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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부드럽고 정숙함에 1억원 쓰려면 아우디 'e-트론' 타라

남현수 입력 2020.08.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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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사이드 미러가 돋보이는 아우디 e-트론

아우디 첫 전기차 ‘e-트론(이하 이트론)’을 부분 기대를 안고 시승했다. 이미 2018년 하반기 해외에 출시한지라 시승기가 많이 나온 모델이다. 테슬라 모델3 오너로 4개월간 타고 있는 경험을 살리면서 조목조목 비교해봤다. 한 마디로 이트론은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고급감은 테슬라 전기차를 압도한다. 하지만 주행가능거리나 성능에서는 모두 뒤진다. 첨단 전기차 기술보다는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편안한 승차감을 중시한다면 이트론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이다. 단 세컨카가 아니라면 매일 사용하기에 불편할 수 있겠다. 가장 중요한 전용 급속 충전소가 아우디 딜러 매장이라는 게 약점이다. 테슬라는 전용 슈퍼차저가 전국을 커버한다.

생각보다 긴 전장  쿠페 느낌도 난다


아우디스러운 매력적인 후면

우선 이트론 외관은 매력적이다. 중형 SUV라고 생각했는데 차체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중형  Q5, 대형 Q7 사이에 위치한다. 이 덕분에 실내공간이 넉넉하다. 길이 4900mm, 너비 1935mm, 높이 1685mm로 준대형급이다. 차고가 낮아 날렵한 인상을 더한다. 단점은 무거운 공차중량이다. 무려 2615kg로 엄청나다. 동급 내연기관 SUV보다 300~400kg 더 무겁다.

가장 특별한 버추얼 사이드 미러..정말 선명하다

얼굴은 아우디 그대로다. 전기차로서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금 다른 것 이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 가장 큰 특징은 좌우 '버추얼 사이드 미러'다. IT기술과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미래 자율주행차에 기본 장착될 장비다. 양쪽 도어 OLED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다. 해상도가 높아 주변 상황을 말끔하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버추얼 미러는 수동으로 안쪽으로 접을 수 있다. 왜 전동식이 아니냐고? 주행 중 가벼운 충돌 때 안전을 위해 접히는 수준이다. 주차를 할 때 기존 사이드 미러처럼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차체 상단부가 오목한 형태라 더욱 그렇다. 전동식 접이장치를 달지 않은 이유다.

​수직 스트럿이 들어간 8각 프론트 그릴과 양 옆으로 자리한 매트릭스 LED헤드램프는 럭셔리를 뽐낸다.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직선으로 연결되는 바디 라인과 윈도우 전체를 감싼 크롬 몰딩은 SUV다운 스포티함을 극대화한 요소다..

후면은 심플함이 돋보인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가 눈길을 끈다.

고급스러운 실내..전기차 다운 특징이 없어 아쉽다

실내는 인테리어의 달인 아우디 답게 무척 고급스럽다. 대시보드 대부분을 고급 가죽으로 감쌌다.기어 셀렉터는 인상적이다. 비행기 조종 레버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조작은 조금 불편하다. 센터페시아에는 위 아래도 터치 디스플레이가 2개다. Q7과 동일한 구성이다. 버츄얼 사이드미러 실내 화면은 손으로 꾹 눌러주면 카메라가 보여주는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버츄얼 콕핏 플러스' 계기판에는 회생제동을 에너지로 변환시켜 보여주는 '차지(charge)' 바늘이 달려있다.

2열 공간은 합격점

뒷좌석은 넉넉하다. 키 178㎝인 기자가 앉아도 무릎 공간이 주먹 3개 이상 들어간다. 날렵한 차체로 차고가 낮지만 머리 공간도 주먹 2개가 여유 있다. 복잡한 부품이 필요 없는 전기차라 실내 패키기에서 유리하다. 덩치 큰 성인 2명이 넉넉하게 앉아 갈 수 있다. 단 뒷좌석 등받이 각도 조절은 불가능하다.

넓은 트렁크 공간, 차박도 충분히 가능할 듯

트렁크는 정말 광활할 정도다. 2열을 접으면 차박에 딱 맞도록 평평하게 펴진다. 바닥 밑으로 꽤 널찍한 수납 공간도 마련돼 있다.

검은 커버 안에 정말 작은 수납공간이 숨어있다

보닛을 열어봤다. 검은 커버가 눈길을 끈다. 안쪽에 작은 수납공간이 숨어 있다. 테슬라에 비교하면 너무 작아서 쓸모가 있을까 할 정도다.

시승에 앞서 아우디코리아는 유독 브레이크-바이-와이어(brake-by-wire) 시스템을 강조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할 때 마다 에너지를 회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개념이다. 회생제동 회수량이 테슬라를 넘어 선다고 아우디는 강조한다. ‘믿거나 말거나’ 식이지만 말이다. 이건 사실상 운전 습관에 좌우되는 개념이다. 어쨌던 시승에서 회생제동을 적극 사용해보기로 했다.

2개의 전기 모터와 전자식 콰트로(e-콰트로)를 탑재한 새로운 구동 시스템도 테슬라와 비교해 볼요소다.  이트론 최고 출력은 360마력, 최대 토크 57.2kg.m다. 부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408마력, 67.7kg.m를 발휘한다.

시승 코스는 강원도 홍천군 세이지우드에서 출발해 홍천휴게소를 왕복해 돌아오는 64km 거리다.

출발 전 트립을 초기화..182km 주행가능거리가 나온다

전비를 계산하기 위해 거리를 ‘제로’로 리셋했다. 주행가능거리가 182km가 나온다. 세이지우드는 산 꼭대기라 약 10km 정도 내리막이다. 회생제동을 제대로 이용하면 주행거리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구간이다. 외부 기온은 25도로 덥지 않은 쾌청한 날씨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기어레버를 주행에 놓고 악셀을 밟았다. 예상대로 무척 정숙하게 발진한다. 승차감은 너무 부드럽다. 정말 기분이 좋다. 테슬라 모델3의 딱딱함 과는 차원이 다르다. 말랑한 승차감의 비결은 에어서스펜션 덕분이다. 더불어 높낮이도 조절이 가능하다. 최대 76㎜로 고속에서 26㎜ 높이를 낮추고 험지에서 50㎜ 더 높게 설정할 수 있다.

차체 바닥에는 700kg에 달하는 무거운 배터리가 위치한다. 무게 중심을 낮게 해주는 비결이다. 배터리 덕분에 균형이 제대로 잡히다 보니 앞뒤,좌우 쏠림이 줄어든다. 승차감이 부드러워도 차체가 휘청거리는게 덜 한 셈이다. 앞뒤 무게 배분 역시 이상적인 51:49다.

드디어 내리막 구간에 들어섰다. 사실상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사용하지 않았다. 앞 차와의 간격을 스티어링휠에 달린 회생제동 패들을 이용해 차간거리를 조절했다. 패들을 당기면 회생제동이 세게 걸린다. 물론 회생제동이 작동하면 리어 브레이크등이 점멸한다. 후행 차를 위한 배려다. 버츄얼 사이드미러는 생각보다 금방 적응한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 정말 깨끗한 해상도로 주변을 볼 수 있다

회생제동은 부드러운 브레이크 감각으로 생각하면 된다. 감속 느낌은 확실히 전달되지만 어지럽지 않다. 내리막길을 회생제동을 이용하면서 시속 20~40km를 유지했더니 어느덧 주행거리가 200km 이상으로 늘어났다.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악셀을 꾹 밟았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선다. 제로백이 엄청난 수준은 아니지만 무게를 감안하면 기분 좋은 가속력이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도 제대로 억제한다. 대신 시속 100km를 넘어가니 배터리 소모가 급격히 진행된다. 전비가 3km/Kw 수준으로 떨어진다.

고속도로에서 부스트 모드도 잠깐 사용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변속 레버를 S로 옮긴 후 풀 가속하면 된다. 급격한 가속이 이뤄진다. 대신 전비는 기대하면 안된다. 부스트 모드 사용 시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67.7㎏·m까지 치솟는다. 스포츠카 같은 파워는 아니지만 육중한 무게를 제대로 끌고 나간다. 제원상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5.7초 걸린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아쉬웠다. 실망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 평범하다. 앞차와 간격을 조율하는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뿐이다. 차선 중앙 유지는 기대할 수 없고 차선 이탈 경고만 한다.

31km를 주행했는데 회생제동 덕분에 주행가능거리가 늘었다

31km를 주행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행가능거리가 185km로 출발 때보다 오히려 늘었다. 회생제동에너지의 괴력이다. 휴게소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쉬어 본다.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기 때문에 민폐 걱정 안 해도 된다.

다시 세이지우드까지 돌아가는 길이다. 이번에는 전체 33km 구간 중에 오르막이 10km 정도 된다. 주행가능거리가 뚝뚝 떨어질 걸로 보인다. 다시 리셋을 한 뒤 출발했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여전히 일품이다. 오르막에 진입하면서 악셀을 깊게 밟아준다. 전비가 뚝뚝 떨어진다. 185km에서 시작한 주행가능거리가 32km를 주행하고 도착했더니 119km로 뚝 떨어졌다. 오르막에서는 회생제동 에너지를 흡수할 수 없다. 평지보다 두 배 이상 에너지를 소모한 셈이다.

오르막은 전기차에 치명적..주행가능거리 119km로 대폭 감소

이트론을 타고 총 64km를 주행했다. 1kw당 주행거리를 나타내는 전비는 3.5km 정도 나왔다. 배터리 용량 95Kw로 계산하면 주행가능거리가 332.5km가 나온다. 공인 전비 307km보다는 실주행에서 10% 정도 더 나왔다. 아우디코리아가 전비 테스트에서 속이 상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기차는 급가속이나 시속 120km 이상으로 고속 주행을 하면 전비가 정말 뚝뚝 떨어진다.

​테슬라에 비교하면 가속성능이나 주행거리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뒤진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무거워서다. 무겁다 보니 전비가 떨어지고 가속력도 놀랄 만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제로백이 무려 6초가 넘는다. 테슬라 모델3는 싱글모터로 제로백이 4.6초에 불과하다.

아래로 열리는 충전포트

​다음은 충전 효율성이다. e트론은 150kW 고출력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최대 120kW인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속도보다 빠르다. 전용 급속충전기로 80%까지 채우는 데 25분, 100%까지 충전하는 데 47분이 소요된다고 아우디코리아는 자랑한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다. 아우디 전국 41개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 전용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35대를 추가로 설치한다고 하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애로 사항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 위치가 생각보다 불편한 곳이 꽤 된다. 일반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4시간 이상을 계산해야 한다.

더구나 가격대는 1억원이 훌쩍 넘는다. 겨울 전비가 떨어져 전기차 보조금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가성비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이미 아우디 딜러들은 1천만원 이상 할인을 진행한다. 1억원 전후에 구입이 가능하다.

단점도 넘치지만 장점도 꽤나 된다. 테슬라에서 구경할 수 없는 럭셔리한 실내, 부드러운 가속력,그리고 아우디 특유의 5감을 살리는 요소다. 기분 좋은 신차 냄새와 만질 때마다 느껴지는 질 좋은 가죽과 인조 알칸타라 마무리, 아울러 고속에서도 너무 정숙하다. 여기에 뱅앤울룹슨 고급 오디오 시스템도 한몫 한다. 이트론은 말 그대로 아우디의 첫 전기차다. 시험 성격이 강하다. 처음 만든 전기차라고 생각해보면 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가격 할인만 더 진행된다면 장바구니에 넣고 고민할 가치가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이트론은 ‘얼리 어답터’ 보다는 부유한 중장년층이 럭셔리 전기차를 세컨카 정도로 구입하면 안성맞춤이다. 뒷좌석에 가족을 태우고 조용함 속에 근교 나들이에 적합하다. 멀리 간다고 생각하면 단단히 충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게 상책이다. 도심에서 출퇴근과 골프 같은 레저 정도에 딱이다. 친환경까지 겸비했으니 말이다.

한 줄 평

장점 : 부드러움의 정석..정숙성과 내장재도,냄새도 좋아 5감 만족

단점 : 너무 비싸고 충전도 불편하고 주행거리도 짧고..처음 만들었잖아!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