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재' 플래그십은 이제 그만, 볼보 신형 S90

조회수 2020. 8. 7. 12: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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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딸린 검정색 세단. 플래그십 세단의 전통적 표상이다. 볼보자동차는 이 같은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다. 권위보단 합리적 가치, 생색을 위한 변화보단 실속을 추구한다. 신형 S90은 볼보가 이 같은 개념을 앞세워 더욱 완성도 높인 ‘젊은 플래그십’이다. 물론 기함의 고정관념에 부합할 특징도 놓치지 않았다. F-세그먼트에 육박할 만큼 길어진 차체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볼보자동차

12만8,235대.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누적 판매대수다. 지난해 같은 기간(10만9,314대)보다 17.3% 성장했다. 판매 이끈 주역은 E-세그먼트 대형 세단. 이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14,646대로 1위, BMW 5시리즈가 9,338대로 2위, 아우디 A6가 4,810대로 5위다. 수치가 말하듯 국내 소비자는 대체로 독일 프리미엄 세단에 지갑을 열었다.

이들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고급 세단=독일’이란 인식은 여전히 굳건하다. 풍성한 할인 혜택과 타인의 시선 또한 중요할 테다. 그러나 프리미엄 세단을 고를 때 ‘예쁜’ 모양과 엠블럼, 프로모션 등 표면적인 부분에만 현혹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세단을 살 때는 제조사의 철학과 제품의 본질적 가치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제품보다 공간으로 다가오는 볼보자동차

볼보의 세단은 항상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에겐 S80이 시작이었다. 벤츠처럼 우아한 실루엣을 지니지도, BMW처럼 짜릿한 역동성을 앞세우지도 않았다. 차갑고 냉정하며 이성적이었다. 자동차 그 자체보다는 볼보를 타며 누리게 될 삶을 제시하는 듯했다. S90은 이러한 밑바탕 위에 따뜻한 북유럽 감성을 녹였고, 이젠 수치마저 독일차를 압도할 참이다.

신형은 ‘90’이란 숫자에 걸맞게 볼보의 플래그십으로 굳건히 포지셔닝했다. 차체 길이가 대표적인데 5,090㎜로 이전보다 125㎜ 늘었다. E-클래스보다 165㎜, 5시리즈보단 155㎜ 더 넉넉하다. F-세그먼트인 BMW 7시리즈와 비교해도 고작 3㎝ 차이다. ‘동급최고’를 외쳐온 제네시스 G80보다도 95㎜ 길고, 휠베이스는 3,060㎜로 50㎜ 더 여유롭다.

기왕이면 큰 차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가 반길 변화다. 스웨덴 출신다운 장대한 기골의 혜택은 실내가 고스란히 받았다. 119㎜까지 확장한 휠베이스 덕에 2열 공간을 넉넉하게 뽑았다. 따뜻한 색감의 천연가죽과 원목으로 꾸민 구성도 포인트. 여기에 초미세먼지를 감지하는 어드밴스드 공기청정 기능을 새로 더했고, 파노라마 선루프는 전 트림에서 기본이다.


BMW가 앉는 자세부터 운전욕구를 자극한다면, 볼보는 가정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큰 틀은 이전과 비슷한데, 고객 선호 장비를 보강했다. 가령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과 USB-C 포트를 2개 마련했다. 총 19개 스피커의 B&W 프리미엄 오디오는 8년 간 70회 이상 반복 연구로 기계적 공진을 없애고, 소음제거 기능까지 갖춰 생생한 음질을 뽐낸다.

요즘처럼 비가 잦은 날, 새롭게 더한 ‘재즈 클럽’ 모드로 빗소리에 어울리는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사운드마저 실내에서 경험할 감성품질로 녹여 낸 세심함이 돋보인다. 특히 인스크립션 트림부터는 앞좌석에 통풍&마사지 기능을 제공하고, 2열엔 전동식 선블라인드를 마련했다. 그 결과 S90 실내는 출퇴근길을 기다리게 되는 나만의 아늑한 쉼터로 거듭났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안전설계


지난 2012년,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기습 도입했다. 시속 64㎞로 차체 앞부분의 25%를 고정 벽에 충돌시키는 악명 높은 시험이다. 40%만 부딪히는 ‘오프셋’ 테스트보다 면적을 확 줄였다. 실제 전방충돌 사망자 중 1/4이 이 유형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데, 충돌 에너지가 집약돼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테스트에 나선 대부분 차종이 낙방할 때 볼보는 10살 먹은 XC90로 최고점을 받았다. 세단은 볼보 S60와 아큐라 TL만 유일하게 통과했다. 참혹한 결과에 놀란 경쟁사는 대책을 세우느라 바빴다. 그러나 합격받기 위한 벼락치기 공부였다. 일부 업체는 운전석 부위만 보강해 높은 점수를 받았고, IIHS는 이를 막기 위해 2017년부터 동승석도 테스트하고 있다.


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반짝’ 공부와 완벽한 보호를 위해 고집해온 안전설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충돌사고는 시속 64㎞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서두에 언급한 사고처럼, 마주 오는 차와 부딪히면 충돌 에너지는 곱절로 불어난다. XC90에 탄 유명인 가족이 육중한 덩치의 트럭과 정면충돌했는데도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건 이 같은 노력의 결과였다.

S90의 가치는 유로NCAP 테스트에서도 빛났다. 어른&어린이 탑승자 부문 점수도 놀랍지만, 주행 안전보조 분야에서 라이벌을 압도했다. 이 항목은 긴급제동 보조(AEB), 차선유지 보조(LKA) 등을 테스트한다. S90가 93%, E-클래스가 62%, 5시리즈가 59%를 받았다. 보행자뿐 아니라 자전거 운전자, 큰 동물까지 감지하는 인텔리세이프 기술 덕분이다.

디젤 아웃! MHEV&PHEV의 친환경 라인업


볼보는 앞으로 판매 할 신차에서 디젤 엔진을 뺄 예정이다. 대신 차세대 친환경 파워트레인으로 갈아 끼운다. 신형 S90가 스타트를 끊는다. 마일드 하이브리드(B5)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등 두 가지 심장이 들어간다. 중심은 MHEV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볼트) 배터리와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250마력을 뿜는다.

대부분 자동차는 12V 전압으로 실내조명, 계기판, 전동시트 등을 작동한다. 48V로 높이는 이유는 전동화 시대에 맞춰 충분한 전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또한, 전력 사용량 많은 장비가 늘어나면서 기존 12V 시스템으로 대응이 부담스러워졌다. 태블릿PC 못지않게 시원시원한 크기의 터치스크린,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각종 센서가 좋은 예다.

기존 12V 시스템은 모터 출력이 낮아 주변 기기를 돌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에어컨 콤프레서나 워터펌프 등 동력이 필요한 장비는 크랭크샤프트에 벨트 또는 체인을 걸어 엔진 힘으로 구동시킨다. 때문에 에어컨을 켜면 엔진 출력을 뺏길 수밖에 없다. 반면, 공급하는 전압을 48V로 올리면, 엔진에 기대지 않고 전기 모터로 에어컨을 작동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풀 하이브리드와 달리 전기 모터만으로 달릴 수는 없다. 효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대신 커다란 리튬-이온 배터리가 필요 없어 제조 단가가 낮고 구성도 심플하다. 가속할 땐 48V 배터리가 힘을 보태고 정차 중엔 오토 스타트&스탑 시스템의 작동시간을 늘인다. 0→시속 100㎞ 가속시간 6.9초로, 순발력도 흠잡을 데 없다.

볼보자동차는 강조한다. 자동차 자체보다 삶의 또 다른 가치에 집중하자고. 신형 S90은 이 같은 개념이 낳은 젊은 플래그십이다. 보여주기 위한 변화보다 꼼꼼한 개선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고유의 철학은 한층 농밀하게 다졌다. 현재 사전계약 중인 신형 S90의 가격은 B5 모멘텀 6,030만 원, B5 인스트립션 6,690만 원, T8 인스크립션 8,54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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