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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보다는 최적의 파트너.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950 S

조회수 2020. 9.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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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결정이 어려웠다.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을 사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말이다.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하고, 세부모델을 결정하고, 옵션을 일일이 조율하는 일도 만만치않았다. 그렇게 심사숙고 끝에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950S를 내 차고에 추가했다



“나이도 젊은데, 너무 일찍 멀티퍼퍼스를 선택하는거 아냐?”
"같은 돈이면 더 재미있는 슈퍼 네이키드도 살 수 있잖아.”

내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탈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 즉 성향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유독 스포츠카에 관심이 있었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루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 운전이란 행위를 통해 사람과 기계가 교감하길 원했다. 속도는 목표가 아니다. 교감할 수 있고, 확실하게 제어된다면,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질테니까. 이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내가 소유한 자동차는 대부분이 스포츠카였다. 


모터사이클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더가 원하는대로 정교하게 움직일 때 만족스럽다. 첨단 기술과 편의 장비를 거부하지 않지만,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건 싫다. 무엇보다 스타일이 멋지면 좋겠다. 그래서 수년간 다양한 장르의 모터사이클을 타며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렇게 평가하는 기준이 높아지고 라이딩 실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고 싶은 제품이 생겼다.두카티 스트리트 파이터, KTM 1290 슈퍼듀크 R 같은 네이키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내 속에는 멀티퍼퍼스에 대한 욕구도 그만큼 커졌다.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타는 목적. 바로 투어(여행)였다.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선 많은 조건이 따른다.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 윈드실드나 열선 그립이 피로감을 줄여준다는 건 경험으로 배웠다. 여행을 함께할 누군가의 탠덤 시트도 필요했다. 그만큼짐도 실어야한다. 내가 원하는 모든 기준에서 멀티퍼퍼스가 어울렸다. 본디 멀티퍼퍼스는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주행 성격을 말하는 것이지만, 나에겐 길이 아니라 목적성이 중요했다. SUV처럼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멀티스트라다 950 S를 선택한 이유

멀티퍼퍼스 장르 안에서 마음에 드는 모델을 석 대로 좁혔다. KTM 1290 슈퍼 어드벤처 S는 곤충처럼 생긴 얼굴이라지만, 나에겐 바람을 잘 막는 방패처럼 보였다. 어드벤처 환경에서 발전한 커다란 덩치, 1.3L엔진이 뿜어내는 강력한 출력이 마음에 들었다. 마니아 성격이 뚜렷한 모터사이클이라는 점도 좋았다. BMW 1250 GS는 내 생명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파트너란 점에서 끌렸다. 하지만 반대로 스릴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로봇처럼 생긴 디자인도 내마음을 설레게 하지 못했다.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1260 S는 날렵한 외모로 시선을 끌었다. 섬세하고 부드럽게 반응하는 움직임 특성으로 경쟁 모델과 라이딩의 결이 약간 달랐다.반면 동급 모델중에서 가장 작은 덩치인만큼 듬직한 모습은 아니었다. 한여름 양쪽 두 다리를 익어버리게 만드는 엔진 열기도 부담이었다.


석 대의 멀티퍼퍼스에 레이더를 맞추고1년이란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KTM 1290 슈퍼 어드벤처 S가 가장 좋은 판단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정은 확고했다. 통장에 예산도 준비되어 있었다. 구입하면 뒤돌아보지 않을 자신감이 생긴지 오래다. 적어도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950 S를 타보기 전엔 그랬다. 우연히 멀티스트라다 950 S 시승차를 타볼 기회가 생겼다. 내가 원했던 오버리터급 멀티퍼퍼스보다 분명히 만족감이 떨어질 테니까, 애초 기대하지 않았다. 얼마나 부족할지, 차이가 약간 궁금했을뿐이다. 어쩌면 그냥 재미로 시승차를 탔는지도 모른다.심지어 회색 컬러의 시승차를 타면서 “두카티는 역시 레드가 예쁘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950S를 타고 30분을 달린 후엔 모든 게 달라졌다.자세를 제대로 잡고 집중해서 달리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동안 타봤던 멀티퍼퍼스들 중에 핸들링 감각이 이렇게 경쾌한 모델이 있던가? 엔진출력은 1260 S 보다 분명하게 낮지만, 움직임에 저항이 덜한 느낌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경쾌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는 주행 성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코너를 향해 앞머리를 가볍게 찌르고, 언제든 편하게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키181cm,약간 마른체격인 나에게 950 S는 피팅한 것처럼 딱 맞았다. 950 기본 모델과 다르게 S모델이 되면서 기본 편의 장비의 경쟁력은 좋아지고, 선택가능한 옵션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두카티 특유의 질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부드러우면서 민첩한 반응, 거칠지만 고급스러운 조작감, 부품의 퀄리티와 수준높은 마무리.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처음에 고려하던 1260이나 1290급 플래그십과 비교하면 기본 가격이 약 1,000만원이 절약된다. 게다가 이번에 미들급 멀티퍼퍼스를 선택하면, 추후에 다음 단계로 올라갈 여지까지 남겨둘 수 있다.그렇게 950 S의 시트 위에서 약 40분 만에 최종 결정이 완전히 뒤집혔다. 950 S는 나에게 ‘최상이 아니라 최적의 선택’이었다. 심지어 보디 컬러까지도 말이다. 950 S가 눈에 들어오자 갑자기 회색 컬러도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거부할 수 없는 옵션. 질이 다른 서비스와 마케팅

지금까지 비교하던 멀티퍼퍼스 자료를 뒤로 한 채, 다시 950 S를 공부했다. 이 모델의 특징을 파악하고 장단점을 꼼꼼하게 비교했다. 그리고 적용할 옵션까지 결정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든 어느 날, 두카티 서울 전시장에 방문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때까진 모든 것이 시나리오대로였다. 부품을 담당하는 직원이 피규레이터를 열고 옵션을 적용하기 전까진 말이다. 



엔듀로 패키지(안개등,엔진 및 인터쿨러 가드), 열선 그립, 탑 케이스, 스마트 키, 연료주입구 등을 옵션에 넣었다. 그런데 시뮬레이터의 밑으로 스크롤을 돌리자 갑자기 한국 홈페이지에서 보지 못한 옵션들이 쏟아졌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이렇게 많다고?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파츠를 살폈다. 대부분 외관을 꾸며주는 파츠들이라 굳이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옵션도 있었다. 

사이드 패니어 이너(사이드 케이스 안쪽 공간에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가방)와 협력 업체가 제공한 SP 스마트폰 마운트가 대표적이다. 두 옵션만으로도 가격이 50만원을 넘었지만, 이미 판단력은 흐려졌고 장바구니에 담긴 옵션 리스트는 결제를 위해 빠르게 영업 팀으로 넘겨졌다. “에라, 모르겠다. 두카티 탈 때 신을 부츠도 사야지.”그렇게 화끈하게 신차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잔금을 입금했다. 

“신차 박스 여는 것도 보시겠어요? 내일 당장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PDI작업에 하루가 걸리니까 모레 출고될 예정입니다.”

타이밍이 좋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2500만 원짜리 모터사이클을 출고하는데 총 이틀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랐다. 그 와중에 모터사이클 검수 진행 상황과 선택한 옵션의 재고 확보 등 모든 정보를 꾸준히 모니터링 해줘서 또 놀랐다. 다른 브랜드에서도 모터사이클을 구입해봤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관리해 주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제품만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래서 사람들이 두카티를 타는가 싶었다.




아쉽게도 950 S를 출고한 직후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그래서 첫날 주행거리 45km인 상태로 3주를 지하 주차장에 세워뒀다. 그러다 비가 그치고 해가 쨍쨍했던 어느 날 저녁, 드디어950 S를 타고 서울 시내를 가볍게 달려봤다.

“이거구나.”

시승차와는 컨디션이 분명히 달랐다. 신차가 이렇게 고급스럽고, 속이 꽉 찬(?) 느낌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길들이기를 하면서 이렇게 흥분되는 느낌을 받는 것도 오랜만이다. 앞으로 950 S와 모험을 떠나고 싶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목표를 세우고, 착실하게 도전하고 싶다. 그게 어떤 일인지 당장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서 여름이 가기 전에 실행해 볼 예정이다. 다음 달 롱텀 기사에서 이어서 소개하겠다.




2020 DUCATI MULTISTRADA 950S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L형 2기통 데스모드로믹 4밸브 보어×스트로크 94×67.5(mm) 배기량937cc 압축비 12.6:1 최고출력 113마력/9,000rpm 최대토크 96Nm/7,750rp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식 퓨얼 인젝션 연료 탱크 용량 20ℓ 변속 방식 6단 리턴, 퀵시프터   최종구동 체인구동 서스펜션 (F) 텔레스코픽 도립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 (R) 모노쇽 스윙암 세미 액티브 서스펜션 타이어 사이즈 (F)120/70ZR19 (R)170/60ZR17 브레이크 (F)320mm 더블 디스크,ABS, 4피스톤 브램보 고정형 캘리퍼 (R)265mm 싱글, 2피스톤 브램보 부동형 캘리퍼 휠베이스 1,594mm 시트 높이 840mm 차량 중량 227kg 판매 가격 레드 2,420만 원 / 그레이 2,450만 원




글 김태영 (모터저널리스트)  사진 양현용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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