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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우디 e-트론, 익숙한듯 익숙지 않다

박홍준 입력 2020.08.28. 10:09 수정 2020.08.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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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을 시승했다. 신차는 버추얼 미러, 급속 충전 시스템 등의 첨단 신기술을 적용한 모델로, 아우디가 최초로 선보인 양산형 전기차다.

이로써 재규어,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아우디도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가세했다. 경쟁자들이 짧은 주행거리와 높은 가격으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e-트론은 어떤 매력을 담고 있는지 살펴봤다.

# 풀 사이즈 SUV?

아우디는 e-트론을 ‘풀사이즈 SUV’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그리 커보이지는 않는다.

차가 크다는건 제원을 살핀 뒤에야 알아챌 수 있다. 전장 4900mm, 전폭 1935mm, 휠베이스 2928mm로, 직접 경쟁 상대인 메르세데스-벤츠 EQC(전장 4770mm, 전폭 1890mm, 전고 1620mm)보다도 크다.

전반적으로는 BMW X5(전장 4930mm, 전폭 2020mm, 휠베이스 2995mm)와 유사한 덩치지만, 그럼에도 작아보이는건 전고 탓이다. e-트론의 키는 1685mm. 반면 X5는 1745mm를 갖춰 60mm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e-트론의 세일즈 포인트로 꼽히는 ‘버추얼 미러’도 한 몫을 한다. 기존 사이드미러의 3분의 1 크기에 지나지 않고, 차량 후면부보다 안쪽에 위치할 정도로 작다. 이는 경쟁 차종들이 사이드미러를 폴딩했을때와 유사한 크기다.

외관은 전동화를 염두한 아우디의 차세대 디자인 언어를 따랐다. 새로운 싱글프레임 그릴이 대표적이고, 도어 실은 차체 하부에 배터리가 위치해있음을 암시한다. 배기 파이프가 없는 후면 디퓨저는 미래 지향적인 감각을 담았다.

# 컴퓨터 앞에 앉은 듯한 실내

실내는 단순해진 동력 구조 덕분에 넉넉해진 영역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두 손가락만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어레버 하단엔 센터 콘솔 박스가 뻥 뚫려있고, 센터 터널이 없는 2열 플로어는 평평하게 설계됐다.

2열 공간은 생각보다 넉넉하다. 181cm 성인 남성이 앉아도 주먹 한개 반 정도의 레그룸이 나오고, 헤드룸도 주먹 한개 정도의 여유가 있다. 센터 터널이 없어 바닥은 평평하지만, 성인이 앉기에는 부족해보인다.

편의 사양은 부족함이 없다. 앰비언트 라이트, 블랙 헤드라이닝, 나파가죽 등을 적용해 나름의 멋을 부렸고, 메르세데스-벤츠 EQC에서는 볼 수 없던 통풍시트도 기본 적용했다. 전ㆍ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과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 아우디 사이드 어시스트, 프리센스 360, 교차로 보조 시스템, 가상 엔진 사운드 등 안전 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불만이 없는건 아니다. 실내는 요리보고 저리봐도 디스플레이밖에 보이지 않아 정신이 없고, 직관성은 다소 떨어진다.

운전석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클러스터, 버추얼 콕핏으로 명명된 센터 디스플레이, 거울을 대체하는 2개의 OLED 패널까지. 총 다섯개의 화면이 운전자를 감싼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포함한다면 여섯개다. 자동차의 운전석 보다는 편집 디자이너 책상에 앉아있는 느낌을 준다.

결국 공조 장치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화면을 터치하는 수 밖에 없다. 주차 센서, 볼륨 다이얼, 정도를 제외하면 센터 디스플레이에 물리 버튼을 찾을 수 없다. 주행 중 사용 빈도가 높은 드라이브 모드도 터치로 작동되니 직관성이 떨어진다.

# 익숙한데 새롭다

e-트론의 파워트레인은 95kWh 리튬 이온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모터로 구성된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360마력, 최대토크는 57.2kg.m이며, 1회 충전시 307km를 주행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부스트 구간에 진입하면 출력은 408마력, 토크는 67.7kg.m까지 증가한다.

전기차 답게 주행 감각은 매끄럽다. 전기차 특유의 강한 토크가 툭툭 튀어나올 법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는 이상 가속 성능은 고급 세단 만큼이나 절제된 느낌이다. 때문에 전기차에 익숙치 않은 운전자도 내연기관차를 운전하듯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의도한 주행에서는 원하는 만큼 출력을 뿜어낸다. 변속 레버를 S로 옮기면 계기판 끝단에 부스트 모드 구간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계기판 바늘을 밀어올리면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가속 성능이 발휘된다. 최대 토크가 즉시 발휘되는 만큼, 어떤 구간에서건 강력한 가속 성능을 경험할 수 있는 전기차만의 매력이다.

이런 가속성능 덕분에 와인딩 로드에서의 움직임도 발군이다.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위치해 있으니,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느낌이 신기할 정도다. 2.1톤의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차량의 전면부가 코너 안쪽을 파고들고, 코너를 탈출하면서 가속 페달을 즈려밟으면 뒷 차와의 거리를 벌리는건 시간문제다. 에어 서스펜션과 타이어도 이 같은 상황에 차체를 잘 지탱한다.

e-트론의 정숙성은 유독 빛난다. 1열과 2열에 적용된 이중접합 유리, 그리고 방음재 탓이다. 때문에 제한속도 내의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과 외부 소음 유입이 덜한 편이다. 사실 경쟁 모델들은 너무 조용한 탓에 외부 소음이 크게 들리는 편이다.

효율을 중요시 하는 전기차답게 회생제동 능력도 특별하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 덕분. 이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시 전기 신호로 브레이크를 통제하는 기술로, 브레이크 디스크 작동 없이 회생제동만으로 정차까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차가 멈춰서기 직전 수준인 0.3G에서도 동력을 회수할 수 있어 제동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

똑똑한 예방안전 기술도 인상적이다. 차체 전면부에 부착된 레이더로 차간거리를 확인하고, 운전자가 앞 차와 가깝게 붙어있다 판단될 경우, 경고를 보내고 스스로 거리를 벌린다. 그 마저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버추얼 미러는 어두운 곳에서도 꽤 선명한 시야를 보여주고, 방향지시등 점등 시 화면에 가상의 선을 그어 차로 변경에도 도움을 준다. 터치만으로 화각을 조절할 수 있고, 운전자의 손이 닿지 않는 오른쪽 화면도 왼쪽 디스플레이로 통제할 수 있는 점은 편리하다.

버추얼 미러에 익숙해지는건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차로 변경을 위해 사이드미러가 있을 곳을 바라보면 카메라만 있기 때문. 시선이 조금 민망해진다.

# 똑똑한 주행감각, 인터페이스는…

e-트론의 주행성능은 전기차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강력한 가속 성능과 익숙한 주행 감각을 양립시켰고, 안정적인 움직임도 발군이다. 외부 소음 유입까지 신경쓰는 세심함, 똑똑한 주행 보조 시스템, 회생 제동 능력 등도 한 몫을 했다.

반면, 인터페이스는 실망스럽다. 최소화된 물리 버튼 탓에 조작감이 아쉽고, 그 자리를 채운 디스플레이는 다소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크고 많은 모니터 화면만이 진보라고 볼 수 없다. 더 큰 디스플레이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많다.

주행 성능으로 대변되는 기본기,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은 이미 잘 해오던 영역이다. 결국 운전석에서 얼마나 혁신적인 경험을 줄 수 있냐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운전자의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그것이 진정한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