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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숫자, 95dB

월간모터바이크 입력 2022. 05.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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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숫자

95dB

환경부가 대한민국 이륜차 산업에 폭탄을 던졌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95dB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지 차근차근 알아보자.



지난 3월 환경부가 배기소음 95dB(데시벨)을 초과하는 이륜차를 이동 소음원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관련 기준을 30년 만에 강화한 것이라며 마치 오랜 시간동안 방치해 온 법을 이제야 수정했다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언뜻 괜찮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케케묵은 법이니 현재 기준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보고 시끄러운 모터사이클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완벽하게 틀렸다. 이미 우리나라는 소음 관련 인증 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전세계에서 소음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이 소음 규제를 30년이나 내버려 뒀을 리가 있을까? 현재의 대한민국의 이륜차 소음 규제는 2016년부터 적용된 유럽의 UNR41-04에 맞춰져 있다. 이 기준은 유럽의 모터사이클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5와 더불어 상당히 까다로운 소음 기준이며 국제 표준이다. 그럼 이 국제 표준 대신 환경부가 이야기하는 95dB 제한이 적용될 경우 뭐가 문제가 될까? 당장 국내에 수입되는 대부분의 대형 모터사이클은 대부분 기준을 통과할 수 없다. 그렇게 시끄러운 모델은 수입하면 안 되는거 아니냐고?

미안하지만 이 근접배기소음 기준으로 95dB은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에도 거의 없다. 현재 차량 인증 시 테스트하는 소음은 가속 주행 소음치로 규제하고 있다. 실제로 달릴 때 나는 소리를 기준으로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근접배기 소음은 머플러 50cm뒤에 마이크를 두고 측정한다. 환경부 주장은 철도 소음이 100dB이라는데 과연 철도 50cm떨어진 곳에서 측정해서 100dB일까? 집 앞에서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보다 귀 옆에서 과자 씹는 소리가 더 큰 법이고 도로를 다니는 바이크가 사람 귀 50cm떨어진 곳에 서서 풀스로틀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착오적 기준

그럼 과연 95dB이라는 기준은 어디서 툭 튀어 나왔을까? 그 근거를 따라 가보면 가까운 일본의 도로 운송차량의 보안기준 40조(소음방지장치) 2항에 고시된 ‘이륜자동차 배기소음 94dB’이 있다. 그럼 일본은 현재도 이 법을 적용하고 있을까? 그렇다. 현재도 적용 중이다. 그럼 그 법을 지켜 만든 현재의 일본 바이크는 국내 판매에 문제가 없을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일본의 대형 바이크도 94dB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모델이 수두룩하다. 일본에서 판매중인 바이크가 일본의 규정을 훌쩍 넘어선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일본 역시 2003년에 94dB의 적용한 후 국제 표준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과 이로 인한 통상 마찰을 빚으며 여러 가지 불합리한 상황에 놓였다. 그래서 2016년부터 40조에 4항에 한국과 동일한 UNR41-04 규정을 적용하고 두 가지 중 한가지 기준에만 부합하면 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사실상 기존의 2항의 존재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이 기준을 만든 일본조차 잘못되었다고 판단해 수정한 옛날 방식을 모델로 국내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기준은 일본과 동일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이 규제법의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유럽과 체결한 FTA에 직접적으로 위배된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 정상적으로 판매중인 바이크가 우리나라에는 판매할 수 없는 물건이 된다. 환경부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판매중인 전체 이륜차의 평균으로 보면 95dB 이하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소형과 대형의 비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125cc이하의 소형스쿠터와 대형 모델을 통으로 뭉뚱그려 통계를 낸다면 이런 오류가 나오는 것이다. 소형과 대형 모두를 취급하는 브랜드라면 자사 모델 중 몇몇 개의 대형 모델들만 판매가 어려워지겠지만 대형 모터사이클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브랜드는 그야말로 철퇴를 맞는 수준이다. 판매중인 모델들이 순정상태로는 이웃을 괴롭히지 않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조용한 모터사이클임에도 말이다.


행정 편의적 규제

자 그럼 애초에 왜 이런 규제가 시작되었는지 돌아보자.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수요가 늘어나서 주택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이륜차 소음 민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그럼 이제 도로는 조용해질까? 미안하지만 이걸로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정상적인 차량은 자동차에 비해 전혀 시끄럽지 않다. 대부분 소음을 유발하는 시끄러운 차량은 개조 혹은 차량 정비 불량으로 인한 소음이 원인이다. 이걸 단속하고 규제하며 계도하는 것이 진짜 해결책인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아니 귀찮다 보니, 아예 이륜차를 팔기 어렵게 만들어버리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더 조용해지자는 방향성 자체는 찬성한다. 모터바이크가 조금 더 조용해진다고 해서 그 본질적인 재미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규제안을 정함에 있어 행정적인 오류, 실수로 인해 선의의 피해가 너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부디 수정과 보완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 라이더들이 이 95 dB이라는 숫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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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사진의 바이크는 만우절 합성이 아닌 일본의 94dB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본 전용 사양으로 제작 된 2012 두카티 1199파니갈레다. 이 사양은 195마력에서 135마력으로 최고 출력을 크게 낮추고 전용의 대형 소음기를 장착했으며 엔진 커버를 추가해서 겨우 일본 규정을 맞출 수 있었다. 전 세계적인 비웃음을 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당시 유럽브랜드 모델 중에는 일본에는 출시조차 되지 못했던 모델들이 많았다. 만약 95dB 기준이 국내에 적용 될 경우 제작사들이 일본처럼 대응을 해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설령 해준다고 해도 추가적인 개발 비용을 수입사가 감당해야하고 이는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 올 것이다.





양현용 취재협조 한국이륜차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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