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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거울이 없어지고 있다

모터트렌드 입력 2020.07.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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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면서 존재를 위협받는 기능들이 있다. 자동차 거울도 그중 하나다. 머지않아 자동차 거울이 CMS로 대체될까, 기술의 진보는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길일까?


사라져가는 기계식 조작법

테슬라 모델3가 지향하는 미니멀함은 내가 살고 싶은 삶에 가까웠다. 그런데 모델3 시승은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웠다. 거의 모든 기능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된다는 것을 숙지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센터콘솔을 힘으로 열려 했다. 자동차 일을 오래 한 선배도 시승이 끝날 때까지 비상등 버튼을 찾지 못했다는 시승 후기를 들려줬다(비상등 버튼은 다행히(?) 버튼의 모습으로 천장에 있다). 역시 습관이 무서운 거다.

그럼에도 ‘테슬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도 처음엔 말초신경 곳곳에 스민 해묵은 습관들을 거두는 데 부침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기능이 디지털로 입력되는 모델3에서는 운전대를 돌리는 것 외에 팔심을 쓸 일이 잘 없다. 테슬라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요즘 자동차 대부분이 기계식 장치와 조작법을 디지털화하는 추세다. 힘껏 당겨야 했던 사이드 브레이크는 우아하게 딸깍하는 버튼이 됐고, 닭다리 변속기는 세련된 다이얼이 됐다. 지난 몇 년간 자동차는 비약적 발전을 이뤘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기능들은 과거에 퇴적됐다.

CMS가 거울을 대체하게 될까?

사라질 위기를 맞은 것 중 뜻밖의 장치가 있다면 자동차 거울이다. 후방을 확인할 수 있는 룸미러와 옆 차선을 살필 수 있는 사이드미러는 주행에 필수적인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지않은 미래에는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CMS(카메라 모니터 시스템)로 대체할 예정이다. CMS는 기존 사이드미러와 자동차 후방에 설치된 카메라가 송출하는 이미지를 자동차 내부 디스플레이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거울보다 더 큰 화각을 확보해 운전자는 사각지대 없이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 사이드미러가 사라지면 공기저항이 줄어 공력 성능을 높인 획기적인 차체 디자인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실내 풍절음을 줄이고 연비를 절약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룸미러를 카메라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면 자동차 후방 유리를 통한 시야 확보가 불필요하다. 뒷좌석에 짐을 높게 쌓거나 앉은키가 큰 사람이 앉아도 방해받지 않는 것이다.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에서 CMS를 적용한 콘셉트를 선보였고 일부 브랜드에서는 이미 양산화했다. 사실 CMS 기술이 거울을 대체할 거라 관측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닛산이 ‘스마트 리어뷰 미러’를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 2014년이고 랜드로버, 캐딜락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차종이 CMS를 달고 나왔다. 그러나 CMS는 주행 중 카메라가 훼손되거나 오염될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CMS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지난 2017년 유럽에 이어 국내 국토교통부에서는 보조 장치인 CMS가 법정 필수품이던 사이드미러를 대신할 수 있도록 교통법규를 완화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CMS를 도입한 자동차가 시장에 잇따라 출범하지 못한 데에는 역시 경제 논리가 따른다.

진보는 무조건 이로운 걸까?

사실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율주행기술 상용화에 열을 올리며 운전자의 역할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선 마당에, 거울이 사라진다 호들갑 떠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익숙한 장치들과 이별해야 하며, 우리가 아는 운전 언어는 얼마나 더 부정당해야 하나?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공력 성능을 방해하는 사이드미러가 ‘골칫덩이’라고 하지만, 자동차를 타는 모든 사람이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 한계를 극복하고 빨리 달릴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거울의 자리에 카메라 센서를 달고 실내에 첨단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데 차값이 높아지는 것은 안 봐도 뻔하다.

얼마 전 로터스 엘리스를 시승한 <모터트렌드> 에디터들은 경악과 경탄을 금치 못했다. 요즘 차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불편함이 손 닿는 곳마다 들러붙었고, 기계식 체결감은 보이지 않는 부속의 움직임까지 손끝에 전했다. ‘센터페시아’라 부르기도 민망한 세팅은 또 어떤가.

원초적인 기계 맛에 우리는 다 같이 속에서 끓어오르는 뭔가를 느꼈다. 오늘날 기계식 자동차를 선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올드카밖에는 대안이 없다. 그러나 올드카는 정비와 관리를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브랜드에서 혁신적인 신차를 출시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클래식 모델을 선보였듯, 기계 맛을 느낄 수 있는 신차를 출시해줄 수 없을까? 이런 변종도 꽤나 팔릴 것이라 장담한다. 다만 사이드브레이크가 빳빳해야 주차가 됐다고 안심하는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되기 전에 출시된다면 말이다.



CREDIT
EDITOR :
장은지   PHOTO : 각 제조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