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테슬라 모델3..버튼 하나도 없는게 왜 좋을까

조회수 2020. 8.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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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삼 세 번’이라는 말이 있다. ‘더도 덜도 없이 꼭 세 번’이라는 의미다. 테슬라를 세 번 정도 타보면 구매 욕구가 솟구친다. 어떤 차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 테슬라 단차나 품질 문제가 여전하지만 더 이상 조롱이나 비아냥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넘치는 경쟁력과 가성비로 구입을 앞당기게 된다. 2020년 8월 현재 실구입가 5000만원 내외에서 모델3 경쟁차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테슬라를 이해하려면 우선 시각을 바꿔야 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보는 기준으로 판단하면 허점투성이다. 단차와 도장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신차 출고할 때 당연한 서비스 세트로 여겨지는 썬팅이나 블랙박스 무상 장착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테슬라 모델3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모델3는 테슬라 엔트리 모델이다. 우선 가성비가 끝내준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4천만원대 후반에서 5천만원대 중반에 구매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이 매력이다. 상위 모델과 차별 없는 기본 옵션 구성도 특징이다.

시승 모델은 앞과 뒤에 각각 1개의 모터를 달고 고성능을 자랑하는 퍼포먼스 모델이다. 속칭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페라리 보다 빠르다. 엄청난 가속력이 특징이다.

그릴의 흔적만 남아있다


다른 모델과 패밀리룩을 이루는 후면


유려한 라인이 매력적이다

모델3 크기는 국내 준중형 세단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기차라 실내는 훨씬 넓어 중형차 급이다. 전장 4694mm, 전폭 1849mm, 전고 1443mm, 휠베이스 2875mm다. 최근 현대차가 공개한 신형 아반떼(전장 4650mm, 전폭 1825mm, 전고 1420mm, 휠베이스 2720mm)와 비교해보면 휠베이스만 빼고 거의 유사하다. 모델3는 기존 내연기관 세단과는 쓰임새가 다르다. 세단, 해치백, 쿠페 디자인 특징을 모두 섞어 놓은 듯 하다. 모델3 공기저항계수는 0.23이다. 모든 디자인 초점이 공기저항계수를 낮추는데 맞춰져 있다. 공기저항은 항속거리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카본을 사용한 리어스포일러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모델3만의 독특한 인상을 자아낸다. 전면에는 라디에이터 그릴 흔적만 남아있다. LED 헤드램프는 단정하다. 직선을 찾아 보기 어려운 측면은 도어 손잡이를 숨겼다. 퍼포먼스 모델임을 자랑하는 큼지막한 20인치 휠이 존재감을 뽐낸다. 휠을 조여주는 볼트를 안으로 숨겨 더 간결하게 다듬었다. 브렘보가 OEM 제작한 빨간 브레이크 캘리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후면부는 여느 테슬라 모델과 유사하다. 차분한 감각이다. 카본 재질로 된 작은 스포일러가 멋을 더한다.

문을 열려면 운전석 B필러에 카드를 대야한다


문 여는 방식이 독특하다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선 운전석 B필러 카메라 하단에 카드키를 터치해야한다. 도어가 숨겨져 있어 여는 방법이 독특하다. 모델3 도어는 오른쪽 레버 끝을 누른뒤 튀어나오는 손잡이를 바깥으로 당겨야 열린다. 일반적인 도어와 정 반대다. 실내는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시동 버튼조차 없다. 가로로 놓인 15인치 디스플레이가 계기반, 내비게이션, 공조기, 미디어 등 모든 기능을 통제한다. 익숙해지기 전까지 불편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직관적이다. 송풍구의 조절도 디스플레이 UI를 보면서 드래그 하는 방식이다. 대단히 직관적이다. 센터 콘솔박스는 핸드백을 수납할 만큼 큰 크기다.

15인치 디스플레이는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모니터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트위치 등을 차안에서도 볼 수 있다

1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꼼꼼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기능이 숨어있다. 내장된 게임이나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과 같은 미디어를 별도 통신요금을 내지 않고 볼 수 있다. 기존 자동차에 익숙하다면 오히려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자동차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지만 IT기기에 익숙한 소비자가 더 손쉽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운전 면허가 없지만 스마트폰에는 익숙한 20대 여성에게 '와이퍼를 작동시켜보라'고 했더니 UI만 보고 망설임 없이 조작을 해냈다. 반면 차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차잘알 남자는 와이퍼 레버가 없다며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테슬라는 자동차보다 IT기기에 바퀴를 달아 놓은 셈이다.

넓은 유리로 된 선루프..다 이유가 있다


2열은 바닥이 완전히 평평하다


2열 승객을 위한 송풍구와 USB포트


컵홀더는 팔걸이에 있다

모델3 천장은 통유리다. 열리지 않아도 엄청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휠베이스가 긴 만큼 2열공간도 넉넉하다. 특히 바닥이 평평해 성인 3명이 앉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후면 트렁크 공간은 425L지만 활용도가 좋다. 바닥이 평평한데다 2열 시트를 폴딩해 확장도 가능하다. 트렁크 덮게를 들어 올리면 커다란 공간이 또 나온다. 또다른 매력은 전면 보닛에도 꽤 쓸만한 수납공간이 숨어있다.

기본적인 트렁크 용량은 골프백 3개 정도 들어간다


폴딩을 지원하는 2열 시트


트렁크 하단에도 깊은 수납공간이 있다


엔진이 사라진 보닛아래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모델3는 ‘시동을 건다’보다 ‘전원을 켠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카드키가 있다면 1열 컵홀더 뒷 편에 카드키를 올려 놓으면 'ON' 상태다. 이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사실상 주행 모드가 된다. 기어조작은 스티어링휠 뒤에 위치한 컬럼식 기어노브를 이용한다. 벤츠와 같은 방식이다. 기어조작은 물론 오토파일럿 기능을 켜고 끌 수도 있다.

퍼포먼스 모델답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가속력을 자랑한다

모델3 퍼포먼스는 앞과 뒤에 위치한 2개의 전기모터가 최고출력 480마력, 최대토크 65.2kg.m를 발휘한다. 놀라운 점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이 단 3.2초가 걸린다. 3,4억원대 웬만한 슈퍼카 보다 빠르다. 대신 최고속도는 261km/h 정도다. 20인치 휠에 미쉐린 고성능 타이어 조합이 납득된다.

모델3는 컴포트와 스포츠 두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짓이기면 시간을 초월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속력 덕분에 머리가 헤드레스트에 파묻힌다. 대신 시속 140km를 넘어서 고속으로 갈수록 가속력은 떨어진다. 전기차의 특성이다. 대신 우렁찬 엔진 또는 배기음이 들려야 하는데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바람소리와 타이어 노면 소음 뿐이다.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하단에 쫙 깔려 있어 고속과 코너에서도 안정성이 수준급이다. 연속되는 코너에서도 허둥지둥하지 않는다. 다만 언더스티어 성향이 있어 조금만 강하게 코너에 진입하면 컨트롤이 쉽지 않다. 평상 주행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거의 없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이용해서다. 악셀을 놓으면 자연스럽게 회생제동이 걸린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기본에 충실하다. 고출력 차량에 걸맞는 세팅이다. 고속에서도 불안함없이 차를 잘 잡아준다.

테슬라의 백미는 오토파일럿과 이에 연동된 풀셀프드라이빙(FSD)다. 앞차와의 간격은 물론 차선 유지도 훌륭하다. 서울에서 급차선 변경이 많아 위험하다고 손 꼽히는 내부순환도로에서도 오토파일럿은 단 한 번도 오작동을 하지 않고 제대로 주행을 했다. 저속 주행 차량 혹은 트럭을 만나면 차선 변경도 먼저 제안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제네시스에 장착되는 반자율주행 시스템과는 급이 다르다. 설정에 따라 좁은 틈에 끼어들기도 가능하다. 이 정도면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잠을 자도 되겠다는 생각이 절도 든다. ‘미국에서 테슬라를 탄 운전자가 의자를 눕히고 자면서 주행하다가 적발됐다는 기사가 나오는 게 납득이 된다. 이 외에 테슬라 어플을 이용해 차량 호출도 가능하다.

만약 주행을 위한 전기차로 테슬라를 구매한다면 반쪽짜리다. 테슬라의 진가는 오토파일럿을 사용할 때 발휘된다. 게다가 오토파일럿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다.

모델3를 열심히 타고 나니 남은 주행거리가 40km가 채 안된다. 테슬라는 총 4가지 방식으로 충전을 할 수 있다.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수퍼차저, 테슬라 전용 완속 충전 장비인 데스티네이션 차징, 자택이나 회사에 월커넥터를 설치해 사용하는 홈 차징, 차데모 또는 충전 어댑터(별매)를 이용한 공공충전 등이다.

이 중 수퍼차저를 사용해봤다. 수퍼차저는 총 32개 장소에 설치돼 있다. 완전 방전상태에서 1시간이면 80%가량 충전할 수 있다. 20분 정도 충전기를 물려 놓으니 30% 이상 충전된다. 주유에 비해 시간은 꽤 걸리지만 완충시 주행가능거리가 415km에 달해 충전 압박이 크진 않다. 만약 성능을 조금 포기하고 퍼포먼스 모델 대신 롱레인지 모델을 선택하면 주행 가능 거리는 446km까지 늘어난다.

테슬라는 타보면 사고싶다는 욕망이 샘솟는다

모델3는 탈수록 빠져드는 무궁무진한 매력을 지녔다. OTA로 매번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해 늘 신차를 타는 셈이다. 전기차 특유의 조용한 실내, 전자기기를 다루는 듯한 UI 구성, 수준 높은 오토파일럿 등 탈수록 매력이 넘친다.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새로운 차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업체가 하지 못했던 시도를 한다. 물론 조립 품질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혁신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게 테슬라다.  테슬라가 가져온 혁신은 미래 자동차를 기대하게 한다. 테슬라의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줄 평

장점 : 운전이 필요 없는 듯한 수준 높은 오토파일럿, 슈퍼카보다 빠른 가속력

단점 : 도장품질과 단차를 기대하긴 어렵다..내장재도 대중차 급이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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