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서 더 아쉬운, 제네시스 G70 3.3 시승기

조회수 2020. 12. 4. 14: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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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제네시스 G70는 디자인 공개 첫날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GV80부터 들어간 제네시스의 두 줄 디자인을 비교적 어색하게 입으면서 모든 기사마다 질타를 받았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G70는 디자인 만으로 저평가 받을 차일까? 새로운 G70를 출시 한 달 만에 만났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제네시스, 강동희

2015년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난 제네시스는 개국공신 G80와 에쿠스 후속 모델 EQ900에 이어 콤팩트 세단 G70를 준비했다. 임무는 막중했다.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등 쟁쟁한 실력자들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D 세그먼트 세단 최강자로 꼽히는 3시리즈가 G70의 롤 모델이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BMW M 브랜드에 몸담았던 알버트 비어만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그는 G70이 ‘제네시스 모델 중 가장 즐겁고 경쾌한 드라이빙 감각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놀랍게도, G70는 2018년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와 이듬해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다.

제네시스 2세대 G80


제네시스 EQ900

올해부터는 패밀리 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G80와 EQ900, G70은 디자인 통일성이 없었다. G80은 HCD-14 제네시스 콘셉트카 디자인을 입었다. EQ900에는 대형 세단 에쿠스의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G70는 콤팩트 세단의 이상적인 비율과 젊은 디자인을 품었다. 엠블럼만 떼면 서로 다른 브랜드라고 속여도 모를 만큼 제각각이었다.

‘두 줄’을 그어놓은 외모


새 디자인 언어의 시작은 GV80가 끊었다. 모든 제네시스는 ‘두 줄’ 디자인을 품는다고 선언하면서 G80과 G70까지 앞 뒤 램프를 두 갈래로 찢었다. 다만 유일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G70는 새 옷을 어색하게 입었다. 큰 틀을 유지하면서 패밀리 룩을 집어넣은 탓이다. 앞모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눈에 익었지만, 페이스리프트 전과 테두리가 같은 리어램프는 상대적으로 어색했다.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85×1850×1400㎜로 이전과 같다. 스포츠 패키지 전용 19인치 다크 스퍼터링 휠과 새빨간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듬직하다. 앞바퀴 뒤로 뚫어놓은 공기 통로는 공기 저항과 휠 하우스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줄인다. 장식이 아닌 ‘진짜’ 머플러도 범퍼 양쪽으로 넣었다.

디스플레이만 바꾼 실내, 뒷좌석 공간도 그대로





실내는 빨간 스티치로 장식한 퀼팅 시트(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전용)와 스티어링 휠, 스핀 패턴 알루미늄 장식으로 꾸몄다. 중앙 모니터를 10.25인치로 키우고 커넥티드 서비스와 제네시스 카페이, 발레모드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넣었다. 계기판도 형님인 G80과 같은 12.3인치 3D 클러스터를 심었다.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등 주행 모드에 따라 그래픽을 바꾼다.


다소 좁다는 평가를 들었던 뒷좌석 공간도 그대로다. 구동축이 지나가는 가운데 통로도 높은 편. 하지만 G70는 패밀리 세단이 아니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트렁크 용량도 297L로 다소 좁다. 다만 시트는 6:4로 접을 수 있어 긴 짐을 넣기 편하다.

차이가 분명한 주행모드

G70의 파워트레인 라인업은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와 직렬 4기통 2.2L 디젤 터보, V6 3.3L 가솔린 트윈터보 세 가지로 기존과 같다. 그 중에서 3.3 가솔린 터보 AWD 스포츠 패키지 모델을 만났다. 최고출력 373마력, 최대토크 52.0㎏·m를 뿜는 6기통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4륜구동 시스템을 작은 차체에 담았다.

힘이 넘치니 운전이 여유롭다. 1,300~4,500rpm까지 줄기차게 뿜는 최대토크 덕분이다. 조향비가 짧은 스티어링 휠과 버킷시트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두지 않아도 운전에 몰두하게 만든다. 엔진을 운전자 쪽으로 한껏 밀어 넣은 데다 앞 오버행도 짧아 앞머리가 가볍다. 덕분에 4륜구동 시스템을 얹은 차체가 운전대를 따라 선명하게 돌아나간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컴포트 모드에서 부드러움과 탄탄함 사이를 유지한다. 노면 굴곡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갑작스러운 요철을 만나도 여운을 길게 남기지 않고 곧바로 자세를 잡는다. ‘제네시스’라고 마냥 푹신한 승차감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지만, 스포츠 세단에게 쫀쫀한 서스펜션은 필수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앞과 1열에 기본으로 넣었다. 이를 감안하면 고속도로에서 들리는 A필러 부근 풍절음은 조금 거슬린다. V6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도 스멀스멀 들어온다.

가속을 부추기는 스포츠/스포츠+ 모드

작은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모드로 들어가면 시트가 옆구리를 가볍게 조인다. 가변 배기 시스템이 만드는 두툼한 배기음은 3.3 가솔린 스포츠패키지만의 감성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넉넉한 배기량으로 공차중량 1,790㎏을 가뿐히 끌고 나간다. 어색한 외모에서 느낀 아쉬움은 이미 잊었다.

거침없는 엔진에 비해 변속기는 능력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가속할 때와 다르게 속도를 줄이면 회전수도 느긋하게 줄어들며 잠시 힘을 뺀다. 발끝에 자꾸 힘이 들어가는 나에게 한 박자 쉬어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물론 기본적인 변속 속도는 빠르고 자연스럽다. 패들시프트를 마련했지만 수동 모드가 별도로 없는 점은 아쉽다.

남은 잠재력을 끌어내는 건 새로 더한 스포츠+ 모드의 역할이다. 준비 자세부터 다르다. 아이들링 회전수를 600→900rpm으로 올려 최대토크 시작점까지 순식간에 도달한다. 다운 시프트도 이제야 적극적이다. 3,500~4,500rpm 사이를 유지하며 스로틀 밸브가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단, ESC도 꺼버리기 때문에 일반도로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디자인보다 중요한 건...

미국판 ‘2018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 평가 당시, 한 에디터는 ‘G70는 아우디 A4보다 민첩하고, 벤츠 C-클래스에 없는 강렬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작은 차체와 든든한 엔진, AWD 시스템이 어우러진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뛰어난 하드웨어가 호불호 강한 외모에 묻히는 게 아쉬울 정도다.




논란의 중심인 디자인은 패밀리 룩을 급하게 끼워 맞춘 느낌이 든다. ‘과도기’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의 영역이다. 오히려 바뀐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시승을 마친 뒤 디자인은 눈에 밟히지 않았다.

기본 모델인 2.0 터보는 4,035만 원, 2.2 디젤은 4,359만 원부터 시작한다. AWD 옵션을 더하면 245만 원 더 오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전동식 트렁크, 12.3인치 계기판 등 옵션을 모아놓은 파퓰러 패키지는 373만 원이다.

3.3 터보 스포츠 패키지 AWD는 5,105만 원부터다. 시승차는 여기에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내장 디자인과 각종 편의사양을 더해 6,048만 원까지 올랐다. 동급에서 배기량이 같은 BMW M340i는 7,590만 원으로 가격 차이가 꽤 나지만 320i 등 엔트리 모델과는 가격이 비슷하다.

다만 고리타분한 ‘가성비’ 전략 외에 3시리즈의 잠재고객 뺏어올 무기가 필요하다.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결함 없는 브랜드가 없다지만, 올 한 해 동안 GV80와 G80에 대한 논란은 유독 시끄러웠다. 역사가 길지 않은 브랜드, 더욱이 프리미엄을 표방할수록 이미지 메이킹은 중요하다. 차의 품질과 서비스 등, 고객이 느끼는 모든 부분이 먼저 프리미엄이 되어야 한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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