지 가장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21인치 휠의 큼직한 사이즈가 만드는 존재감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리어에 17인치휠을 사용하던 타이거 900과 달리 좀 더 본격적인 18인치 리어휠을 기본으로 장착한다.

전방의 코스에 시선을 두고 스탠딩으로 달리고 있으면 타이거 900인지 1200인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핸들바 위치가 몸에 살짝 가까워지며 스탠딩 포지션이 오히려 더 편해졌다. 타이거 900 랠리 프로를 탔을 때 만족했던 점들은 그대로 이어지고 출력과 토크, 서스펜션의 반응 그리고 안정감까지 모든 면에서 타이거 900을 압도한다. 시트에 앉으면 핸들바가 GT보다 높게 느껴지는데 이는 차체의 앞쪽이 전체적으로 들려있기 때문이다.

프레임 구조에도 중요한 변화가 있다. 기존의 타이거1200은 서브프레임과 메인프레임이 한덩어리로 구성되어 오프로드에서 서브 프레임이 파손될 경우 메인프레임을 교체해야 하는(국내법은 차대 교체가 불가능하다) 단점이 있었는데 신형은 서브프레임이 볼트 부착 방식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서브프레임이 부서질 정도의 사고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세세한 차이들을 보면 타이거 1200이 오프로드를 제대로 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오프로드를 위한 T플레인 엔진

T플레인 엔진은 부등간격 점화로 2기통에 가까운 트랙션 성능을 만들어준다. 온로드에서도 장점이 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아주 큰 장점이다. 타이거 900에서도 동일한 T 플레인의 장점을 경험했지만 1200은 또 달랐다. 회전수가 높아지면 아무리 T플레인이라고 해도 접지감이 희박해지는데 1200 엔진은 저회전 토크가 압도적으로 높아서 같은 속도라면 회전수를 낮게 쓸 수 있어 흙길에서 접지감을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풍부한 토크 덕분에 변속을 자주 해줄 필요가 없다는 점도 주행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

쇼와 세미-액티브 서스펜션

모든 타이거 1200시리즈는 차량의 움직임과 스로틀 조작,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감지해 최적의 댐핑을 조절하는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이 적용되었다. 이게 과연 오프로드에서 어떻게 충격을 처리할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우선 스카이훅 효과라고해서 차체는 공중에 매달려있는 것처럼 요동치지 않고 서스펜션만 열심히 움직이며 달리게 해주는 능동형 서스펜션의 장점은 잘 살아있고 여기에 고속주행을 하다가 요철을 만나도 쉽사리 한계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게 220mm의 작동범위를 가진 서스펜션의 움직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평소에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지만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순식간에 댐핑을 조여 작동범위 내에서 충격을 소화한다. 특히 21인치 휠과의 궁합은 예상보다 좋았다. 고속 주행 중 깊은 물골을 마주했을 때 곧 닥쳐올 충격을 이 악물고 대비했지만 막상 구렁이 담 넘듯 부드럽게 훌렁 지나가는 바람에 혼자 민망하고 감탄했을 정도다. 만약 점프를 하게 되면 착지 전에 댐핑을 조절해 충격을 흘려보내는 등 똑똑한 서스펜션이다. 지금까지 세미액티브 서스펜션이 장착된 차량을 많이 테스트해보았지만 타이거 1200에서 그 효과를 제일 크게 느낀 테스트였다.

시원스레 달릴 수 있는 임도코스 뿐만 아니라 고불고불 이어지는 좁은 싱글길도 달렸다. 방향전환이 수월하고 스티어링 각도도 충분해서 좁은 코너에서 방향전환도 쉽다. 그리고 신기할 정도로 체력소모가 적었다. 오프로드에서는 평범히 달리다가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생길 때마다 체력을 빼앗기기 마련인데 랠리 프로를 타는 동안에는 그러한 움직임이 현저히 적었다. 오프로트 테스트를 위해 장착한 아나키 와일드의 든든한 그립도 한몫을 했다. 덕분에 테스트 중 넘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 약간의 위기조차 없었다. 전체적인 코스의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않았지만 비가 온 직후라 진흙이 많아 미끄럽고 주행 속도도 전반적으로 빨랐기 때문에 결코 편하게 탈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쉼 없이 달린 오프로드 세션이 끝났을 때 모두가 “벌써 끝났어?”라고 아쉬워할 정도였다.

활동영역을 넓히다

TIGER 1200 GT EXPLORER

타이거 1200 GT 프로가 콤팩트한 사이즈로 부담을 덜어낸 점은 확실히 라이더에게 큰 장점이 된다. 하지만 바이크의 선호도에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존재감’에 무게를 두고 있는 라이더라면 작고 부담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아쉬움이 될 것이다. 타이거 1200시리즈에 익스플로러 모델이 추가된 것은 바로 그 ‘존재감’의 강화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이전 타이거 1200에 비해 작아진 존재감을 보충하는데 거대한 30리터 연료탱크의 역할이 크다. 단순히 사이즈만 키운 것이 아니라 엔진가드를 더하고 전후 열선시트를 기본으로 탑재했으며 후방의 사각에서 차량이 접근하는 것을 감지하고 미러에 달린 램프를 통해 경고해주는 사각지대경고와 TPMS 등 편의장비가 추가되어 더욱 안전한 여행을 돕는다.

시트높이는 GT 프로와 동일하다. 로우시트가 옵션으로 존재하지만 시트포지션을 낮추면 850mm로 낮아지는데다가 차체의 밸런스가 좋아 평균 신장의 라이더라면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높이다. 시트에 앉으면 예상외로 GT 프로와 비교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큼직한 탱크가 시야를 꽉 채우는 것 정도가 차이점일 뿐 막상 달리는 동안은 GT와 GT 익스플로러를 잘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다. 왜 이 바이크는 이렇게 가볍게 움직이는 걸까? 타다보면 큰 덩치를 자꾸만 잊게 만든다.

사실 두 모델은 무게차이가 10kg에 불과하다. 연료탱크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탱크는 30리터치고 너무 가벼워서 깜짝 놀랄 수준이다. 게다가 GT 프로에 비해 프런트에 무게가 더해지는 점은 전혀 단점은 아니었다. 가속할 때 스로틀을 더 자신감 있게 열 수 있게 하고 선회 중에도 프런트휠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코너를 돌 때는 풀뱅킹으로 풋패그가 노면을 가르는 소리가 나도 불안한 느낌이 전혀 없다. 차체가 무거워지면 가속 성능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프런트에 무게가 집중되니 윌리로 낭비되는 에너지가 덜해서 더욱 호쾌한 가속이 가능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투어링 케이스가 장착된 옵션사양 차량은 테스트해보지 못했지만 백을 장착했을 때의 무게배분도 익스플로러 쪽이 훨씬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각감지 기능은 익스플로러 모델에만 있는 장점이다. 테스트 그룹이 가깝게 열을 지어 달렸기 때문에 종종 사각에 있는 라이더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바로바로 레이더가 인식해 미러 옆에 붙은 램프를 통해 안전을 경고한다. 이륜차의 경우 사각지대 미확인으로 인한 사고는 고속 전도로 이어질 수 있어서 특히 위험하다. 차체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어색하게 달려있는 레이더 때문에 뒤태가 못생겨지는 단점이 있지만 안전에는 참 유용한 기능이다.

하이클래스를 경험하다

전체적인 면에서 GT 프로의 장점은 모두 수용하면서도 모든 면에서 조금씩 앞서있는 느낌이다. 외형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의 차이도 커서 이정도면 가격이 GT와의 유일한 트레이드오프가 아닐까 싶다. 트로피가 단종된 이후 현재 트라이엄프에 라인업에는 장거링 투어링 모델이 없는데 GT 익스플로러는 그 빈자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진정한 의미의 월드 투어러

TIGER 1200 RALLY EXPLORER

랠리 익스플러로는 30리터 연료탱크를 갖추고 21-18인치 휠 조합을 가진 유일한 모델이다. 보조 연료탱크 없이 한번 주유로 600km이상을 달릴 수 있다. 커진 연료탱크와 여러 가지 장비의 기본 탑재로 무게가 꽤 늘었지만 종래의 타이거 1200XCA보다 훨씬 가볍다. 랠리 프로와의 무게차이는 약12kg라고 한다. GT익스플로러에 비교하면 6kg이 더 무겁다. 연료탱크를 보호하는 상단가드와 오프로드를 대비한 스키드플레이트 등 구성요소가 추가된 탓이다. 여기에 추가되는 10리터의 연료무게가 약 7kg쯤 된다. 이정도면 확실히 묵직하게 느껴질 정도의 차이지만 랠리 프로로 갈 수 있는 곳을 랠리 익스플로러는 못가는 수준의 극단적인 차이는 아니다. 주행모드도 랠리 프로와 동일하게 오프로드 프로를 지원하는 것부터 오프로드를 지향하고 있는 성격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좌우로만 부풀어 오른 디자인이라 측면에서는 크게 볼륨감의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정면에서 보면 존재감이 엄청나다. 거대한 덩치에 긴 다리, 마치 잘빠진 명마 한 마리가 서있는 위압감이다. 하지만 시트 위에 앉으면 놀라울 정도로 존재감이 사라진다. 물론 지면에 발이 잘 닿는 신장일 때의 이야기다. 시트고를 낮은 포지션에 두어도 875mm의 높은 시트고를 자랑한다. 큼직한 연료탱크 덕분에 하체로 오는 주행풍이 덜하다는 점 말고는 추가적인 방풍을 위한 윈드쉴드는 없다. 이것이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너무 거대한 윈드쉴드는 오히려 불편하기 때문에 이 설정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도로에서는 GT 익스플로러 보다는 상대적인 불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차체가 높다보니 어지간해서는 뱅킹센서가 닿지 않는데 그렇다고 풀뱅킹으로 돌아가기에는 21인치 프런트 휠은 심리적으로 안심감이 떨어진다. 게다가 GT 익스플로러와 달리 무게중심이 확실히 높아져서 살짝 쏟아지는 느낌으로 기운다. 하지만 성큼성큼 기울어지며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은 날을 세운 장검으로 크게 휘둘러 베듯 호쾌한 느낌을 준다. GT에 비해 랠리 시리즈는 앞쪽이 살짝 들려있는 느낌인데 그래서 뒷바퀴가 전체적인 컨트롤의 중심이 되는 느낌이 강하다.

애초에 콘셉트가 오프로드에 기울어 있긴 하지만, GT익스플로러에 있는 모든 편의장비를 똑같이 갖추고 있다. 그래서 랠리 프로의 완성형처럼 느껴진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랠리 익스플로러를 오프로드에서 테스트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온로드에서 이 정도 밸런스를 보여준다면 오프로드에서도 랠리 프로 못지않게 달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굳이 이 거대한 녀석으로 오프로드를 탈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애초에 어드벤처로 오프로드 타는 것은 엔듀로 바이크보다 더 무겁고 거대한 바이크로 탈 때의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타이거 익스플로러가 오프로드까지 잘 달려주는 바이크라면 존재감은 제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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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트라이엄프는 타이거1200을 개발하며 노골적으로 BMW R 1250 GS 시리즈를 경쟁자로 지목하고 있다. GS보다 14마력 더 강력한 엔진에 17kg 더 가벼운 무게를 내세울 정도였다. 클래스를 리드하는 모델을 철저하게 분석해 작은 부분 하나까지 더 낫게 만들겠다는 ‘타도GS’ 의지가 차량의 모든 부분에서 절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며 그들의 의지를 완성시켰다. 트라이엄프가 4가지 모델을 준비하며 다양한 취향의 라이더에게 맞춤형 모델을 제공하겠다는 계획 덕분에 선택의 고민은 더 심해졌다.(웃음) 랠리 프로를 선택하자니 랠리 익스플로러의 존재감이 아쉽게 만들고 30리터 모델이면 오프로드보단 온로드서 훨씬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GT익스플로러가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보면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성능에서는 가장 뛰어난 GT 프로도 좋은 선택이다. 경쟁자를 넘어서려는 트라이엄프의 노력은 예상보다 근사한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지금까지의 타이거 1200은 완전히 잊어도 좋다. 이 네 대 중에 무엇이 나와 맞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니까.





TIGER 1200 GT Pro / GT Explore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3기통 4밸브 보어×스트로크 90.0 × 60.7(mm) 배기량 1160cc 압축비 13.2 : 1 최고출력 150hp / 9,000rpm 최대토크 130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3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세미액티브 텔레스코픽 도립 (R)세미액티브 싱글쇽 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9 (R)150/70 R18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82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45(2,256)×849×1,436 휠베이스 1,560mm 시트높이 850-870mm 차량중량 245kg(255kg) 판매가격 가격미정 ( ) GT 익스플로러

TIGER 1200 Rally Pro / Rally Explore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3기통 4밸브 보어×스트로크 90.0 × 60.7(mm) 배기량 1160cc 압축비 13.2 : 1 최고출력 150hp / 9,000rpm 최대토크 130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3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세미액티브 텔레스코픽 도립 (R)세미액티브 싱글쇽 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R18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82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45(2,256)×849×1,436 휠베이스 1,560mm 시트높이 875-895mm 차량중량 249kg(261kg) 판매가격 가격미정 ( )는 랠리 익스플로러






양현용 사진 Kingdom Creative 취재협조 트라이엄프 코리아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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