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리릿 찌리릿, 아반떼 N 라인
가벼운 마음으로 손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출력과 짜릿함을 원한다면 , 아반떼 N 라인이 만족시켜 줄 것이다 . 어느 곳이든 , 어떤 상황에서든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다 .
글 , 사진 | 유일한
고성능을 품은 스포츠카를 갖고 있어도 매일 서킷을 질주하는 사람은 없다 . 심지어 레이스가 직업인 프로 레이서도 그렇다 . 그 유명한 F1 레이서 ‘루이스 해밀턴 ’조차도 서킷에서 전용 레이스카를 운전하는 시간보다 자신이 소유한 전기 SUV를 운전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 앞으로 살아갈 날이 아직은 더 길다는 것을 생각하면 , 불편함을 가진 고성능 스포츠카보다는 좀 더 유연하면서 다루기 쉬운 , 마치 스포츠카 같은 느낌을 주는 차가 더 필요한 셈이다 .
이번에 아반떼 N라인을 시승차로 선택한 이유가 그것이다 . 이전에 아반떼 일반 모델을 시승하면서 ‘조금만 더 출력이 있다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었다 . 새로운 차체가 주는 안정감 등 좋은 면도 꽤 많았지만 , 자연흡기 엔진이 가진 낮은 출력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그 동안 200마력 전후의 출력을 내는 터보차저 엔진을 주로 시승하면서 필자의 신체가 어느 새 그렇게 적응해 버린 것이지만 , 그런 차들이 이제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
그리고 곧 등장하게 될 아반떼 N의 편린을 느껴보기 위한 것도 있다 . 이번에는 꽤 시승 코스가 길고 고속도로는 물론 강원도의 와인딩 로드를 충분히 달리게 될 테니 종합적인 스포츠 감성을 느끼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꽤 긴 거리이지만 , 모처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 과연 이 녀석은 찌릿함을 줄까 , 아니면 더 큰 짜릿함을 줄까 ?
손 안에서 다루기 쉬운 찌릿함
그 전에 잠시 디자인을 살펴보자 . N라인은 앞 부분이 크게 낮아진 아반떼 특유의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 앞 범퍼 좌우에 에어 인테이크를 크게 만들어 역동성을 만들고 있다 . 이전에는 이런 모델을 구매한 후 범퍼 등 에어로파츠를 바꾸는 것이 유행했었는데 , 자동차에 잘 어울리도록 제조사가 직접 만들고 있으니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 그릴 오른쪽에 조그맣게 위치한 ‘N 라인 ’ 엠블럼이 인상적이다 .
전체적인 자세가 꽤 낮아서 그런지 18인치 휠이 잘 어울린다 . 외형 상 블랙을 적용한 곳이 많아서 그런지 그냥 지나갈 법한 삼각형의 라인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 트렁크 리드에 수줍게 올라가 있는 소형 스포일러도 검은색으로 만들었고 , 리어 범퍼 하단에 머플러를 노출시켜 달리기 위한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다 . 루프 중간부터 트렁크 끝부분까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패스트백의 느낌이 난다 .
실내는 감탄과 함께 아쉬운 부분이 동시에 느껴진다 . N 라인 전용으로 제작해 옆구리가 두툼해진 세미 버킷시트와 3스포크 스티어링 그리고 곳곳을 장식하는 레드 스티치가 ‘달리는 기분 ’을 내 준다 . 운전석과 조수석을 나누는 작은 칸막이도 역동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소품이다 . 탄탄한 착좌감을 가진 시트는 와인딩 도로에서도 신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어주며 , 2열은 성인이 앉을 수 있는데다가 필요 시 등받이를 접을 수 있어 실용성이 높아졌다 .
아쉬운 것은 주행 모드를 바꾸는 스위치가 계기판 왼쪽에 있다는 것 그리고 A 필러가 의외로 두꺼워서 사각지대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 팔이 짧은 필자는 주행 모드를 바꾸기 위해 손을 뻗기가 쉽지 않다 . A 필러는 겉보기에는 두껍지 않지만 , 안쪽으로 꽤 두껍게 되어 있어 전측면의 시야를 꽤 가리고 만다 . 우회전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 좌회전을 할 때는 시선을 이동시켜서 사각지대를 충분히 확인해야 될 것 같다 .
이제 새로운 엔진을 느껴볼 시간이다 . 새로 제작한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204마력 , 최대토크 27.0kg-m을 발휘한다 . 수치만 보면 이전 모델인 ‘아반떼 스포츠 ’와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 현대차가 자랑하는 가변흡기 기술인 CVVD가 적용되어 있으니 효율과 함께 원활한 출력 사용을 기대해 본다 . 현대차가 오랜 기간 다듬어 온 7단 DCT는 출발 시 주춤거림도 거의 없고 이제는 제법 부드러운 변속 감각을 자랑한다 .
200마력을 겨우 넘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 발진 감각이 꽤 가볍다 . 이전에 탑승했던 벨로스터 N처럼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묻으면서 전진하는 감각은 아니지만 , 등이 약간 뒤로 묻히는 것 같으면서도 공포스럽지는 않은 , 그래서 꽤 만만하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 이 감각은 확실히 서킷보다는 다른 차들이 많은 일반 도로에서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여차하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니 말이다 .
엔진의 회전 감각 그리고 소리에는 불만이 없다 . 아주 약간 레이서의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운전자를 자극하고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단지 시승차의 엔진 회전이 약간 껄끄러웠다 . 3~4000 회전 사이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 아마도 가변 밸브가 조작되면서 나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 똑같이 CVVD를 적용한 ‘쏘나타 센슈어스 ’에서는 감지할 수 없었던 소리인데 , 시승차만의 문제인 것 같다 .
그러고 보면 가변 밸브라는 것이 꽤 다루기 어려운 물건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 밸브 타이밍이 변하는 구간에서는 아무래도 소음을 내기 마련인데 , 일정한 가속이나 감속 또는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상황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 문제는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엔진 회전이 가변 밸브가 작동하는 구간에서 계속 머물 때다 . 이 때는 아무래도 엔진에 무리가 가게 되므로 기계적 또는 전자적으로 이 구간을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어쨌든 이 구간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만나기 어렵고 , 만약 스포츠 주행을 한다면 고회전 영역을 사용하게 될 것이니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그보다는 서스펜션 세팅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 코너에서는 제법 단단하게 버텨주면서 자세를 잡아주고 도로에서 범프를 만나면 너무 딱딱하지 않게 반응하면서 적절히 충격을 흡수해 준다 . 일반 모델과는 달리 뒷바퀴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는데 , 그래서 절묘한 서스펜션 세팅이 가능했던 것 같다 .
그래서 아반떼 N 라인은 고속도로에서 속력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는 것이 더 즐겁다 . DCT도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니 큰 불만은 없지만 , 그래도 수동변속기를 선택한다면 운전이 더 즐거울 것 같다 . 잘 달리고 잘 돌고 여기에 브레이크도 강화되어 있어 잘 서기까지 한다 . 달리는 것만을 중시하냐고 묻는다면 , 그것은 또 아니어서 보스 (BOSE)의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기도 좋다 . 여러모로 만능 엔터테이너랄까 .
완벽한 차는 아니지만 , 달리고 싶고 일반도로에서 역동성을 즐기고 싶다는 명제 하에서는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차다 . 게다가 아반떼의 실용성은 그대로 갖고 있으니 , 젊은 날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미래도 견뎌낼 수 있다 . 뒷자리에 성인이 탑승하기 힘들었던 이전의 아반떼 스포츠보다는 지금의 아반떼 N 라인이 더 좋다 . 그래서 구매할 것이냐고 ? 일단 같이 탑승한 동료 기자의 눈에는 하트가 가득하다 . 조만간 계약서에 서명하고 올 지도 모르겠다 .
SPECIFICATION _ HYUNDAI AVANTE N LINE
길이 ×너비 ×높이 4675×1825×1420mm | 휠베이스 2720mm
엔진형식 I4 터보 , 가솔린 | 배기량 1598cc | 최고출력 204ps
최대토크 27.0kg·m | 변속기 7단 DCT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2.8km/ℓ | 가격 277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