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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대첩,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0

박지웅 입력 2020.09.21. 21:19 수정 2020.09.2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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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군단이 1년 만에 새 식구를 데리고 우리나라를 다시 찾았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포르쉐 내연기관 모델을 압도하는 타이칸이 시선을 끌었다


세계 각지를 돌며 포르쉐 운전 재미를 전파하는 포르쉐 월드 로드쇼(PWRS)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식구가 늘었다. 국내에도 이미 소개한 바 있는 타이칸을 데려왔다.

타이칸으로 준비한 첫 번째 이벤트는 가속력 체험이었다. 사고 예방 차원에서 론치컨트롤이 제한됐다. 차도 터보 S 대신 터보로 진행했다. 어차피 론치컨트롤 사용할 때만 출력 차이가 발생하니 크게 아쉬운 건 없었다.

타이칸 터보는 론치컨트롤을 쓰지 않더라도 최고출력이 625마력이나 한다.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발진 가속력을 익히 아는지라 헤드레스트에 머리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스트럭터의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속 페달을 짓이겼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이 멈춘다고 했던가. 찰나였지만,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오감이 바삐 움직이며 발사 직전의 움직임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유의 우주선 소리를 이제 막 내기 시작한 전기모터, 발톱을 잔뜩 드러내고 아스팔트를 찢을 듯이 움켜쥔 타이어, 간신히 기절만 면한 채 뒤로 전부 쏠려버린 혈액…. 모든 순간이 비현실적인 경험으로 가득했다. 장담컨대, 초침이 딱 세 번 움직였을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했다. 타이칸은 짧은 직선거리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빨랐다.

타이칸 터보 S로 옮겨 타고 트랙으로 나갔다. 연거푸 세 바퀴를 돈 후 마침내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경험할 차례가 왔다. 앞장선 인스트럭터의 파나메라 GTS가 거북이처럼 느려 보이긴 처음이었다. 타이칸 라인업 최상위 모델다웠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가속력 때문에 조금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금세 인스트럭터 꽁무니에 바짝 붙었다. 무전기에선 인스트럭터가 자신이 더 빨리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타이칸이 정말 빠르지 않냐고 물어왔다. 더 빠르게 달리고 싶은 마음에 당신도 타이칸을 타지 그랬냐고 되묻고 싶었다.

이어진 택시 드라이브에서 경험한 타이칸의 성능은 더 놀라웠다. 비록 직접 운전하는 건 아니었지만, 인스트럭터가 최대토크 107kg·m을 모두 쏟아내며 타이칸을 몰아붙이자 간담이 서늘했다. 직접 운전할 때도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아예 차원이 다른 주행이었다. 도대체 이 차의 한계는 어디일지 짐작도 어려웠다.

짧은 시승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911 터보 S로 향했다. 사실상 타이칸 터보 S보다 더 빠른 모델이다 (0→시속 100km 기록이 0.1초 빠르다). 인스트럭터에 따르면 이 차는 한 자리에서 6일 동안 론치컨트롤만 했는데, 몇 번이고 반복해도 지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출발지에는 단단한 아스팔트가 오목하게 파여 있었다. 911 터보 S가 최대토크 81.6kg·m으로 매일 그 자리에서만 론치컨트롤을 했으니 아스팔트가 밀릴 만도 하다.

이날 모인 포르쉐 26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델은 최첨단 포르쉐 E-퍼포먼스가 반영된 타이칸도 아니고, 전체 라인업에서 제일 빠른 신형 911 터보 S도 아니었다. 주인공은 함께 트랙을 누빈 991시리즈 911 GT3 RS였다. 만약 신형 911 터보 S를 트랙에서 탔어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했을 터다. 정말이지 GT3 RS는 트랙의 제왕이다.

뒷바퀴에 물린 325mm 타이어는 어찌나 넓은지 땅에 붙어있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했다. 누워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차는 어떻게 되어도 타이어만큼은 절대 땅에서 떨어지지 않겠다 싶었다. 뒷자리를 걷어낸 자리엔 무시무시한 롤케이지를 박고 버킷시트는 옆구리를 단단히 잡았다. 경주용 자동차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수평대향 6기통 4.0L 자연흡기 엔진이 연주하는 배기사운드는 환상적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회전수를 9000rpm까지 올리면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인스트럭터가 도망가려고 하면 배기구가 호통을 치며 뒤를 쫓았다. 이전까지 조심조심 돌던 코너도 이 차를 타면 무서울 게 없었다. 어떤 코너링에서도 여유가 넘친다.

익숙한 내연기관 포르쉐는 물론 PHEV, 전기차까지 한자리에서 경험한 하루였다. 포르쉐의 수평대향 6기통은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언제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신형 911 터보 S 는 타이칸 터보 S를 간신히 따돌렸다.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가진 모델이 언제까지나 포르쉐에서 최고여야 할까? 아쉽지만 아니다.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버린 포르쉐 제왕의 대관식이 머지않아 열릴 것이다.



박지웅 사진 포르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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