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8번째 히어로, 폭스바겐 골프

조회수 2022. 3.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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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8번째 히어로


Volkswagen Golf


8세대 골프는 분명 골프 시리즈이면서도 이전과 결이 다르다.



폭스바겐 골프는 자동차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차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것은 아니다. 과거의 영광이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골프 같은 전통적인 소형 해치백은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다. 불과 10년과 비교하면 시장엔 경쟁력 있는 소형차가 셀 수 없이 많다. 소형 SUV라는 장르가 등장한 후 해치백 시장의 점유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생태계 전체의 패러다임이 순수 전기차로 방향을 바꾼 것도 문제다.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 소형 해치백만큼 경쟁력 있는 순수 전기차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 설상가상 현대-기아차 같은 국산 대중차 브랜드 제품도 고급스럽고 완성도 측면에서 뛰어나다. 과거 독일차 만큼이나 뛰어난 섀시 세팅에 최첨단 전자제어 장비를 얹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해치백의 대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 적어도 한국 시장에선 더 이상 골프가 예전만큼 돋보이진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골프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그만큼 바뀌었다.

골프라는 묵직한 한방


“역시, 골프구나!” 8세대로 진화한 신형 골프를 시승하면서 앞서 말한 내 예상이 일부 틀렸다는 걸 알았다. 폭스바겐 엔지니어가 신형을 개발하며 밤낮으로 고민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보였다. 8세대 골프의 가치는 안팎으로 완전히 새롭다는 데 있다. 크기는 이전모델보다 길고, 높다. 반면 휠베이스는 미세하게 줄었다. 신형의 기본 디자인은 C 필러를 강조한 오리지널 모델에서 가져왔다. 거기에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라인과 뚜렷한 비율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앞모습은 차분하다.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와 양쪽 헤드라이트를 잇는 라디에이터 그릴 라이팅 디자인으로 미래지향적인 모습이다. 이름부터 복잡한 헤드라이트는 실제로도 복잡한 기술이다. 좌우 헤드라이트 매트릭스 모듈에 배치된 44개의 LED가 전방 카메라, 스티어링휠 조향 각도, GPS 정보와 주행 속도를 종합해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빛으로 최대한 넓은 범위에 비춰준다. 쉽게 말해 야간 운전시 시야를 이전보다 더 많이 확보한다. 보닛은 낮게 깔리면서도 세로로 두 줄 에지 라인을 넣어 날렵하다. 측면 캐릭터 라인은 유행과 상관없다는 듯 담백하게 디자인했다. 두꺼운 C 필러와 A 필러부터 이어진 루프라인이 강하고 스포티한 모습을 부각한다. 17인치 휠은 바람개비 모양으로 휠 하우스를 꽉 채운다. 반대로 후면부는 심심할 만큼 모던한 이미지로 마무리한다. 대신 그래서 장점은 이전보다 고급스럽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골프의 이런 새로운 디자인 감각은 실내에서 정점에 이른다. 대시보드에 버튼이나 다이얼 같은 물리적인 컨트롤러가 대폭 줄었다.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미니멀리즘을 연구한 결과로 보인다. 세부 기능 제어는 센터패시아를 꽉 채운 10인치 모니터 안에서 이뤄진다. 자주 쓰는 오디오와 에어컨, 시트 조작도 디지털로 통합해버렸다. 폭스바겐은 이걸 ‘MIB3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이라고 한다. 터치 방식으로 제어되는 홈스크린 2.0을 포함해서 완전히 바뀐 유저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같은 디지털 경험을 선사한다. 메인 화면에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뿐 아니라 스마트폰 무선 충전도 지원한다. 30가지 색상이 내장된 앰비언트 라이트로 실내 분위기도 쉽게 바꾼다. 오디오 볼륨 및 실내 온도 조절처럼 일부 기능은 터치스크린 하단의 슬라이더 인터페이스를 두드리거나 좌우로 밀면 된다. 이런 기능을 모두 텍스트로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꽤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안마기능이 들어간 앞좌석(프레스티지 옵션)과 스티어링 휠 왼쪽 뒤에 모아둔 조명 제어 패널 디자인은 새로운 기능이 아니지만, 새롭다. 사실 그보다 놀라운 건 디지털 콕핏 프로와 전자식 기어 셀렉트다. 10.25인치 고해상도 디지털 계기반인 디지털 콕핏프로는 각종 주행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디자인은 클래식, 주행보조, 최소화등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앰비언트 라이트와 함께 색이 변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실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전자식 기어 셀렉트 레버는 대시보드하단에 엄지 손가락만 한 크기로 튀어나와 있다. 물리적으로 기어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버튼을 위아래로 밀 때 특별한 저항감은 없다. 위에서부터 R-N-D로 구동계를 조작하고, D에서 한 번 더 아래로 내리면 스포츠 변속, 파킹(P)은 가장 위에 버튼 타입으로 제공한다. 가장 최상위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골프 최초로 윈드실드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달린다. 뒷자리 공간이나 트렁크 공간은 이전 모델과 딱히 다르지 않다. 대신 시트는 가운데 스웨이드 같은 재질을 사용해 주행 시 몸을 잘 지지해준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 이전보다 낮아진 디자인 때문인지 몰라도 실내에서 느끼는 개방감은 이전보다 더 좋다.

2.0 디젤의 매끄러운 주행 감각


골프는 시리즈마다 특유의 주행 감각이 있다. 스티어링 휠회전 감각은 가벼운 데 차체는 흔들거리지 않으며 고속 주행에서 절도가 있다. 서스펜션이 물렁물렁한 구간이 없기때문에 일부 노면에선 통통 튀지만, 그만큼 안정적으로 노면을 잡는다. 이게 5~7세대 골프에서 느끼는 주행 이미지다. 반면 8세대 모델은 좀 다르다. 첫 인상은 훨씬 편하고 안락하다. 출발 직후 저속 주행에선 차체가 고급 세단처럼 부드럽고, 가볍다. 서스펜션은 나긋나긋하고 변속기나 엔진의 신경질적인 반응도 찾아보기 힘들다.

신형은 최신 버전의 MQB 플랫폼이 사용된다. 7세대와 플랫폼과 다른 점은 무게를 40kg 정도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차체 비틀림 강성은 개선됐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고려한 설계이지만 애초 순수 전기차로 전환은 배제한 상황이라 설계에 한결 집중할 수 있었다. 어쨌든, 편안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감각은 단단한 섀시 설계와 대응 폭이 넓은 서스펜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한국에 출시한 골프는 2.0 TDI 트림이다. 그리고 2분기부터 고성능 GTI를 더해 라인업을 확장해간다. 2.0 TDI는 트윈도징 테크놀로지가 장착된 EA288 evo 유닛을 쓴다. 두 개의 SCR 촉매 변환기를 이용해 전 세대 엔진 대비 질소산화물(NOx)을 약 80%까지 저감시킬 수 있다. 이 부분을 강조하는 건 ‘그 사건’이후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쨌든. 새로운 2.0 TDI는 엔진 회전수의 거의 모든 부분을 알차게 활용한다. 1,600~2,750rpm의 저속 실용 영역에서 최대토크 36.7kg·m를 유지한다. 그리고 엔진 회전수가 3,000~4,200rpm 구간에선 최고출력 150마력을 발휘한다.

엔진의 감각은 어느 한 구간에 쏠려있지 않고 저속부터 최대 회전까지 일정하다. 가속 페달을 갑자기 밟았을 때 분명하게 반응 지연 시간(터보 렉)이 있지만,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답답한 구간을 거의 만날 수 없다. 파워트레인이 흥미로운 것은 무엇보다 NVH 억제 능력에 있다. 디젤 엔진 특유의 달달거림이나 불쾌한 진동이 거의 없다. 변속기와 연결된 순간에 마치 가솔린 엔진처럼 부드럽게 반응하고, 엔진 회전도 매끄럽게 반응한다. 물론 여기엔 똑똑한 제어 능력을 가진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DSG)가 한 몫을 한다. 변속기의 반응은 엔진과 하나처럼 느껴질 만큼 민첩하고 절도 있다. 폭스바겐 DSG는 이미 여러 골프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건 8세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젤 파워트레인에서 두 요소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연효 효율성으로 이어진다. 신형 2.0 TDI의 복합연비는 무려 리터당 17.8km이다.

달리기 성능은 대략 이렇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이 8.4초. 최고속도는 223km/h 수준이다. 수치만으론 아드레날린을 만들기에 부족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타고 느낀 것은 좀 다르다. 골프는 어떤 상황에서도 물리적인 낭비를 허락하지 않았다. 엔진이 넉넉한 출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다. 가속이든 감속이든 변속을 요구할 때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기어를 연결해 동력을 바퀴로 보냈다. 앞바퀴가 노면을 박차며 달리기 시작하면 기분 좋은 흐름으로 연결됐다. 직선에서 평화로운 움직임이 회전으로 바뀔 때 분위기가 사뭇 바뀐다. 가볍고 말랑했던 섀시가 갑자기 자세를 다듬고 단단하게 노면을 쥔다. 네 바퀴 굴림도 아니고, 핫해치처럼 고성능 토크 벡터링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코너에서 주행 성능의 한계가 엄청나게 높다. 앞바퀴가 밀리는 언더스티어를 억제하며 코너의 안쪽으로 머리를 빠르게 집어넣는다. 일부러 오버 스피드로 코너에 진입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다.

전자 제어 장비가 매끄럽게 개입해 위험한 순간 직전에 이미 차를 안정화한다. 개입 시점은 운전자가 느끼기 어려울 만큼 짧고 자연스럽다. 전자제어 장비를 해제하고도 비슷한 느낌을 유지하기 때문에 기본기가 그만큼 뛰어나다고 풀이할 수 있다. 가속과 감속에 회전까지 더해질 때도 앞머리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탄탄한 섀시와 대응 폭이 넓은 하체, 끝까지 믿을 수 있는 브레이크가 믿음을 극대화한다.

8세대 골프는 이처럼 양면을 모두 갖췄다. 날카로우면서 부드럽고, 세련되면서 편안한다. 모든 경계가 희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더 넓은 영역을 포용한다는 의미가 정확하다. 이번 세대로 변화하며 키워드는 디지털과 고급화였다. 그래서 편의장비는 동급 해치백 수준 이상으로 구현했다. 주행 성능은 윗급의 세단까지 노려볼 만큼 높은 만족감을 줬다. 비싼 차가 아니라, 제대로 만든 차. 여전히 골프는 독일 소형 자동차 디자인의 정수다. 폭스바겐이 주장하는 ‘합리적인 프리미엄’은 골프를 통해 온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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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KSWAGEN GOLF 2.0 TDI


레이아웃 앞 엔 진 , FWD, 5인승, 해치백   엔진형식 4기통 2.0L 터보 디젤, 150마력, 36.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휠베이스 2,636mm  길이×너비×높이 4,285×1,790×1,455mm   복합연비 17.8km/L  CO2₂배출량 104g/km   무게 1489kg   판매가격 3,625만원(프리미엄), 3,783만원(프레스티지)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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