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완성도 높은 패밀리 SUV..현대차 '더 뉴 싼타페'

조회수 2020. 7. 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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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싼타페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이토록 빠른 변화를 시도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평균 7년 주기의 풀모델 체인지 공식을 무용지물로 만든 현대차가 이번에는 페이스리프트 공식마저 무너뜨렸다. 주인공은 ‘더 뉴 싼타페’로 개명한 4세대 싼타페다.

출시 2년 만에 변화를 시도한 더 뉴 싼타페는 단순히 이름과 겉모습의 변화 이외 심장과 하체를 든든히 받쳐줄 신규 플랫폼을 적용했고 스마트스트림으로 불리는 차세대 파워트레인까지 장착했다. 이쯤되면 현대차의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뉴 싼타페


■ 여전히 진행 중인 디자인 정체성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현대차가 2018년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앞세우며 내놓은 디자인 철학이다. 르 필 루즈 콘셉트카를 통해 선보인 디자인 정체성은 이후 쏘나타와 그랜저, 아반떼, 팰리세이드 등을 거치면서 더 뉴 싼타페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단 라인업은 캐스캐이딩 그릴을 중심으로, SUV 라인업은 전면부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그릴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2년 만에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싼타페 역시 윗급인 팰리세이드의 디자인을 빼닮은 그릴과 램프 디자인으로 화장을 고쳤다.

더 뉴 싼타페


보닛 끝부터 시작되는 주간주행등은 슬며시 아래로 내려와 시선을 머물게 한다. 범퍼와 그릴 하단을 두툼하게 둘러싼 무광 장식은 외장 색상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전달한다.

비교적 눈에 띄는 전면과 달리 후면의 변화는 한눈에 알아채기 쉽지 않다. 그래픽이 변경된 LED 램프는 양 끝을 연결하는 별도의 LED 장식이 더해졌으며, 하단 범퍼에도 반사판을 길게 늘어뜨려 전폭을 넓어 보이게 한다.

더 뉴 싼타페


그랜저에 이어 더 뉴 싼타페도 실내 디자인의 레이아웃이 변경됐다. 높이 솟아 오른 센터 콘솔에는 버튼식 변속기와 그 주변으로 가지런히 정열된 버튼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다. 커다란 모니터 안에 각종 버튼들을 모조리 넣어 단순함을 추구하는 최근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에어벤트 위로는 10.25인치로 크기를 키운 디스플레이가 위치한다. 늘 그래왔듯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국산, 수입차를 통틀어 가장 쓰임새가 좋으며, 세부적인 메뉴 구성도 간결하게 정리해뒀다.

더 뉴 싼타페


이미 충분했던 뒷좌석은 더욱 넉넉해졌다. 34mm 늘어난 레그룸은 준대형 세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적재공간 또한 기존 싼타페 대비 소폭 증가했다. 5인승 기준, 골프백 4개를 싣을 수 있는 공간은 가족 단위의 캠핑 도구와 차박에 필요한 공간까지 모두 품을 수 있다.

다만, 7인승으로 접근한다면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성인이 탑승하기에 비좁은 3열 시트는 넉넉했던 적재 공간을 옹색하게 만들 뿐이다. 3열 승객을 위해 마련한 공조 조작 버튼과 타고 내리가 쉽도록 원터치 버튼을 마련한 부분은 현대차의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3열 시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더 뉴 싼타페


더 뉴 싼타페


■ 후발주자의 완성도, 아우보다 나은 형

싼타페는 늘 한 지붕 아래 쏘렌토와 비교 대상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의 출시 시기에 따라 판매량도 완성도도 달라지기 일쑤다.

이번 싼타페도 마찬가지다. 약 3개월여 앞서 태어난 쏘렌토처럼 신규 플랫폼을 적용한 싼타페는 전장 4785mm, 전폭 1900mm, 전고 1685mm, 휠베이스 2765mm로 차체 크기가 커졌다.

더 뉴 싼타페


대형 SUV에 근접한 쏘렌토에 비한다면 여전히 체격이 열세지만 이외 차량의 완성도는 싼타페가 한수 위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kgf.m의 2.2리터 스마트스트림 디젤 엔진과 8단 습식 DCT는 여전히 모든 상황에서 진중하며, 걸걸하게 내뱉는 숨소리 마저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러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내 두 차의 성격이 명확히 드러난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도로 환경에 따른 편식이 심했던 쏘렌토와 달리 싼타페는 유연하게 도로 위 상황을 대처한다.

쏘렌토보다 단단하게 조여놓은 하체는 불규칙한 노면이 전달하는 충격들을 적절히 삼켜내며, 불쾌함만 덜어낼 줄 아는 완성도를 지녔다. 급격하게 앞머리를 잡아 돌리는 상황에서도 타이어가 가진 한계만 드러낼 뿐 허둥거리는 모습은 최대한 절제되어 있다.

더 뉴 싼타페


이 모든 것은 기존 고객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적용시킨 신규 플랫폼이 밑바탕에 있다. 단순히 전장을 늘리고 크기를 키운 것 이외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기 향상의 밑거름인 신규 플랫폼은 사고 시 충돌 안전성 뿐만 아니라 승차감과 주행성능에서 발전된 싼타페의 숨은 공로자다.

새로운 2.2 스마트스트림 디젤 엔진은 시승차 기준 1885kg의 싼타페를 부족함 없이 이끌어 준다. 시원스레 뻗어나가는 가속력은 아니지만 낮은 회전수 영역부터 꾸준히 밀어주는 디젤 엔진 특유의 펀치력 만큼은 충분하다.

더 뉴 싼타페


오른발에 끝까지 힘을 줄 경우에는 한 템포 이상 숨을 고른 뒤 운전자의 요구에 반응한다. 조금 더 다그채기 위해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더라도 반박자 이상 늦은 반응은 피할 수 없다.

현대차 그룹이 새롭게 적용 중인 습식 8단 DCT는 이전보다 더욱 자동 변속기에 근접해가고 있다. DCT 특유의 절도감 있는 변속기 대신 부드러운 반응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현대차의 DCT는 쏘렌토에서 간헐적으로 일어났던 언덕길 저속 미끄러짐도 찾아볼 수 없다. 불과 약 3개월의 차이를 두고 선보인 두 차의 완성도는 생각 이상으로 세심한 부분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더 뉴 싼타페


더 뉴 싼타페


■ 빠른 변화만이 성공의 열쇠?

페이스리프트란 이름이 머쓱해질 만큼 변화한 싼타페의 가격은 3122~3986만원. 기존 싼타페 대비 큰 폭의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었지만 중형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크기의 경쟁자들과 비교한다면 상품성, 완성도 측면에서 싼타페를 능가하는 차를 찾기란 쉽지 않다. 수입차로 눈을 돌리더라도 크기와 편의성을 포기해야만 한다. 싼타페가 한결같이 판매량 집계 꼭대기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더 뉴 싼타페


‘더 뉴 싼타페’의 숙제는 단 하나다. 불과 2년 만에 풀모델 체인지에 버금가는 변화를 기존 고객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다. 신차 효과를 3년도 누릴 수 없는 이런 행보가 이어진다면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더 이상 신뢰 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계속해서 자극적인 변화를 더 빠른 주기로 이끌어내야 하는 현대차에게는 막대한 개발 비용과 생산 비용만이 추가될 뿐이다. 그리고 이런 개발 비용은 모두 소비자들 지갑에서 나가야 할 몫이다.

경쟁사들이 평균 7년 주기의 신차를 내놓기로 한 암묵적인 약속 이면에는 기존 고객과의 보이지 않는 신뢰가 존재한다. 현대차의 전략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킬지 당장은 알 수 없다. 다만, 내수 시장의 든든한 뒷받침이 없었다면 현재의 현대차가 가진 세계 무대의 위상도 없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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