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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 '하늘을 담은 정통 오프로더'

조회수 2020. 7. 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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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브랜드의 아이콘 랭글러를 만났다.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는 ‘오버랜드 파워탑’ 모델이다. 그간 지적받던 온로드 성능을 강화했으며, 버튼 하나로 천정을 걷어낼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췄다. 코로나19에 지친 요즘, 랭글러와 함께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봤다.

앞서 지프는 지난해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 1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특히, 랭글러는 총 2186대가 판매되며 1만대 클럽 가입에 한몫을 더했다. 이러한 기세를 이어간 랭글러는 올 상반기에도 1428대가 판매되며 전년동기대비 40% 늘어난 성장세를 보였다.

랭글러는 제법 큰 덩치가 인상적이다. 길게 튀어나온 프론트범퍼부터 후면부 스페어타이어까지 그 길이가 무려 5000mm에 달한다. 거대한 크기에 각진 바디 형태가 더해져 공격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큰 차체만큼 긴 휠베이스(3010mm)덕에 넓은 실내 공간까지 확보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7개 세로 그릴은 지프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다소 순해 보이는 얼굴과 크고 각진 몸통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LED가 적용된 램프 안쪽에는 ‘ㅡ’자 렌즈가 추가됐는데, 이는 흡사 양의 눈동자를 떠올린다.

돌출형 펜더와 더불어 적나라하게 드러난 도어 힌지가 정통 오프로더다운 거친 느낌을 발산한다. 험로 주행 중 발생하는 스크래치마저 멋으로 소화할 기세다. 덩치에 비해 다소 작아보이는 사각형의 사이드미러는 앙증맞다. 차량 곳곳에 귀여움과 터프함이 공존한다.

오버랜드에는 험로 주행에서 빛을 발하는 이른바 ‘깍두기 타이어’가 빠졌다. 이를 대신해 도심 주행 성능을 강화한 온로드 타이어를 신었다.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한층 덜었다. 여기에 기존보다 1인치 더 커진 알루미늄 휠로 멋까지 챙겼다(타이어 사이즈 255/70R18).

탈착이 되는 도어 특성상 파워윈도우 스위치가 비상등 아래 쪽에 위치한다

지상고가 높은 랭글러를 편하게 탑승하도록 사이드 스텝이 마련됐다. 계단을 오르듯 꽤나 자연스러운 탑승이 가능하다. 운전석에 앉자 바짝 선 앞유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를 통해 넓은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실내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큼직큼직한 버튼들이 사용하기 쉬운 위치에 자리한다. 대시보드는 얼핏 플라스틱처럼 생겼는데 실제로는 가죽으로 마감했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에는 열선 기능이 내장됐으며 2열 송풍구과 USB 충전 포트, 230V 전원 아웃렛 등을 갖췄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8.4인치 모니터는 차량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린다. 여기에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포함한 U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내장됐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897리터다. 60:40 폴딩을 지원하는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050리터까지 늘어난다. 스페어타이어 커버는 하드 타입을 사용해 튼튼하면서도 깔끔하게 마감됐다.

먼저 온로드 시승에 나섰다. 시동을 걸자 의외로 조용한 엔진음이 들려온다. 디젤이 아닌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fㆍm를 발휘하며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가속 페달을 밟자 묵직한 느낌이 전해진다. 넉넉한 출력은 2톤이 넘는 거구를 나지막이 밀어낸다. 최대토크가 3000rpm에서 터지는만큼 엔진회전수를 높게 쓰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탁트인 시야가 더해지니 마음 속 여유가 절로 생긴다. 생김새와 달리 제법 잘 달려나간다.

고속에서는 다소 아쉽다. 각진 디자인 덕에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다. 여기에 프레임바디 특유의 승차감도 한몫한다. 상체와 하체가 따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정속 주행을 추전한다. 스티어링 휠 조향을 도와주는 LKA 및 LFA 기능은 빠졌지만, 차간 거리를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거리 주행의 피로감을 다소 줄여준다.

굽이진 산길로 접어들었다. 무게중심이 높은 만큼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 코너에 진입했다. 꽤나 낮은 속도였음에도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 브리지스톤 듀얼러 타이어는 온로드 성향이지만, 승용차와 비교해 그 한계치는 현저히 낮다. 와인딩만큼은 더 여유를 갖고 달릴 필요가 있다.

드디어 목적지인 오프로드 코스에 도착했다. 야생의 기운이 랭글러를 반긴다. 오프로드 제왕의 진가를 발휘할 때다.

먼저 잔잔한 자갈밭을 지났다. 제집 드나들듯 편하다. 이 정도는 랭글러에겐 실례다.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꽤나 경사진 도로와 함께 큰 돌부리들이 중간중간 매복해있다. 승용차를 탔다면 고민 없이 돌아설만한 길이다. 물론, 랭글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트랜스퍼 케이스 레버를 조작해 사륜구동을 체결했다. 평소에는 뒷바퀴만 굴리다가 험로를 만나면 네 바퀴를 동시에 사용한다. 커다란 타이어로 거침없이 돌부리를 넘는다. 도로 주행 때 단점으로 다가왔던 하체 움직임이 오프로드에서는 강점으로 다가온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열일’하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두 발로 걷기 힘든 길을 뒤뚱뒤뚱거리며 우직하게 나아가는 랭글러가 기특하기까지 하다. 온로드용 타이어를 신었지만 사이드월이 두꺼워 휠이 손상될 염려도 낮다.

사막이나 극지를 넘는 극한의 오프로드가 아닌 이상 오버랜드만으로도 충분히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다. 랭글러는 랭글러다.

조수석 프론트 도어를 떼어낸 모습

랭글러는 남자들의 로망인 ‘변신’ 기능을 갖고 있다. 무려 차량 도어를 떼어낼 수 있는 것. 전용 공구로 볼트 몇 개만 해체하고 전선만 간단히 분리하면 쉽게 탈거할 수 있다.

모든 도어를 덜어내고 드넓은 초원을 달릴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환경을 만나기 어렵다. 게다가 도어를 떼어낸 상태로 공도를 주행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자주 이용할 수도 없다.

오버랜드 파워탑은 이러한 아쉬움을 천정과 함께 걷어냈다. 파워탑 모델에만 있는 ‘스카이 원터치 파워탑’ 기능을 이용하면, 캔버스탑 루프가 20초 만에 2열 끝까지 개방된다. 파노라마 선루프보다도 넓게 열리는 파워탑의 개방감이 상당하다. 90km/h까지 작동하기 때문에 주행 중 언제든 개폐가 가능하며, 원하는 만큼만 열고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지프에서 느낄 수 있는 오픈에어링은 신선하다. 높은 차체가 주는 시야감과 함께 개방감까지 더해지니 마치 자유인이 된 듯하다. 여기에 모든 창문을 열고 달리면 여느 오픈카가 부럽지 않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도 음악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기본 적용되는 알파인 스피커는 창문을 내린 상태에서도 훌륭한 소리를 전달한다.

한적한 곳에 주차한 뒤 2열과 함께 몸을 눕혔다. 물과 바람, 새소리가 들려온다. 차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오버랜드와 함께라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

물론, 다소 떨어지는 밀폐성은 아쉽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어딘가 창문이 열려있는 듯한 소음이 실내로 유입된다. 그럼에도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하드탑 모델처럼 번거롭게 손으로 천정을 떼어내지 않아도 된다. 파워탑이 주는 만족감은 소음보다 크다.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 가격은 6340만원이다. 오버랜드(5990만원)에 350만원만 더하면, 땀 흘릴 필요없이 버튼만으로 자연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이제 자유롭게 오픈에어링을 즐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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