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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신은 차에게 운전대를 넘길 준비가 됐나요?"

신승영 입력 2020.08.05. 17:35 수정 2020.08.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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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자율주행 레벨3 차량 판매가 허용됨에 따라 해당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먼저, 글로벌 기준으로 통용되는 미국자동차기술협회(SAE)의 자율주행 레벨을 간단히 살펴봤다. SAE는 레벨0부터 레벨5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레벨0는 ‘긴급 제동 장치’나 ‘전방 추돌 경보 장치’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단순 경고나 순간적으로 시스템이 개입한다. 레벨1은 조향이나 속도 중 하나를 조절하는 단계이며, 레벨2는 조향과 속도를 동시에 제어한다. 앞차와의 거리 조절부터 정차 후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을 인식하고 그 중앙으로 달리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이 그 대표적인 기술이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 상당수가 레벨2 시스템을 지원한다.

레벨3부터 자율주행 개념은 완전히 달라진다. 레벨0~2에서는 시스템이 운전자를 돕는다면, 레벨3부터는 시스템이 차량 운행 주도권을 가진다. 레벨3는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주행 환경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페달에서 발을 떼도 정해진 지점까지 일정 구간을 알아서 달린다. 고속도로를 벗어나거나 갑작스러운 공사 및 사고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 운전자가 개입하기 전까지 차량 스스로 판단하고 차선 변경 및 추월 등도 스스로 행한다. 레벨4는 고속도로와 같은 구간을 넘어 특정 지역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모든 주행을 차량이 담당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현재 일부 국가에서 자율주행 시범 도시가 면허제로 운영되고 있다. 레벨5는 지역 제한 없이 탑승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된다. 레벨5에서는 스티어링휠과 엑셀, 브레이크 등 어떤 조작 장치도 불필요하며 운전자마저도 배제된다.

올해 7월부터 상용화가 가능해진 자율주행 레벨3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모비스 ADAS-HDP(highway driving pilot)셀 리더 이재훈 책임연구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이제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레벨3 시스템을 장착한 차들이 시장에 등장할 예정이다. 레벨2와 가장 큰 차이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A. 가장 직관적인 차이점을 꼽자면,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서 이제 손을 떼도 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데, 결과적으로 특수한 상황에서의 대처 방식과 책임소재 부분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지금도 자율주행 관련 법규가 다듬어지는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관련 법규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만약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운전자가 운전 권한을 다시 받을 때까지 수초간의 공백을 시스템이 책임져야 한다.

레벨2는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정해놓고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운전자가 알아서 한다는 것을 전제로 개발했다.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제어를 해제하면 됐다. 하지만 레벨3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까지 최소 몇 초간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센서가 고장이 난 상황에서도 몇 초간 시스템 스스로 운전 상태를 유지해야 하게 때문에 레벨1에서 레벨2로 올라가는 것보다 레벨2에서 레벨3로 올라가는 것이 10배 이상 힘들다.

Q. 그렇다면 앞으로 레벨3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가 전적으로 법적 책임이 지게 되나. 책임소재에 논란이 있을 것 같다.
A. 유럽에서는 자율주행 책임 소재와 관련해 어느 정도 법규가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레벨3부터 기록 장치에 대한 강권화가 준비되고 있다. 만약 사고가 날 경우 사람이 운전했을 때도 피할 수 없는 사고였는지, 아니면 사람이 운전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데 시스템 문제로 대처하지 못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록 장치에 대해 고민이 크다. 이 기록 장치는 모두가 동의할 만한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 그 후 사고 책임을 제조사가 질 것인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판단 아래 보험사를 통해 처리할 것인지 구분해야 할 것 같다.

결국 이제 자율주행 차량 사고는 제조사와 보험사 간 분쟁이 될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전문성을 가진 보험사와 함께 제조사에 대응하게 될 것이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일반인보다 전문성을 갖춘 보험사와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하다.

Q. 일각에 따르면, 내년 출시될 제네시스 신차부터 레벨3가 적용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쏘나타나 아반떼와 같은 볼륨 차종까지 레벨3를 적용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A. 글쎄...기술이 볼륨 차종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센서나 액추에이터와 같은 핵심 부품 가격이 얼마나 하향 평준화 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앞서 레벨1에서 레이더 및 카메라 제품군이 볼륨 차종에 적용되기까지 5~6년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그런데 레벨2에서 3로 갈 때는 센서류뿐 아니라 액추에이터의 고가화도 피할 수 없다. 특히, 리던던시(redundancy) 개념을 통해 백업 액추에이터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원가 상승은 물론, 소비자 비용 부담도 크게 상승할 것 같다. 더욱이 전장 부품과 달리 액추에이터와 같은 기계류는 가격 인하 속도가 더디다. 레벨 1ㆍ2가 보편화되는 시간이 5~6년 정도였다면, 레벨3는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Q. 현대모비스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자율주행 부문에 필요한 센서 기술을 모두 확보한다는 내부 계획을 갖고 있다. 프랑스 발레오와 같은 글로벌 탑티어 업체들과 비교하면 지금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나.
A. 레이더는 이미 양산을 하고 있고 적용 차종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전후방과 각 코너 등 차량 한 대에 5개 이상 장착되는 레이더는 다른 해외 경쟁사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 없이 가격과 성능 모두 준수하다.

카메라는 독자 기술로 양산을 했지만, 이를 볼륨 차종까지 확대하기에는 아직은 미흡하다. 성능은 충분하지만, 신뢰도 부문에서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때문에 카메라는 모빌아이 솔루션과 협업을 유지하며,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동안 독자 개발 카메라와 모빌아이 솔루션을 함께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라이다는 아직 카메라처럼 독자 기술로 병행할 수준은 아니다. 외부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며, 어느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Q. 테슬라나 모빌아이 등에서는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연 레벨3~4 수준에서도 가능할까.
A. 기본적으로 라이다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아니 조금 더 정리해서 말하자면, 라이다가 필수라는 것보다 현재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다. 만약 라이다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타입의 레이더나 새로운 센서가 있다면 가능하겠다. 우리는 레이더와 카메라가 가지는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여러 차량을 양산하며 그 기술적 한계를 확인했다. 레벨3부터는 일반 운전자가 인식하는 수준을 100% 이상 보장해야만 한다. 레이더는 반사가 어려운 빗면으로 된 물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카메라는 딥러닝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학습하더라도 새로운 형태나 신뢰도가 낮은 상황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대만에서 있었던 테슬라 사고만 해도 도로에 전복되어 누워있는 트럭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라이다는 레이더와 카메라를 대체하는 제 3의 눈이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만약 라이다를 대체하고 레이더의 단점을 상쇄한 또 다른 센서가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오히려 추가해 더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Q. 오토파일럿처럼 조금 더 기술 선도적인 이미지를 가져갈 생각은 없는가.
A.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회사 경영진의 입장은 보수적이다. 이는 고객사(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공격적으로 기술적 임팩트를 가져간다면, 일부 팬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신뢰성을 쌓아가는데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경영층에서는 오히려 양산 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신뢰성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Q. 3~4년 전, 현대차그룹 고위임원이 “우리는 자율주행 3단계까지만 내다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레벨4는 아주 먼 이야기일까.
A. 내부에서도 레벨4는 부정적으로 본다. 이것은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니다. 레벨3를 준비하며 가장 집중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로 위 사전 데이터다. 국내 고속도로만 4800km이다. 즉, 레벨3를 하게 된다면 4800km 전 도로를 검증해야 한다.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 번 반복해서 교차 검증해야 한다. 충분한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양산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도로가 완벽하게 인지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레벨3가 사실상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벨4로 가면 도심 내 좁은 골목길까지 무한대에 가까운 길을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을까. 수시로 발생하는 공사로 인해 측정된 데이터가 일주일 만에 쓸모없어진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양의 문제다. 결국 레벨4는 기술 발전의 영역이 아니다. 물리적인 데이터양과 시간의 범위가 자동차로써 소화할 수준이 아니다. 제조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면 골목길이나 시내길도 어느 정도 갈 수는 있지만,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로를 달리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Q. 결국 자율주행 레벨이 높아질수록 정밀지도와 GPS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정확도나 오차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A. 수치상 얼마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과거 정밀지도는 ‘현재 달리고 있는 4차선 중 2차선에 차가 있다’ 정도였다면, 레벨3 양산을 위해서는 ‘지금 차량이 차로 왼쪽에 가까운지, 오른쪽에 가까운지, 차선 일부를 넘어가는 중인지’ 확인하는 수준의 정확도가 필요하다.

Q. 5G 통신망도 자율주행 관련 기술로 부각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얼마나 데이터가 필요할까.
A. 사실 자율주행 차량을 제어하는 데 있어 외부에서 받아야 하는 데이터양은 현재 LTE망으로도 충분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여km를 가는데, 출발 전부터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다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하는 순간순간 받아야 하는 데이터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더욱이 검증된 맵(도로) 위에서 이뤄지는 자율주행은 통신 불량 상태도 고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5G가 필요한 이유는 반응 속도 때문이다. 새로운 데이터가 수초의 레이턴시를 갖고 들어올 경우 쓸모가 없을 수 있다. 사고 발생 여부나 다른 인프라를 통해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단위로 이를 활용해 차량을 제어해야 한다. 결국 5G 필요 여부는 데이터양보다 레이턴시 속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Q. 자율주행의 인공지능(AI)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 시 발생하는 ‘트롤리 딜레마’를 빼놓을 수 없다. 과연 이 딜레마는 풀 수 있을까.
A. 일단 이 문제는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고, 실무진 선에서 생각한다면 영원히 풀지 못할 것 같다. 아직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차가 어떻게 움직일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향후 자율주행차는 이런 성격, 이런 패턴을 가졌다고 사용자들이 공감하고 익숙해지면 그 성향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에도 비상 스위치가 있다. 탑승자 옷이나 발이 끼면 누르게 되는데, 갑자기 멈춰 선다. 이걸 누르면 한 명이 다치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있던 다른 이들이 우르르 넘어져 여러 명이 다칠 수 있다. 그렇다고 버튼을 눌러도 에스컬레이터가 천천히 멈추면 그 한 명이 심하게 다치거나 죽게 된다. 에스컬레이터도 처음 생겼을 때 이런 딜레마가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전 세계적인 표준이 생기면서 익숙해졌다. 긴급 제동 버튼을 누르면 갑자기 서고 그로 인해 다른 이들이 넘어질 수 있다고 인지한다.

자율주행 역시 그런 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지금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시작점은 제동과 조향이다.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틀어 사고를 피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주행 차로 내에서 제동을 통해 사고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을 우선시한다. 조향은 차후 선택지다. 즉, 이 같은 딜레마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최근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투자 소식이 전해졌다. 벨로다인이나 얀덱스 등과의 협업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A. 이미 상당 부문 실무 단계에서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벨로다인은 라이다 기술력은 높지만, 연구소나 대학교에서 사용하는 연구개발용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물량이 제한적이다. 대량 생산 시 발생하는 공차나 원가 현실화 등에 있어 모비스의 생산 공정 및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벨로다인과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긴밀한 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양산 센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얀덱스는 러시아의 통제된 지역에서 기업형 로봇택시를 운영하며, 다양한 데이터와 환경 로그를 수집하고 있다. 차선이 보이지 않는 혹한의 날씨에 진행되는 자율주행 데이터 등 남다른 경험을 갖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모비스는 액추에이터나 섀시 등 차량 통제 및 기계 부문의 기술을 갖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Q. 결국 연구개발은 사람과 돈, 그리고 시간이 전부다. 어떠한 부문에서 가장 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가.
A. 전통적인 자동차 전공자도 필요하지만, 데이터 처리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은 기술적인 참신함과는 별개로 절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확률 및 검증과의 싸움이다.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나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유효한 것을 이끌어내고 이를 알고리즘에 적용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연구소 내에서 알고리즘만 짜는 인원은 소수다.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극복하기 위해 실제 주행 환경에서 하나하나 검증하고 노력하는 이들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