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의 진가, 윤 기자의 두 번째 레트로 레이서 트로피 참전기

조회수 2022. 5.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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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의 진가


윤 기자의 두 번째 레트로 레이서 트로피 참전기

지난해 레트로 레이스 트로피에 출전하여 스즈키 카타나를 타고 달리며 서킷의 재미에 눈을 떴다. 코너를 하나씩 공략하며 랩타임을 줄이는 매력이 상당했다. 올해에는 RRT에보 클래스가 신설되며 최대 배기량, 최고출력 기준이 상향됐다. 그래서, 더 강력한 녀석을 타고 도전했다.



RETRO RACER TROPHY(RRT)

레트로 레이서 트로피는 2020년부터 진행된 서킷 이벤트로 슈퍼바이크를 제외한 네이키드, 투어링, 클래식 등 가지각색의 모터사이클이 참가할 수 있는 행사다. 더불어 영암 서킷 상설 코스 기준 1분 25초 이하의 공식 기록을 가진 라이더는 참가할 수 없으며 최고출력을 150-160마력으로 제한해 아마추어 레이서가 편안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일반적인 스프린트 레이스가 아닌 타임 트라이얼 방식을 채택해 사고를 최소화하고 본인의 랩타임을 줄이는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설정했다. RRT는 올해로 3년 차에 들어서면서 몇 가지 규정이 변화되었고 기존의 클래스를 개편하여 RRT 클래스를 130마력 이하로 낮추고 130마력 이상 무제한급 클래스인 RRT EVO 클래스를 신설했다.

KTM 1290 SUPER DUKE R

새로 신설된 RRT 에보 클래스에 적합한 바이크로 1290 슈퍼듀크 R을 선택했다. 먼저 KTM은 오프로드 레이스에서 유명한 브랜드다. 실제로 다카르 랠리, 모토크로스, 슈퍼크로스, 하드 엔듀로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각종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몇 해 전부터는 모토 GP에 도전하여 꾸준한 기술 발전을 보여주고 있으며 근래에는 포디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KTM의 슬로건인 ‘READY TO RACE’를 바탕으로 고성능 엔진과 파츠, 수준 높은 전자장비 등을 탑재한 양산 모델을 출시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1290 슈퍼듀크 R이다.

1290 슈퍼듀크 R은 3세대 모델로 1,301cc V-트윈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80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 140Nm를 낸다. 건조중량은 189kg으로 매우 가벼운 수준인데 특히 전기형 모델 대비 6kg 가벼운 수치를 자랑한다. 여기에 눈여겨볼 부분은 1, 2세대와 완전히 다른 차체, 서스펜션, 브레이크, 전자장비다. 차체 강성을 높여 비틀림 강성이 3배 증가하였고 서스펜션의 구조와 세팅을 변경했다. 덕분에 고속 영역에서의 안정성이 확보되었고 가속 시 리어 타이어의 트랙션을 이해하기 쉽게 설계됐다. 브레이크는 기존과 동일한 320mm더블디스크가 장착되었는데 경량화가 강조된 브렘보 스틸레마 캘리퍼가 적용되어 현가하질량 감소 효과 및 강력한 제동 성능을 갖췄다. 끝으로 전자장비의 안정성을 높이고 새로운 주행 모드가 추가되었으며 트랙 모드에서의 조절식 트랙션 컨트롤, 안티 윌리 컨트롤, 런치 컨트롤 등이 개선되었다. 이것이 바로 RRT 에보 클래스에 1290 슈퍼듀크 R을 선택한 이유다.

READY TO RACE

작년 RRT에서 카타나로 달린 것과 동일하게 최대한 순정과 가깝게 세팅했다. 바이크의 특성과 성능을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먼저, 혹시 모를 전도를 대비해 포크 슬라이더, 엔진 가드, 배틀 가드 등을 장착했다. RRT 규정상 과도한 가드류는 전도 시 타 차량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1290 슈퍼듀크 R의 파워 파츠는 깔끔하고 밀착된 디자인 덕분에 사용할 수 있었다. 카타나와 달리 한 가지 추가된 파츠는 레이싱 패그다. 작년 레이스에서 순정 패그로 서킷을 달렸을 때 한계가 일찍오는 탓에 부츠가 아스팔트에 갈려 손상되었던 점을 고려했다.

여기에 RRT 공식 스폰서인 메첼러에서 레이스 전용 슬릭 타이어를 주문해 장착했다. 가장 높은 그립을 발휘하는 K1,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선택했다. 레이스 당일의 날씨를 예측할 수 없지만 지난해 날씨를 참고하여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하기 위함이었다. 순정 디자인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헤드라이트와 리어 서브 프레임 하단에 엔트리 넘버를 부착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댑래빗 디자인 팩토리에 디자인을 의뢰하여 제작했으며 바이크 전용 데칼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스펜션 전문 브랜드인 WP코리아에 방문하여 상담을 통해 적절한 새그 값을 설정했고 서킷 주행 중 댐핑을 조절해야 할 때 어떻게 바이크 셋업을 변경해야 하는지 조언을 들었다.

RRT 시작

영암에 위치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의 상설 코스에서 이벤트가 진행됐다. 바이크를 레이스 스탠드로 띄우고 앞뒤 타이어 모두 워머를 감았다. 레이스 타이어의 경우 일정 이상의 온도에 도달해야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고 열간 상태에서 타이어 공기압을 설정한다. 서킷 경험이 많다면 당일 기온과 노면 온도 및 상태에 따라 타이어 공기압을 설정하는데 서킷 주행 경험이 적기 때문에 다른 라이더들의 조언에 따라 공기압을 설정했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슈트를 착용하고 첫 번째 세션을 진입했다.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첫 번째 세션은 바이크나 라이더 모두 예열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자잘한 실수와 사고가 흔하게 발생하기 쉽다. 그만큼 소극적이고 조심스럽게 바이크를 테스트하며 움직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슈퍼듀크 R은 엄청난 토크를 쏟아내기 때문에 부드러운 스로틀 워크가 관건이었다. 물론, 높은 한계를 가진 타이어를 장착했기 때문에 쉽게 미끄러지지 않았고, 전자장비의 개입을 최대로 설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바이크가 적응됨에 따라 조금씩 페이스를 높였고 타이어 공기압이나 포지션, 서스펜션 세팅을 변경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하면서 달렸다. 결과적으로 1:29.2초의 랩타임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시작했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고민

첫 번째 세션 주행을 통해 몇 가지 세팅을 변경했다. 핸들 각도를 후방으로 살짝 기울여 직진 안정성을 높이고 무게 중심을 낮춰 코너링 안정성을 높이고자 했다. 슈퍼듀크 R의 경우 기본적으로 공도에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달리기 위한 모델이라 무게 중심이 높은 편이지만 3세대 모델은 예상보다 고속 영역을 진지하게 고려한 설계라는 게 느껴졌다. 둘째로 타이어공기압이 소폭 낮췄다. 서킷 경험이 적은 입장에서 바이크를 빠르게 기울이는 동작이 불안하고 타이어의 트랙션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1번 코너 진입 시 가장 강력한 제동을 하게 되는데 그 순간 프런트 타이어가 눌리는 느낌이 다소 희미하고 불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차량 세팅은 KTM코리아의 정비팀의 도움을 받았으며 최적의 셋업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예상보다 강력한 180마력

두 번째 세션부터는 페이스를 올렸다. 초반 두세 바퀴는 변경된 바이크 세팅에 적응하고 다른 라이더들의 페이스를 살펴보며 베스트랩을 낼 수 있는 순간을 노렸다.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는 라이더를 뒤를 따라가며 레코드 라인을 다듬었고 어느 구간에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지 파악했다. 사실 슈퍼듀크 R의 강력한 180마력 덕분에 선두 차량과 같은 페이스로 달린 뒤 직선주로에서 슬립 스트림으로 가까이 붙으면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수 있다. 특히 낮은 회전수부터 쏟아지는 강한 토크와 빠르게 작동하는 퀵시프터의 조화가 상당하여 다루기 쉬웠고 공도에서는 쉽게 느껴볼 수 없는 수준의 가속감이 매력적이었다. 9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트랙션 컨트롤은 6단계로 낮춰 뱅킹 상태에서의 가속력을 높였고 두 번째 세션 라스트랩에서 1:26.2초를 기록하며 3초를 앞당겼다. 두 번째 세션 만에 카타나를 타고 기록했던 1:27.3초를 1초 이상 앞당기며 180마력의 엄청난 출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세션만에 리어 타이어에 문제가 생겼다. 깊은 뱅킹 각도와 부드러운 스로틀웍에 서툴렀던 탓에 리어 타이어의 좌측 부분이 과도하게 마모된 것이었다. 숙련된 라이더들은 선회 시 바이크를 기울인 뒤, 스로틀을 부드럽게 전개하지 못하고 슬쩍 세운 상태에서 과도하게 가속하여 생긴 문제라고 평가했다. 물론, 슈퍼듀크 R의 토크가 강력한 탓도 있었지만, 사실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을 보수적으로 세팅한 탓에 뱅킹 상태에서는 출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다가 일정 각도 이상 세워졌을 때 출력이 분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서스펜션의 세팅이 알맞지 않았거나. 개인적으로는 리어 쇽의 움직임이 단단하게 느껴졌는데 리어 타이어의 그립을 이해하기 쉽게 느껴졌기 때문에 세팅을 변경하지 않았다. 어쨌든, 남은 세션에서는 전반적인 타이어 관리가 필수적이었다.

재미있는 눈치 싸움

세 번째 세션부터는 조금 더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전체적으로 낮은 페이스로 달리다가 마지막 코너 탈출에 집중했다. 랩타임 기록이 시작되는 스트레이트 구간을 지나기 전에 마지막 코너를 제대로 탈출해야 좋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1번 코너를 진입하고 2번, 3번 코너를 지나면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생기면 그 즉시 페이스를 낮춰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되는 것을 방지했다. 또다시 마지막 코너를 진입할 때 집중하고 실수하면 페이스를 낮추기를 반복하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클린 랩을 기록했다. 기록은 1:25.7초로 약 0.5초를 줄였다. 피트에 들어와 리어 타이어를 확인해 보니 마모도가 확실히 적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남은 두 번의 세션을 무사히 주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편집장님도 더 이상 기록 단축을 위해 어택하지 말라며 당부했다. 당시 1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2위와의 격차는 1.1초였다. 꽤 큰 차이였지만 내가 랩타임을 줄이는 만큼 2위와 3위 라이더도 계속해서 추격해왔기 때문에 안심할 순 없었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속으로 3바퀴만 어택하자고 다짐하고 들어갔다. 사실 슬릭 타이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바이크를 서서히 기울일 때 어느구간에서 턱이 생긴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느낌 들었고 불안했기 때문이다. 다른 라이더들은 더욱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타이어로 마지막 어택 기회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고민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세션에서 사용한 방법을 조합하기로 했다. 마지막 코너를 기점으로 베스트랩에 도전하며 직선주로에서 따라붙는 작전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 것은 현재 2등이지만 턱 밑까지 기록을 줄이고 있는 황덕현 선수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황덕현 선수는 지난 해 RRT 전 경기 1위로 시즌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하고 빠른 선수이기 때문이다. 코스를 진입할 때 황덕현 선수 다음으로 들어가서 몇 바퀴를 돌아 나를 추월할 때 9번코너에서 만나도록 준비했다. 1분 30초대를 유지하며 후방을 살폈고 계획대로 황덕현선수가 보일 때 빠르게 달려서 9번 코너 직전에 앞으로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코너를 돌기 시작하면서 필사적으로 뒤를 쫓기 시작했다. 베테랑 라이더인 만큼 부드러운 스로틀웍과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달려 나갔고 이를 놓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도 한 바퀴를 깔끔하게 돌면서 뒤처지지 않았고 직선주로에서 차량의 파워를 이용해 거리를 좁히며 더 빠른 랩타임을 확신했다. 결과적으로 황덕현 선수는 1:26.2초로 개인 기록을 앞당겼고 나는 이보다 1초 앞선 1:25.2초를 기록하며 도망가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사건

결과적으로 RRT 에보 클래스 1위를 차지했다. 물론, 180마력으로 클래스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을 타고 달렸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지만 이유를 불문하고 1위에 오른 일은 굉장히 인상적인 사건이다. 나름 바이크를 세팅해보고 전략적으로 서킷을 공략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이번에도 RRT의 주최자이자 커스텀 빌더인 크레이지 개러지 사장님이 정성스럽게 제작한 트로피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부상으로는 메첼러 슬릭 타이어 K1을 받았다. 정확하게 내가 사용한 타이어와 동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정되어 있는 RRT 2전에도 참전해야 할 것 같다. 오예!




윤연수 사진 양현용/안동철 차량협조 KTM코리아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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