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대결 #2]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세요, 테슬라 모델 X

조회수 2020. 11. 30. 0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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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카, 전기차, 픽업트럭이 저마다 최고의 차박 파트너라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과연 누가 최고일까?



PROLOGUE

많은 사람이 이제 더는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떠나는 캠핑을 선호하지 않는다. 차 한 대만 있으면 전국 어디에서든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차박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박의 재미는 상대적인 요소다. 차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은 같아도 머릿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차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여전히 캠핑의 화려한 먹거리를 우선시하는 사람, 차에서 자더라도 잠자리는 무조건 편해야 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일 터다. 신기한 건 차와 함께하는 여행인데 왜 이동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걸까? 사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도 모든 관심이 막연히 도착 이후로 돌아가고 만다. 제각기 취향이 다른 편집부 에디터가 각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차박을 계획하고 떠났다. 공교롭게도 통금시간이 있는 신데렐라 에디터는 이동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환상적인 가을 드라이빙 감성을 선사할 메르세데스-벤츠 E 450 카브리올레를 선택했다. 목적지에선 지붕을 활짝 열어젖히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황홀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두 번째 주인공은 테슬라 모델 X다. 퍼포먼스 모델이라 뜀박질은 E 카브리올레를 룸미러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을 만큼 빠르지만, 수면의 질을 중요시하는 에디터가 골랐다. 수면의 질과 전기차가 무슨 관계냐고? 테슬라는 밤새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주는 캠핑 모드가 있다. 완전히 차박을 위한 차나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차박을 즐기고픈 에디터가 제일 먼저 차지했다. 다른 차는 엄두도 못 낼 험지 속으로 혈혈단신 들어가 멋진 풍경을 독차지할 수 있다.


TESLA MODEL X PERFORMANCE

목적지로 가는 길에 차가 단단히 삐쳤다. 나름대로 힐링 여행 콘셉트로 차박을 계획한 터라 운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고자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한 게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평화로웠다. 자동차가 알아서 흐름이 빠른 차로로 바꿔가며 목적지로 달려가는 모습은 아주 기특했다. 꼬박꼬박 방향지시등도 잊지 않고 켰다. 서툰 실력으로 탑승자를 불안하게 하지도 않았다. 8개의 전방 센서, 12개의 울트라소닉 센서, 레이더가 전후방 주행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한 후 차로를 변경하는 과정은 더없이 매끄러웠다.

너무나도 신기해서 어느 정도 자율주행이 가능한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두 손은 돌발상황 시 곧바로 잡을 준비만 하고 스티어링휠에서 완전히 뗐다. 스티어링휠을 다시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떴지만, 지켜보고 있을 테니 계속 혼자 가보라며 자동차를 독려했다.

서너 번의 경고 메시지가 또다시 뜨고 난 뒤 갑자기 적색경보처럼 계기판이 빨갛게 점멸했다. 동시에 경고음도 요란하게 울렸다. 서둘러 스티어링휠을 잡자, 이내 오토파일럿이 해제됐다. 다시 활성화하려고 시도했지만,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경고를 여러 번 무시했다며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목적지까지 알아서 잘만 가는 해외 영상도 많던데, 국내 법률상 테슬라는 운전자의 손을 타야만 계속 달릴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자기 경고를 무시했다고 야단법석을 떨 줄이야. 최근에 인공지능(AI)이 업그레이드라도 된 걸까?

스티어링휠을 다시 부여잡고 테슬라를 달래며 여차여차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각자 차박을 즐기러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함께 허기를 채우기로 했다. 취사도구는 일부러 챙기지 않았다. 일반적인 캠핑으로 변질되는 건 싫었다.

엄밀히 말해 차박은 캠핑이 아니다. 불필요한 짐은 최대한 줄이고, 먹거리·놀거리보다는 힐링에 더 집중하는 여행 방식이다. 차에 몸만 싣고서 상상하던 자신만의 힐링캠프에 머물러 잠깐 쉬고만 와도 그게 차박이다. 목적지에서 자연을 빌리고, 지역 맛집에서 소비하는 것이 진정한 차박 문화 아닐까(쓰레기를 만들지 않아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실제로 차박은 지역 사회와 공생하는 레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배도 불렀으니 이제 본격적인 휴식에 돌입할 시간이다. 주상절리가 잘 보이는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실제 집에서 쓰는 가을 침구류까지 손수 가져왔다. 정말 편하게 쉬다가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2·3열 시트를 접고 평평한 바닥에 토퍼 매트리스를 깔고 누우면 내 방 침대처럼 편했다. 해가 지기 전까진 테일게이트를 열어놨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물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필요할까 싶어 전자식 모기 퇴치기를 가져왔지만, 쓸 기회가 없었다. 문을 전부 닫고 잤기 때문이다. 답답하지 않았냐고? 테슬라를 캠핑 모드로 설정하면 실내 온도와 습도를 항상 쾌적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아무 걱정 없었다. 비록 진짜는 아니지만, 센터 디스플레이에 모닥불까지 피워놓으니 잠이 솔솔 왔다.

캠핑 모드는 배터리가 20% 이하로 떨어지면 중단되기 때문에 차박을 하기 전에 배터리를 여유롭게 채워주는 게 좋다. 테슬라는 내 집처럼 편했다. 실내 공간성도 훌륭했지만,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기술적 배려가 차박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뒷바퀴가 내려앉을 정도로 장비를 싣고 다니는 캠핑족 친구를 따라가도 이보다 편하진 않았을 터. 이지적인 자동차와 함께 미래 차박을 하는 느낌이랄까?

이번 차박 대결은 모델 X의 분명한 승리다. 왔다가 금방 갈 요량이면 왜 이 먼 곳까지 행차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쉬러 와서 왜 생고생을 자처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최고의 차박을 했다고 생각할 터다. 차박의 정의는 결국 상대적이니까.

박지웅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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