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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서 강병휘와 모터트렌드가 1600km 도전하다

모터트렌드 입력 2020.09.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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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폭스바겐 투아렉은 무겁고 큰 SUV이기 때문에 연비가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운전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레이서 강병휘와 <모터트렌드> 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밀레밀리아에 도전했다


무모한 도전 : 과연 누가 공인 복합연비 10.3km/ℓ, 무게 2250kg의 투아렉을 가지고 밀레밀리아에 도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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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불던 초여름 어느 날, 시승을 끝내고 강병휘와 함께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때 우리는 이런저런 자동차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이야기 도중 강병휘가 나의 관심을 확 사로잡는 이야기를 던졌다. “그게 정말 가능해요?” 의심이 많은 나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강병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난 그가 눈을 반짝일 때 마음을 졸이는 편이다.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니까. 이번에도 그랬다. 폭스바겐 투아렉 3.0 TDI로 1600km 주행, 그러니까 밀레밀리아 경주에 도전하자는 것이었다.

만약 폭스바겐에서 2.0ℓ TDI 엔진을 품은 녀석들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밀레밀리아에 도전할 차는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SUV 투아렉이다. 공인 복합연비가 10.3km/ℓ인 데다 무게도 2톤이 넘는다. 연료탱크 용량은 90ℓ이긴 하지만 고속도로 연비(11.5km/ℓ)를 고려해도 주행거리가 간신히 1000km를 넘는다. 도전 자체를 회의적으로 여기던 나와 달리 강병휘는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듯 시승차의 속도를 조절하며 말했다. “실패하면 어때? 도전해 보는 게 중요하지. 또 알아? 밀레밀리아에 성공할지?” 난 또 금세 그의 말에 넘어갔다.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는 건 <모터트렌드>가 아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대면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우리다. “좋아요. 그럼 제가 한번 판을 깔아볼게요.” 처음부터 강병휘는 이런 반응을 끌어내려고 운을 띄웠을지 모른다. 의도가 어떻든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나도 못내 궁금해졌으니까. 투아렉을 타고 밀레밀리아에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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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휘의 아이디어와 2015년 <모터트렌드> 밀레밀리아를 기획했던 이진우 편집장의 자료와 의견을 토대로 판을 키웠다. 단순히 ‘투아렉을 가지고 1600km를 달린다’는 아이디어는 영상 촬영, 대결 구도, 전국 팔도를 모두 달릴 것 등으로 확대됐다. 강병휘에 맞서는 <모터트렌드>의 대표 선수로 고정식 온라인 디렉터가 결정됐다. 신체 연비는 남들보다 떨어지지만 2015년 <모터트렌드> 밀레밀리아에 참가한 경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가장 난관이었던 작업은 1600km 코스를 짜는 것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해안선을 따라 돌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루트로 달리면 코스의 총 길이는 약 1300km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충청북도를 달리지 못해 전국을 달린다는 명분 역시 희미해진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가도 중간에 내륙으로 들어와야 하는 코스가 더해졌다. “내륙에는 산이 많아 연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는데….” 마지막으로 코스를 확인한 강병휘와 고정식은 불만을 토로했지만, 서울을 출발해 전국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서울로 오는 데까지 딱 1600km를 맞춘 코스를 바꿀 수가 없었다. 코스는 정해졌고 성공 여부는 그들의 역량과 투아렉에 달렸다.

Day 1

한강 시민공원에서 인트로 촬영을 마치자마자 양재 만남의 광장(부산 방향)으로 출발했다. 그곳에서 두 도전자는 어쩌면 이틀 동안 열지 않을 투아렉의 주유구에 기름을 가득 넣었다. 주작 의심을 받을지 몰라 두꺼운 테이프로 주유구를 봉인하고, 테이프 위에 두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테이프를 뗀 흔적이나 이름의 글씨가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무조건 실격이었다.

먼저 출발한 건 강병휘였다. 강병휘는 빠르게 달리는 레이서로도 유명하지만, 국내 한 언론사가 주최한 연비 대회에서 몇 번이나 1등을 차지할 만큼 짠돌이 운전에도 일가견이 있다. 공기압도 40psi까지 올리며 승차감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연료를 적게 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강병휘에 이어 고정식도 출발했다. 사실 이전까지 그의 얼굴에서 승부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결 당일이 되자 얼굴에서 웃음기가 쏙 빠지고 대결에 임하는 각오가 달라졌다. “<모터트렌드> 대표로 나왔는데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지.” 이제부터 진짜 대결이었다.

첫째 날엔 전라북도 군산(300km 지점), 경상남도 산청(610km)을 거쳐 980km를 달려 경상북도 포항까지 가는 코스다. 사실 첫째 날 주행거리를 900km 정도로 정해놨지만, 다음 날 있을 약 200km 국도 주행과 태백산맥을 넘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되도록 첫째 날 많이 달리자는 의견에 두 사람 모두 동의했다. 출발하기 전 가장 큰 걱정거리는 1박 2일간의 날씨와 도로 위 사정이다. 올해 장마는 유례없이 길었고, 태풍도 잦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비는 촬영의 가장 큰 적이다. 그리고 연비와 운전자의 컨디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도로 위 교통량도 마찬가지다. 좋은 연비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정속으로 주행하는 게 가장 좋다. 잦은 브레이크 사용과 고르지 않은 스로틀 제어는 연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첫째 날 날씨는 화창했고 도로 위 교통량도 많지 않았다. 좋은 기록을 기대해도 될 만큼 말이다.

복병 등장 : 고령 분기점 부근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횟수가 많아졌고, 속도 역시 40% 이상 줄었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고령 분기점 부근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졌다. 차의 주행 속도는 40% 이상 줄었고, 비상등을 켰으며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진행차였던 티구안의 연비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정체도 시작됐다. 출발하고 멈추기를 반복하며 약 20km를 달려서야 소나기와 교통체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맞이한 하늘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낮게 내려앉은 구름에 태양 빛이 머물며 붉게 물들었다. 낮게 깔린 먹구름 속으로 석양이 가려질 땐 구름이 태양을 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포항 숙소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먼저 출발했던 강병휘였다. 그의 표정이 묘했다. 속내를 감춰버린 표정이랄까? 하지만 그가 아는지 모르는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을 발견했다. “연비가 생각보다 잘 나왔나 보군요?” 그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투아렉 연비가 좋은데? 오늘 목표는 리터당 20km대 연비를 달성하는 거였는데 시작이 나쁘지 않아. 내륙을 들어갔다 나왔는데 이 정도 수준이라면 밀레밀리아도 충분히 가능하겠어.”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뒤이어 도착한 고정식은 어땠을까? 그의 이야기도 강병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양호해. 실시간 연비 현황을 계기반에 띄어놓고 주행을 했거든. 시속 75~80km라면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의 주행을 방해하지도 않고 높은 연비를 뽑아낼 수도 있어.” 고정식과 달리 강병휘는 시속 80~90km로 달렸다.

“그래도 좀 빨리 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달리다간 1박 2일이 아니라 2박 3일은 해야 끝나겠어.” 강병휘가 우스갯소리로 고정식을 압박했지만 고정식은 태극권으로 상대의 주먹을 흘리듯이 말했다. “저는 몸이 페널티라 더 신경 써야 한답니다.” 계기반을 몰래 훔쳐본 결과 연비는 막상막하였다.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무심코 두 차의 연비가 비슷하다고 말해버렸다. 그 이야기를 들은 강병휘와 고정식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Day 2

아침은 분주했다. 사진과 영상 스태프들은 촬영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강병휘와 고정식 역시 국도 주행과 태백산맥을 넘을 전략을 짜고 있었다. 매번 빨리 도착해 먼저 출발했던 강병휘는 고정식에게 출발 순서를 양보했다. 고정식의 전략을 확인할 생각인 것 같았다. 고정식은 어제와 똑같이 실시간 연비를 확인하며 가겠다고 말했지만,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국도에서 얼마만큼 효력이 있을지 미지수였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침 식사는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며 식사할 방법이기도 했다.

강병휘, 고정식의 전략은 서로 달랐다. 강병휘는 상황에 따라 주행 방법을 수정한 반면, 고정식은 실시간 연비를 주시하며 달렸다.

둘째 날은 강원도 양양(1230km 지점)과 충청북도 진천(1480km 지점)을 거쳐 목적지인 경기도 성남(1603km 지점)까지 도착하는 코스다. 포항에서 강원도 삼척까지 약 200km 구간은 고속도로가 없다. 게다가 편도 2차선 국도엔 신호등도 많다. 첫째 날 연비를 끌어올려야 성공한다는 강병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첫째 날과 달리 강병휘의 페이스는 조금 느려졌고, 반면 고정식의 페이스는 조금 빨라졌다. 그렇다고 고정식이 강병휘 앞에서 달리는 건 아니었다. 출발할 때만 앞서 나갈 뿐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강병휘 뒤에서만 달렸다.

국도 주행이 끝나고 만난 강병휘는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연비가 떨어져 울상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웃고 있었다. “국도 주행이 재미있네. 고속도로보단 연비가 좋진 않았지만 차를 제어하는 즐거움이 있어. 나중에 고속도로를 오르지 말고 국도로만 연비 대결을 해도 되겠어.” 이내 고정식이 강병휘를 말렸다. “그런 말 마세요. 말이 씨가 됩니다. 이 대결도 그렇게 시작한 거잖아요.” 트립 컴퓨터를 확인해보니 그들의 운전 시간은 16시간에 가까워졌다. 혹시 모를 졸음운전을 대비해 첫째 날보다 더 많이 휴식하고 졸음 껌과 커피 등을 투아렉 실내에 비치했다.

“국도 주행을 하니까 어제 달성해놓은 연비가 많이 깎이긴 하네요. 저는 신호등 눈치를 엄청나게 봤어요. 최대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려고요. 그런데 쉽지 않더라고요.” 고정식은 계기반 보랴, 신호등 보랴 그의 작은 눈이 더욱 피곤해 보였다. 강병휘는 이미 끝마친 구간에 미련을 갖지 않았다. “국도보다 태백산맥이 더 걱정이야. 다음 코스부터는 대부분 산지 지형이라 엔진 회전수를 더 올려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오르막이 있다는 건 내리막도 있다는 이야기니까. 크게 기지개를 켠 두 사람은 다시금 투아렉에 올라 길을 떠났다. 국도와 태백산맥 구간을 끝마친 강병휘와 고정식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연비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두 사람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두 사람 모두 밀레밀리아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 코스를 너무 짧게 설정한 거 같은데? 이 정도 컨디션이라면 2000km도 가능하겠어!” 응? 2000km라고?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강병휘와 고정식이 나란히 1603km 지점인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지막 휴게소부터 성공의 냄새가 폴폴 나긴 했지만 결과를 직접 마주하니 나 역시 벅찬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21시간이 넘는 운전으로 두 사람이 피곤해 보이기도 했지만 1600km를 완주했다는 성취감이 얼굴에서 묻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서로의 연비 결과를 더 궁금해했다.

두 사람의 성화에 각 차의 트립 컴퓨터를 재빨리 확인했다. 결과를 몇 번이나 확인해도 누가 승리를 했는지 확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누가 승리했냐고? 그럼 위에 있는 영상을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1박 2일 동안 펼쳐진 두 남자의 처절한 연비 주행은 물론 나를 혼란으로 빠뜨린 결과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엉뚱한 도전을 상상하다

문득 물음표가 떠올랐다. 한 번 주유로 얼마나 멀리 달려볼 수 있을까? 기록들을 검색해봤다. 국내 사례는 찾기 어려웠지만 몇몇 해외 기록은 찾아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연비 기록 대부분은 폭스바겐의 TDI 엔진으로 달성한 경우가 많아 보였다. 2.0ℓ 디젤 엔진과 수동변속기 조합이거나 혹은 더 작은 배기량의 엔진이 달린 소형 해치백 모델 위주였다. 미국이나 호주에서 좋은 기록을 낸 경우도 많은데 평지가 많은 지형 덕도 있었으리라. 그럼 산악 지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덩치 큰 3.0ℓ급 대형 SUV로는 한 번에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무언가 도전이 고팠던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아이디어를 <모터트렌드>에 던졌다.

그리고 몇 주 후, 우린 연료를 가득 채운 투아렉 주유구를 테이프로 봉인하고 있었다. 목표는 1박 2일 동안, 1600km 이상을 무급유로 달리는 것. 24시간 내구레이스보다 운전석에 앉는 시간이 더 길었고, 혼자 달려야 하는 거리도 훨씬 멀다. 최고의 연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선하고 건조한 날씨가 좋지만 우리의 초장거리 여정은 30℃가 넘는 더위와 비 소식으로 가득했다. 고온의 습한 공기는 연소효율에 불리하고 노면에 고인 물 역시 주행 저항을 높이니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연비 향상을 위해 특별한 인내를 감수한 건 아니다. 일반적인 고속도로 평균속도 페이스에 맞춰가며 이동했고, 에어컨도 자동으로 설정했으며, 무게를 줄이기 위해 뭔가 내려놓지도 않았다.

서해와 남해 그리고 동해 풍경을 모두 눈에 담았으며 수십 개의 고속도로 분기점을 통과하면서 한국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다. 트립 미터에서 주행한 거리와 주행 가능한 거리의 합이 2000km를 넘어설 땐 카메라 감독님과 함께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시종일관 안락했고, 22시간 동안 1600km 여정에 성공한 직후에도 한 번 더 달려보자고 너스레를 떨 만큼 시트가 편안했다. 도전은 그 자체로 언제나 의미가 있다. 특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6기통 대형 SUV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제 다음 도전으로 무얼 해볼까?

글_강병휘

가능해? 가능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연료탱크 용량이 90ℓ에 이르러도 V6 3.0ℓ 엔진으로 한 번 주유에 1600km 주행은 가당치 않아 보였다. 심지어 무게도 2톤을 훌쩍 넘겼고 타이어 폭도 285mm나 됐다. 그래서 굳이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가속과 감속만 신경 쓰며 달릴 때 효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실험해보자는 심정이었다. 주행모드는 내내 에코 모드를 사용했다. 에어컨은 자동 모드, 온도는 24.5℃로 설정했다. 타이어 공기압은 40psi로 맞췄다. 이 정도면 더운 날씨에 고속도로 위주의 코스라 주행 중에는 44~45psi까지 올라간다.

주행하면서 가·감속 외에 유일하게 신경 쓴 건 탄력주행이었다. 에코 모드에서는 내리막에서 가속페달을 완전히 놓으면 변속기와 동력이 완전히 분리돼 관성과 중력으로만 달린다. 이걸 코스팅 모드라고 하는데, 이때 투아렉은 경사가 조금만 가팔라도 속도를 높였고, 낮은 경사에서도 속도가 잘 줄지 않았다. 서해와 남해, 동해고속도로의 낮고 긴 내리막에서 코스팅 모드로 연비를 꽤 높일 수 있었다. 달리면서 수시로 실시간 연비를 확인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380km를 달렸을 때는 주행가능거리가 1710km까지 올라갔다. 더하면 2090km. 이때부터는 특별한 변수만 없으면 1600km 주행이 진짜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튿날 7번 국도에서 거의 모든 신호에 걸리며 애써 높인 연비를 꽤나 깎아 먹었다. 신경이 곤두섰다.

늦은 오후 수도권에 들어서면서 페이스 유지가 점점 어려워졌다. 늘어나는 교통량을 이겨낼 수 없었다. 특히 최종 목적지 직전의 교차로에서는 정체가 심했다. 이때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으로 꺼진 엔진에 갑자기 시동이 걸려 타는 가슴을 삭여야 했다. 투아렉은 앞차가 출발하면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 출발하라고 알려주는데, 하필이면 그 기능이 그때 작동한 거다. 쓰린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지만 보람을 느끼기도 전에 긴장이 탁 풀리며 무념무상에 빠졌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대로 주저앉으면 창피할 것 같아 간신히 차에 기댔다. 하지만 왠지 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거렸다.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이렇게 도전에 중독되나?

글_고정식

숨은 조력자 티구안 올스페이스

밀레밀리아에 참가한 두 대의 투아렉을 따라가려면 그에 걸맞은 진행차가 필요하다. 우리의 선택은 티구안 올스페이스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많은 편의·안전 장비를 챙겼는데, 그중에서도 트래픽 잼 어시스트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레인 어시스트 등 준자율주행 기능들이 연동해 스스로 차선을 따라 주행하며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한다. 출발과 정지도 알아서 하니 고속도로뿐 아니라 시내에서도 쓰임이 쏠쏠할 거다. 게다가 누가 운전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다. 덩치가 너무 크지 않고 운전도 쉬워 처음 운전대를 잡아도 당황할 일이 거의 없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넉넉한 공간이다. 티구안보다 길이 215mm, 휠베이스 110mm를 늘렸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게 아니라 2열 다리 공간이 60mm 늘어나고 슬라이딩 기능까지 더해 승차 환경이 안락하고 편하다. 진행차는 티구안 7인승 모델이었는데 식사하러 이동할 땐 3열 시트를 세워 사용하고, 촬영 때에는 시트를 접어 짐을 실었다. 3열 시트를 폴딩하면 230ℓ에서 700ℓ로 짐공간이 늘어난다.

2열에 앉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건 바로 1열 시트 등받이에 붙어 있던 간이 테이블이었다. 1박 2일 동안 한반도 한 바퀴를 돌아야 하는 촬영 환경상 차에서 작업할 일도, 식사할 일도 많았다. 간이 테이블은 티구안을 달리는 사무실, 움직이는 식당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경유지에서 데이터 백업과 같은 작업으로 시간을 허비할 일이 없었다.

글_김선관

1박 2일 동안 우리에게 떨어진 모종의 숫자들

2340 촬영한 시간(분) 62.2 촬영 동안 마신 음료(ℓ)
932 촬영 영상 저장한 메모리(GB)
954 촬영한 사진(장)
34 이틀간 평균기온(℃)
1,305 강병휘가 운전한 시간(분)
1,349 고정식이 운전한 시간(분)
162,300 차 석 대의 고속도로 통행료(원)
24.5 강병휘, 고정식이 선택한 실내 온도(℃)
74 강병휘가 탄 투아렉의 평균속도(km/h)
71 고정식이 탄 투아렉의 평균속도(km/h)
1,604 <모터트렌드>가 준비한 코스의 총 길이(km)
1,943 강병휘가 주행한 거리와 주행가능거리의 합(km)
1,927 고정식이 주행한 거리와 주행가능거리의 합(km)
68 거쳐온 도시(곳)
90 투아렉 연료탱크 용량(ℓ)
2967 투아렉 V6 3.0 TDI 엔진 배기량(cc)
100,350 투아렉 풀탱크 주유비(원)
10.3 투아렉 3.0 TDI 복합연비(km/ℓ)
2250 투아렉 3.0 TDI의 무게(kg)

-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 준수사항에 따라 당 콘텐츠는 폭스바겐 코리아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장현우(장현우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