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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칼럼] 독일은 내연기관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인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입력 2022. 06. 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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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21년 한 해에만 세계적으로 660만대 이상이 팔렸습니다. 전년 대비 110% 증가한 수치죠. 우리나라도 지난해 처음으로 10만대를 넘겼는데 이 정도면 빠르게 전기차가 자리 잡은 나라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긴 곳은 한국 포함 현재 7개국 정도인데 그중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는 곳을 꼽는다면 중국과 유럽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전기차 거래 규모가 가장 큰 곳입니다. 유럽 역시 독일,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등에서 연간 1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팔리며 가파르게 성장 중입니다.

유럽에선 노르웨이가 전기차 시장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판매 규모만 놓고 보면 중국과 미국 다음인 독일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 독일에서는 지난해 약 24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됐고 올해는 30만 대 돌파가 유력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독일이 어쩌면 유럽에서 가장 오래 내연기관 자동차를 탈 수 있는, 엔진의 마지막 보루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전기차 사면 뭐하나 충전소가 없는데...불만 고조

최근 독일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는 전기차용 공공 충전기가 6만400개 설치돼 있습니다. 이는 충전소 1개당 전기차 21대가 충전을 하는 수준인데 6개월 전의 17대보다 되레 늘어 충전 부담이 커졌습니다. 독일은 2030년까지 공공 충전기 100만개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설치 속도가 지금보다 6배나 빨라야 된다는 것이 독일자동차산업협회의 주장입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급속충전기 보급인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급속충전기 1대가 130대에 이르는 전기차를 커버해야 하는 지경이죠. 여기에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력망 확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중앙 및 지방 정부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대응 속도로는 충전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유럽 내 전기차 관심도 가장 낮은 독일

또 유럽 내에서 독일인들의 전기차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활성화의 어려움 중 하나로 보입니다. 최근 독일의 컨설팅 기업 파블리크(PAWLIK)가 자동차 전문지, 고객 경험 전문가 그룹과 함께 '3년 안에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를 5개 나라 1만명의 운전자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이탈리아(47%), 스페인(39%), 영국(34%), 프랑스(33%)에 이어 조사된 곳 중 독일이 24%로 가장 긍정 답변 비율이 낮았습니다.

또한 유가 상승에 따른 대체 이동 수단, 예를 들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을 정기적인 이동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비중 또한 독일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자동차에 대한 관심, 그리고 자동차 기업에 높은 신뢰를 보이는 곳이 독일이었습니다.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그들의 특성이 자동차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자국 자동차의 높은 경쟁력도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VW

독일 운전자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다른 조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온라인 자동차 거래 사이트 mobile.de에 따르면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를 5년 후에도 이용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43.8%였는데 반해 대안을 고려하겠다는 답은 27.9%에 머물렀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이나 전기차 기술력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충전 인프라의 더딘 구축, 여전히 엔진이 달린 자동차에 대한 믿음, 그리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불신 등, 변화에 빠르게 응답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실히 독일에서 느껴집니다.

#2035년 이후에도 엔진은 돌아간다?

많은 독일인이 여전히 엔진 자동차에 강한 애정을 보인다 / 사진=BMW

6월 초였죠. 유럽 의회는 투표를 통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지한다는 계획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세부적인 협상을 통해 최종안을 마련하게 됩니다. 내연기관 금지에 대한 목소리가 워낙 높아 압도적 표차로 통과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반대표도 상당했습니다.

반대 이유 중 하나는 바이오연료였습니다. 이미 E-연료에 대한 연구는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있습니다.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만든 연료로 원유는 한 방울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전기 역시 재생 에너지를 통해 얻도록 해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에 그대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연료 / 사진= Autoren-Union Mobilität/Amadeus Bramsiepe/KIT

아직까지 생산 단가가 높다는 경제성 문제나 배터리 전기차처럼 배출가스 제어를 100% 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배터리 전기차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포르쉐나 아우디, 보쉬 외 다양한 독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E-연료 개발과 활용을 계획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독일 자동차공업협회는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안' 통과를 막기 위한 로비를 벌였습니다. 협회는 독일 자동차 기업들로 구성돼 있죠. 이는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전환을 대외적으로 외치면서 동시에 E-연료 등을 통해 내연기관을 더 오래 끌고 가고자 하는 두 가지 방향성을 모두 염두에 뒀음을 의미합니다.

보스턴 컨설팅은 2035년이 되어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배터리 전기차 비중은 45% 수준에 머물 것이며, 마일드하이브리드(25%), 하이브리드(12%), 가솔린(11%) 등,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비중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디젤 엔진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분석이 얼마나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2035년 이후에도 엔진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이 엔진에 문을 닫는다 해도 아직 많은 지역에서 내연기관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기술이 숙성되고 시장을 완전히 주도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친환경 연료를 통해 내연기관을 유지하자는 주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자동차 기업 중 내연기관에 애정을 보이는 곳은 BMW가 대표적이죠. 이들은 전기차 올인 정책을 펴지 않고 있습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역시 끝까지 붙잡고 가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터리전기차, 수소전기차, 그리고 내연기관의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공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또 대체연료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 역시 독일입니다. 독일의 운전자들 역시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신뢰를 보이고 있으며, 전기차에 대한 적극성은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전기차 충전소 부족 불만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이처럼 독일 안에는 여전히 내연기관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에 반해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엔진자동차를 만들 수 없도록 했고, 때문에 가장 먼저 전기차 중심 대륙으로 바뀌게 됩니다. 독일도 원하든 그렇지 않든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해 드린 몇 가지 이유로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늦게까지 엔진 자동차들이 굴러다니는 곳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 외 지역에서 내연기관 관련 사업 역시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정부나 친환경 단체를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가하고 있지만 독일의 다른 한쪽에서는 변화를 거부하거나, 혹은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 도로에서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지는 날은 언제가 될까요? 그에 대한 대답이 어쩌면 독일에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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