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박서, 시동을 터트리다. BMW R 18

조회수 2020. 11. 6. 11:02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빅 박서, 시동을 터트리다

BMW R 18

BMW모토라드가 만드는 크루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 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드디어 국내에 출시한 R18의 첫인상은 길고 낮은 실루엣에 존재감 넘치는 크기, 깔끔하게 마감된 디자인까지 기대이상이었다.


R 18은 BMW모토라드의 크루저에 대한 두 번째 도전이다. BMW는 1997년 R 1200 C로 크루저 시장에 도전했던 과거가 있다. 하지만 레트로 모터사이클 붐을 이끈 알나인티 시리즈의 성공으로 새롭게 자신감을 얻은 BMW모토라드는 R18로 크루저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 할리데이비슨으로 대변되는 크루저 시장은 북미는 물론 유럽에서 개척할만한 가치가 있는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디자인

R18의 디자인은 존재감과 세련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덕분에 어디를 가든지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디자인의 모티브는 과거의 유산인 R5에서 가져왔다고 하지만 그 결과물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크루저의 모습이다. 두툼한 커버가 포함된 프런트 포크나 연료탱크에서부터 시트, 리어펜더로 이어지는 실루엣은 크루저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 V트윈 엔진이 아니라 큼직한 박서 엔진이 올라가니 R 18만의 개성적인 모습이 된다. R18을 타고 다니는 동안 라이더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이건 크루저지만 타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기존의 크루저와는 달라 보인다는 뜻이다. 좋은 신호다. 


(좌)달리는 것을 옆에서 볼 때 노출된 샤프트드라이브의 움직임이 눈으로 보이는 것도 상당히 근사하다. 정작 운전자는 달리는 동안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다/(우)사이드 커버에는 R 18로고와 퍼스트에디션 배지가 달려있다

여기에 차체를 구성하는 부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고 페인팅 품질이나 크롬의 질감도 완성도를 높인다. 차체 곳곳에 ‘베를린 빌트’라고 써놓은 것에서 그들의 자부심도 느껴진다. 측면에서 봤을 때 흡기라인부터 피시테일 스타일의 머플러까지 이어지는 S라인이 매력적이다. 매니폴드의 굵기가 상당하고 크롬으로 반짝이니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엔진 둘레에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 점도 좋다. 그리고 이 모델은 기본사양이 아닌 퍼스트에디션이다. 이름 그대로 첫 등장을 더 멋지게 선보이기 위한 일종의 초회 한정 모델이다. 엔진둘레와 캘리퍼 핸들바 및 그립 등 차량 전반에 크롬 파츠를 두르고 있다. 여기에 연료탱크와 리어펜더에 장인이 손으로 그려서 만드는 스트라이프 장식이 더해지는 등 기본 모델보다 화려한 구성이다.


(좌)리어 디스크는 전륜과 동일한 300mm 싱글디스크다/(우)전륜에는 300mm더블디스크로 제동력은 무난한 편이다

여러 부분에서 BMW의 고민이 느껴지고 크루저 시장을 분석해 타협한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와 클러치 레버부터 기존의 BMW라이더들이 아닌 아메리칸 크루저 라이더들에게 익숙한 두툼한 타입의 레버를 사용한다. 또한 R 18의 차량중량은 345kg로 차체 전반에 경량화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실 크루저 특유의 매끄러운 주행감각은 묵직한 무게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또한 차체를 낮게 깔아 스타일리시한 실루엣을 만들었지만 코너에서의 기울일 수 있는 각도의 한계도 함께 낮아졌다. 이렇듯 기존의 BMW라면 하지 않았을 설정들이 바이크 전반에 들어있다.


존재감의 원천

엔진은 R 18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압도적인 엔진의 크기도, 1802cc의 배기량도, 밸브구동방식이 고전적인 OHV(오버헤드밸브)라는 점도 놀랍다. 유로5 규제를 앞두고 있는 2020년에 공랭OHV 엔진을 새롭게 개발하고 출시했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다. OHV방식은 푸시로드를 이용해 밸브를 여닫는 방식으로 엔진 헤드가 아닌 엔진의 중앙에 캠이 들어있는 방식이다. 엔진 헤드에 캠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헤드의 사이즈와 엔진의 길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 엔진의 시동을 걸면 깜짝 놀라게 된다. 엔진의 회전축이 세로로 배치된 박서엔진은 갑자기 돌아가면 그때의 반동으로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를 토크 리액션이라고 하는데 이전의 박서엔진은 회전축을 한번 뒤집어서 토크 리액션을 상쇄시키는 구조를 도입하고 회전질량을 줄여서 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R 18엔진은 지금까지의 어떤 바이크보다 강력한 토크 리액션을 보여준다. 피스톤부터 미션까지 회전하는 부품들의 질량이 역대 박서 중 가장 무겁기 때문이다. 특히 시동이 걸리는 순간 엔진의 회전수가 확 높아졌다가 낮아지는데 이때 방심하면 진짜로 놀라게 된다. 이는 단점이라기보다 박서엔진의 특성을 이용한 의도된 연출이고 이것이 상당히 박력 있는 첫인상을 만든다.


"엔진의 회전감각은 독특하다. 커다란 쇳덩이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박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엔진의 회전감각은 독특하다. 커다란 쇳덩이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박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굵직한 진동이 살아있고 엔진 안에서 열심히 피스톤질을 해대면 그것이 동력으로 바뀌어 바이크를 움직이는 과정이 라이더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구동계에 일반적인 벨트나 체인이 아닌 샤프트 드라이브를 채택하는데 이 때문에 엔진과 뒷바퀴의 직결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거친 세팅으로 기존의 BMW와는 상당히 다르다. 배기음의 음색이 좋고 음량이 아주 작은데 몸으로 느껴지는 고동감 덕분에 주행 시 박력은 충분히 전달된다.


(좌)이건 몇cc에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을 예상한 듯 엔진에는 배기량을 큼직하게 써 두었다/(우)엔진과 흡배기 라인은 크롬으로 덮여있어 보석처럼 빛난다

스펙상 가속능력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8초 정도로 모터사이클 중에는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가속 시에는 토크감이 좋아 경쾌하게 속도를 붙이기 때문에 느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묵직한 차체가 속도를 붙일 때는 절대적 질량이 만들어내는 박력 덕분에 더 빠르게 느껴졌다. 저회전 토크에 집중한 엔진이지만 의외로 고회전에서도 가속이 무뎌지지 않는다. 주행모드는 ‘ROCK’ ‘ROLL’ ‘RAIN’으로 이름 붙여졌는데 스로틀이 가장 활발하게 반응해서 퍼포먼스 크루저의 느낌으로 탈 수 있는 ROCK모드가 마음에 들었다.


(좌)헤드라이트는 중앙에 DRL을 포함한 LED 램프를 사용한다/(우)크고 우아한 리어펜더도 장인의 솜씨가 발휘 된 스트라이프 디자인이 더해졌다

핸들링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엔진의 자이로효과가 차량의 기울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로 배치형 엔진의 특징인 가벼운 핸들링은 R 18에서도 유효했다. 휠베이스가 1,731mm의 바이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가볍게 눕고 돌아간다. 다만 핸들링의 경쾌함과는 다르게 뱅킹한계는 상당히 낮다. 코너를 조금만 빠르게 들어가도 풋패그 끝의 뱅킹센서가 노면에 벅벅 긁히는 소리를 낸다. 한계를 인정하고 속도를 한 템포 줄여서 여유를 두고 달리면 와인딩도 꽤나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최신 모델답게 전자장비도 충실히 챙기고 있다. 가속과 감속 시 트랙션을 유지하는 ASC와 MSR을 탑재하고 키리스라이드(스마트키)와 힐스타트 컨트롤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는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라이더를 보조한다.


미드컨트롤 크루저

주행 포지션은 역시나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엔진 위치 때문에 발을 앞으로 뻗는 포워드 컨트롤 자세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커스텀으로도 해결하기가 쉽지않다. 이는 콘셉트 시절부터 라이더들 사이에서 제기되던 문제다. 시트 아래 풋패그가 위치하는 미드 컨트롤 자세는 편안하면서도 대형 바이크를 다루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다리를 앞으로 쭉 뻗는 포워드 컨트롤은 조금은 불량해 보이기도 하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장르에는 없는 크루저의 상징 같은 자세다. 이에 비해 미드 컨트롤은 다소곳해 보이는 포지션이다. 그러다보니 아쉬움을 말하는 라이더들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시선을 살짝만 내려도 눈앞에 보이는 좌우로 툭 튀어나온 엔진의 존재감은 포워드 컨트롤과 바꿀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 매력적이었다. R 18의 주행 감성의 반은 이 엔진의 존재감이니까.


(좌)할리데이비슨을 연상케하는 두툼한 레버가 채택된 것에서 BMW의 야심을 느낄 수 있다/(우)간결한 디자인의 원형 계기반에는 정말 많은 정보를 빼곡하게 넣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 댓글들에서 본 R 18의 엔진에 대한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엔진의 바로 뒤에 다리가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주행 시 뜨겁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발목 둘레가 약간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수준이지 뜨거워서 불편한 일은 없었다. 엔진 뒤편은 공기가 들어가는 흡기 쪽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타구니 사이가 데워지는 V트윈 엔진들보다 쾌적하게 느껴졌다. 넘어지면 엔진에 다리를 다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반대로 엔진이 다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실수로 넘어지면 엔진이 고장 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BMW모토라드는 자체적으로 전도 실험으로 충격테스를 거쳐서 만들기 때문에 엔진 커버에 상처는 나겠지만 제자리 전도로는 어지간해서 고장나는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측은 엔진에 발이 걸려서 리어브레이크 조작이 불편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발이 표준사이즈에 비해 많이 큰 편(300mm)인데 실린더에 발이 걸려 브레이크 레버를 밟는 것이 불편했다. 박서엔진은 좌우대칭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른쪽 실린더가 좀 더 뒤쪽에 있기 때문에 브레이크 레버가 있는 오른쪽 발 공간이 더 좁다.


위에서 바라보면 탱크부터 리어와 머플러 라인이 꽤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좌우 엔진의 옵셋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감성의 차별화

R 18은 크루저 장르의 재도전인 만큼 오랜 시간 동안 크루저 시장 흐름과 라이더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잘 느껴지는 바이크였다. 그렇다면 크루저 클래스의 원조격이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아메리칸 크루저들과의 비교해 보면 어떨까? 엔진의 배기량이나 실린더 직경과 스트로크, 그리고 푸시로드가 있는 OHV방식까지 유사한 설정이다. 엔진의 레이아웃이 전통적인 크루저는 V형2기통을, R 18은 수평대향으로 구성했을 뿐이다. 하지만 무게나 출력, 토크 등의 성능에서 R 18이 경쟁모델들에 비해 특별하게 앞서는 부분은 없었다.


그럼 R 18이 별로란 말일까? 아니, 실제 주행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경쟁력이 있는 모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BMW들처럼 성능이나 전자장비, 옵션 등으로 차별화를 둔 것이 아닌 엔진의 필링, 주행 감성으로 차별화하고 있고, 이 점은 꽤나 성공적이다. 새로운 도전자의 정체되어 있던 크루저 시장에 오히려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2021년 크루저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주목된다. 확실한 것은 R 18이 그 흐름의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후진 모터

R 18에는 후진기능이 있다. 차체도 무겁고 엔진이 다리 앞에 있어 앉아서 후진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 후진 기능이 꽤 유용하다. 앞서 K 1600 시리즈에서 선보인 후진 기능과 마찬가지로 시동모터의 힘을 이용한다. 다른 점은 버튼을 눌러 후진모드에 진입하던 것과 달리 엔진 옆의 레버를 이용해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법은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기어를 중립에 두고 후진 기어 레버를 돌려서 기어를 물린 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위이잉”하는 모터음이 들리며 뒤로 움직인다. 후진을 마치고 후진기어 레버를 풀면 중립상태가 된다. 이때 기어에 힘을 받고 있으면 중립으로 잘 안 빠지기 때문에 바이크를 앞뒤로 움직이며 빼는 등 약간의 요령이 필요했다. 후진 기어가 물린 상태에서는 바이크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카페 앞에서 멋지게 후진한 뒤 기어가 안 빠져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날로그적인 조작이 나름 재미요소가 된다.





BMW R 18 First Edition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수평대향 2기통 OHV 4밸브    보어×스트로크 107.1 × 100(mm)    배기량 1,802cc    압축비 9.6 : 1    최고출력 91hp / 4,750rpm    최대토크 158Nm / 3,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9mm 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캔틸레버    타이어사이즈 (F)120/70 R 19 (R)180/65 B 16    브레이크 (F)300mm더블디스크 (R)30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440×964×미발표    휠베이스 1,731mm    시트높이 690mm    차량중량 345kg    판매가격 3,370만 원








글/사진 양현용 편집장(월간 모터바이크) 취재협조 BMW 모토라드 www.bmw-motorrad.co.kr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