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가 눈에 밟히는 이유, 현대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시승기

조회수 2020. 7. 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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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싼타페(TM)을 확 뜯어 고쳤다. 앞,뒤 모습이 크게 바뀌었고, 새로운 골격과 엔진을 집어넣었다. 실내에는 버튼식 변속기를 달고 그 주변을 다시 그렸다. 페이스리프트를 빙자한 풀체인지급 변화다.

글/사진 로드테스트 신동빈


시승 장소에 선 더 뉴 싼타페 캘리그래피

기자는 지난 해 아빠가 됐다. 평소 타는 BMW X1을 좁게 느낀 터라 싼타페, 쏘렌토, 팰리세이드 등 패밀리 SUV 시승에 적극 임하고 있다. 운전 재미가 있는지, 2열시트는 안락한지,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안정감을 주는지 등 세 가지 기준을 세우고, 실구매자 입장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이번 싼타페 시승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효자동 인근 북한산 아랫자락 관세비스타까지 왕복 약 60km 코스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승행사를 쪼개다 보니 부득이 2시간 남짓 짧은 주행거리가 주어졌다. 풀지 못한 수학문제를 내려놓는 것처럼 찜찜하게 하차했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시승 느낌을 담아왔다.

쏘렌토와 비슷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실내외를 살펴보기 앞서 주행감각을 먼저 살펴보자. 싼타페에 이식한 현대기아차의 3세대 플랫폼은 BMW에서 30여년 간 플랫폼 개발을 주도한 파예즈 라만의 손길이 닿았다. 최신형 기아 쏘렌토에 먼저 적용했는데, 단단한 승차감과 한층 선명해진 가감속 반응이 호평 받았다. 일부 차주들은 ‘독일차 같다’ 혹은 ‘BMW 느낌이 난다’며 크게 만족했다.


더 뉴 싼타페 프레스티지

기자 역시 싼타페 시승 며칠 전 쏘렌토를 미리 타 봤는데 처음부터 ‘흠칫’했다. BMW X1은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에 ‘덜 BMW다운’ 차에 속하는데, 쏘렌토에서 그런 향이 은근 풍겼기 때문이다. 특히 선명한 스티어링 손맛과 반응성 좋은 페달 감각, 단단한 서스펜션이 호소력 짙었다. 싼타페 역시 쏘렌토와 같은 플랫폼, 같은 엔진을 사용했으니 달리는 맛이 비슷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신형 싼타페는 쏘렌토 보다 한결 부드러웠다. 쏘렌토가 유럽에 귀화를 신청했다면 싼타페는 고향을 지키려 애쓴 흔적이 보였다. 가속감각, 서스펜션의 움직임, 운전대 꺾을 때의 반응은 국산차 느낌이 진했다.


더 뉴 싼타페 캘리그래피


새로 개발한 스마트스트림 2.2 디젤 엔진


새 엔진, 새 플랫폼은 어떤 변화를 줬을까?

2.2리터 디젤엔진은 가속감이 훌륭하다. 최고출력 202마력은 3,800rpm에서 뿜고, 최대토크 45kg.m은 1,750~2,750rpm에 걸쳐 있다. 이전과 완전히 같다. 시내 운전은 물론이요, 시속 100km을 넘는 고속에서도 약 1.8톤 덩치를 시원하게 밀어준다. 고속 추월 역시 더딤 없고 시속 180km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한다. 기존 싼타페 엔진 역시 준수한 가속 능력을 보여줬기에 ‘여전히 잘 나가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발끝 페달 감각은 쏘렌토가 좀 더 세밀한 느낌이다.

고속 코너링에서 보여준 차분한 몸놀림은 감동적이다. 좀처럼 좌우로 뒤뚱거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뚝심 있게 지켜낸다. 고속도로 램프를 불안하게 빠져나가던 옛날 싼타페는 곧 잊혀질 전설이 됐다.

운전대 반응은 아직도 뿌옇다. 이전보다 묵직하지만 유격이 소폭 느껴지고, 톱니바퀴가 정확하게 탁탁 맞아 들어가는 느낌은 아니다. 세밀한 스티어링 감각을 선호한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그저 부드럽고 편안한 손맛이 좋다면 싼타페 세팅이 적당하다.



현대차가 서스펜션을 만지는 능력은 이제 수준급이다. 이전 보다 탑승자 머리가 덜 흔들린다. 차체가 아무리 단단해도 충격 흡수가 신사답지 못하면 쉽게 피로가 온다. 영유아의 경우 머리 흔들리는 것에 민감한 탓에 이 부분을 유독 신경써서 확인했다. 다행히 신형 싼타페는 작은 요철은 말랑말랑하게 튕겨내고, 큰 요철은 2차 진동을 최소화하며 조신한 하체를 뽐냈다. 타사 모델과 비교해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새 플랫폼의 또 다른 혜택은 정숙성이다. 덕분에 도심 주행이 정말 고요하다. 정차 시 외부 소음 차단 능력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캘리그래피는 1, 2열 모두 측면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심기 때문에 더 조용하다. 쏘렌토는 1열만 적용했다.

엔진 소음, 진동...이 느낌 뭐지?

엔진 소음과 진동은 거슬리는 지점이 있다. 가속 시 2,500~3,000rpm을 넘어갈 때 쯤, 다소 불쾌한 소음과 진동이 넘어온다. 엔진오일 부족할 때와 비슷한데, 승용 디젤엔진의 일반적 소음, 진동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이 엔진의 근본적 문제라기 보다 방음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탄 시승차만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쏘렌토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분.


엔진 소음 진동, 뭉툭한 스티어링 감각에 불만이 생겼지만, 전반적인 주행 품질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이런 가격에 시원한 가속 능력과 정숙성, 준수한 하체 세팅을 누릴 수 있는 차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확인이 좀 더 필요한 ADAS

신형 아반떼 시승에서 크게 감동했던 것이 ADAS였다. 부드러운 가감속과 네비게이션에 기반한 똑똑한 몸놀림은 ‘운전’이 곧 사람 손에서 떠나게 될 것을 암시했다. 허나 싼타페는 종종 투박한 모습을 보였다. 시승 구간이 짧아 장시간 테스트 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도 믿고 맡겨도 될까 고민했다. 아반떼 보다 늦게 등장한 모델인데도 ADAS 만족도가 떨어진 것은 의아하다. 이 부분은 추가 시승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위 / 더 뉴 싼타페 캘리그래피 // 아래 / 기존 싼타페

확 바뀐 외모, 여러분의 생각은?

싼타페 새 디자인은 일반적 페이스리프트 수준을 넘어선다. 주된 변화는 얼굴에 있다. 자세히 보면 헤드램프, 그릴 등 주요 요소의 배치가 그대로다. 변신에 많은 비용이 드는 철판은 그대로 두고(실제로는 만진 부분이 많다고 한다) 플라스틱으로 된 그릴, 범퍼가 완전히 변신했다.

이전 싼타페 그릴은 안쪽으로 파고드는 형상이다. 확장형 조형을 쓰는 일반적 자동차 디자인에서는 찾기 힘든 터치다. 팰리세이드에서 시작한 이 방식이 현대차 고유 얼굴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싼타페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다시 넓고 우람해 보이는 형상으로 돌아왔다. 캐스케이딩 그릴 패밀리룩을 깼기 때문에 현대차 SUV 그릴 디자인 기조에 변화가 온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마스크 쓴 것처럼 보이긴 해도 박력 있다.


더 뉴 싼타페 프레스티지

모양이 바뀐 리어램프는 한 줄 붉은 색 띠로 연결했다. 그냥 장식일 뿐, 광원이나 반사판 기능을 하지 않는다. 뒷범퍼는 머플러를 완전히 감췄다.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트림은 머플러 흔적만 남겼고, 캘리그래피는 마치 전기차가 연상될 정도로 매끈하게 처리했다.

새로 등장한 캘리그래피, 뭐가 다를까?

새로 추가된 최상위 트림 캘리그래피는 기본형보다 다분히 도시적 이미지를 뽐낸다. 역삼각형 패턴을 집어 넣은 캘리그래피 전용 그릴, 차체 색상과 동일하게 칠한 휠하우스 클래딩, 전용 뒷범퍼 디자인, 전용 휠, 1-2열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 등이 특징이다.


더 뉴 싼타페 캘리그래피 전용 그릴


캘리그래피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


위 / 더 뉴 싼타페 캘리그래피 // 아래 / 더 뉴 싼타페 프레스티지

‘흰색 싼타페를 살거면 꼭 캘리그래피로’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기본형 범퍼는 검은색 플라스틱이라 흰색 차체를 선택할 경우 이 부분이 유난히 튄다. 같은 색이라면 캘리그래피가 훨씬 고급스럽다.

센터콘솔 버튼이 너무 많아

싼타페 대시보드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아랫쪽이 완전히 바뀌었다. 상단에서 변화는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이 새로 들어간 게 전부다.

버튼식 변속기가 들어오면서 주행 관련 버튼,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등 여러 조작부가 에어컨, 오디오와 한데 묶였다. 팰리세이드에서 익히 봤던 구성이다. 덕분에 변속기 아래 수납 공간이 새로 생긴 이점은 있으나 너무 많은 버튼들이 같은 색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어, 조작용이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팰리세이드는 넓은 공간 덕분에 버튼이 큼직큼직했다. 반면 싼타페는 안 그래도 작은 도화지에 손톱만한 버튼들을 모아두니, 버튼 위치를 충분히 익혀둬도 선뜻 손 뻗기가 무섭다. 버튼 종류에 따라 재질과 색상을 다르게 했다면 좋았을 듯 싶다.

그래도 컵홀더 주변 만들기는 현대기아차가 전세계에서 가장 잘한다. 얼핏 봐서는 컵홀더가 하나인 것처럼 보이지만 수납 공간 안쪽에 숨은 컵홀더가 또 있다. 무선충전패드는 공간을 덜 잡아 먹도록 삽입식을 택했다. 덕분에 급가감속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이전보다 넓은 뒷좌석

뒷좌석은 이전보다 앞뒤 다리공간이 1,026mm -> 1,060mm로 34mm 늘었다. 플랫폼 변경 덕분이다. 등받이는 40도 가까이 뒤로 눕는다. (앞좌석을 몸에 맞춘 상태에서) 키 176cm인 기자가 뒷좌석에서 다리를 꼰 채 아주 편안하게 쉴 수 있다.

3열 시트는 정말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타지 않는 게 좋다. 바닥은 높은데 시트는 낮아 자세가 상당히 불편하다. 대신, 오토 기능을 갖춘 3열전용 에어컨 조작부와 USB 포트가 옵션으로 마련돼 있다.

3열 승하차 편의를 위한 2열 원터치 폴딩 기능은 오른쪽 시트만 가능하다. 2열 시트가 좌우 6:4로 나뉘는데 하필 4인 쪽이 원터치다. 원터치를 오른쪽 좌석에만 둘 거라면 4:6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2열 등받이를 가장 눕힌 상태와 세운 상태

플랫폼 변경 혜택은 또 있다. 트렁크가 625리터에서 634리터로 9리터 커졌다. 얼핏 봐서는 이전모델과 비교할 때 어느 부분이 넓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트렁크 바닥 아래 공간을 3분할(5인승만 해당)한 구성과 러기지 스크린을 수납할 수 있도록 좌우로 넓은 공간을 판 것 등은 이전과 같다.

연비와 가격은?

복합 연비는 5인승, 2WD, 18인치 휠 복합연비 기준으로 4.4% 개선돼 리터 당 14.2km다. 연비는 1% 개선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이 정도나 끌어올린 것은 새 플랫폼과 새 스마트스트림 디젤 엔진, 8단 습식 더블클러치 변속기 덕분이다. 효과 제대로 봤다.

이전 모델 가격은 2.2리터 디젤 기준으로 2,975만 원 부터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3,122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캘리그래피는 기본 3,986만 원이며 이런 저런 옵션을 모두 선택하면 4천만 원 중반 가격을 이룬다. 여러 부분 상품성 개선을 생각하면 가격 상승을 수용할 수 있다. 단, 풀옵션 가격은 싼타페를 꼭 사야 할 게 아니라면 팰리세이드로 넘어가는 것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평

크게 변신한 더 뉴 싼타페, 외모로는 확실히 신차급 임팩트를 줬다. 실내외 디자인과 주요 옵션의 구성, 전반적 만듦새가 뛰어나다. 기자 같은 초보 아빠는 물론 중형 SUV를 생각하는 뭇 소비자를 강력하게 잡아 끈다. 달리기 성능 역시 아쉬운 점 없지 않으나 대체로 만족스럽다.

다만, 쏘렌토의 조금 더 큰 덩치와 유럽향 주행 감각은 싼타페 향한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다. 쏘렌토에 6인승이 있다는 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에어백이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기자 입에서 ‘싼타페 많이 좋아졌네’라는 말이 나오지만 머릿 속에 쏘렌토가 자꾸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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