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모터그래프

[전승용 칼럼] 못 믿겠다 현대차, 더 못 믿겠다 중고차

전승용 입력 2020.10.27. 14:16 수정 2020.10.27. 14: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압도적인 판매량과 달리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각종 동호회 및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보면 일명 ‘현대기아차 까기’가 국민 스포츠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죠.

현대기아차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터그래프에서 몇 번의 설문 조사를 통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좀 흘렀지만, 2016년 7월에 진행한 ‘현대기아차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 6441명 중 무려 73.9%가 ‘도덕성’을 꼽았습니다. 제품으로서 중요한 요소인 운동성능(790명, 12.3%)이나 브랜드 가치(313명, 4.9%), 고급감(264명, 4.1%) 등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였습니다. 한마디로 현대기아차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죠.

또, ’가장 믿을만한 국산차 브랜드는?’ 조사에서도 현대차는 전체 응답자의 9.7%, 기아차는 3.8%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현대기아차를 왜 미워하나요?’ 조사에서는 ‘국내 시장을 차별해서’가 45%의 선택을 받으며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설문이 현대기아차의 아쉬움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꽤 많은 소비자가 현대차의 도덕성에 낮은 점수를 주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자료=모터그래프 설문조사).

그런데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런 현대기아차보다 더 신뢰도가 낮은 곳이 있더군요. 바로 중고차 업체입니다.

시작은 현대차 김동욱 전무의 국회 국정감사 발언이었습니다. 현재 중고차 시장은 가격 결정과 품질 평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중고차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한마디로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시사한 겁니다.

이에 대해 정작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습니다. 솔직히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에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대기아차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바닥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중고차 시장도 온라인(또는 모바일) 플랫폼 등을 통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그래도 정확한 숫자가 알고 싶었습니다. 설문을 했죠.

설문은 지난 10월14일부터 21일까지 딱 일주일 진행했습니다. 응답 항목은 딱 두 가지로, 찬성(허위매물, 강매 등 기존 중고차 업계는 신뢰를 잃었다 / 수입차는 이미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과 반대(대기업 독과점이 우려된다 / 신차 판매를 위해 중고차 가격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였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팽팽할 것이란 제 예상과 달리 현대차의 중고차 업계 진출을 환영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총 2737명이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는데요. 전체 응답자 중 89.3%, 무려 10명 중 9명에 해당하는 2443명이 찬성을 선택했습니다. 반대는 294명으로 10.7%에 그쳤습니다.

찬성 쪽은 “지금의 중고차 시장은 알면 시세에 맞게 모르면 눈탱X,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찬성한다. 중고차 업자들이 자기들 무덤 판 거라고 본다(ID: jjin***)”, “차 사러 간 사람이 차에 대해 잘 모른다 싶으면 뒤통수 치는 게 중고차 딜러, 있지도 않은 허위매물로 헛걸음 만들어내는 것도 중고차 딜러(ID: 고**)”며 기존 중고차 업체에 대한 날선 비판을 했습니다.

또,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소비자가 안전하고 신뢰 있게 사야 하므로 찬성한다(ID: the_***)”, “구매자 입장에서는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인증된, 멀쩡한 차를 사고 싶다(ID: _2.0***)”, “수입차는 중고차 인증 사업부들이 있다. 그렇다고 중고차 사업이 무너지지는 않고 있다(ID: june***)”, “체계적 검증과 판정 결과에 의거한 합리적 가격 책정으로 전국 어디에서 구매하든 동일하고, 일정한 보증조건도 적용될 수 있게 해달라(ID: knig***)”면서 소비자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대 쪽은 “(현대차가)지금 만든 차들의 하자에 대한 소비자 불만부터 해결을 깔끔하게 하고 나서 생각해야 한다(ID: msfc_***)”, “독점하면서 가격 담합하면 새 차도 가격 오르고 중고차도 가격이 오를 것이다. 지금 새 차도 소비자들이 피해를 많이 보는데 중고차도 독점하다시피 하면 국민들이 더 힘들어질 것(ID: 조**)”이라며 현대기아차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습니다.

또, “소비자 보호 차원이라면 중고차 품질검사서 발행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ID: seun***)”, “중소 사업자들이 무덤을 판 행위는 맞지만, 그렇다고 대기업에 시장을 허용하면 중소사업자들은 쓸려나가고 대기업의 잔칫상이 되어버리면서 중고차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로 가게 될 것(ID: ronn***)”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진출보다 현 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대기업 진출이 제한됐는데요, 이 규정은 작년으로 끝났습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여러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대기업의 진출 여부는 중소기업벤처부(이하 중기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이 5년간 제한됩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작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기부에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자는 의견을 냈는데요. 이에 대해 중기부는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대기업과 소상공인단체간 상생협약을 맺기 위해 양측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뭐,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더라도 대기업(또는 중견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현대차에 이어 쏘카도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인 ‘캐스팅’을 선보이며 중고차 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합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약 370~380만대, 약 30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차 판매량이 연간 170~180만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치입니다. 군침을 흘릴만하죠.

중고차 업계에서도 당연히 반대합니다. 등록된 중고차 업체만 해도 무려 6000~7000곳이나 되니까요. 당장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장세명 부회장은 이달 19일부터 ‘자동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독점적 우월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그들의 이익만을 위한 시장으로 변질되어 결국 소비자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갑자기 누가 와서 밥그릇을 뺏는 다는데 좋아할 사람 하나 없습니다. 더구나 그 밥그릇 안에 산해진미가 잔뜩 들어있다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현대차로 대변되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현재 중고차 업체의 적나라한 현실인 듯합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SNS 등의 발전으로 과거에 있었던 정보 비대칭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집 다음으로 비싼, 수백~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가는 사람 이제는 별로 없습니다. 철저히 검색하고, 비교하고, 따져보고 삽니다. 그동안 속았던 사람들과 앞으로 속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쌓이면서 기존 중고차 업체에 대한 불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입니다.

얼마전 용산전자상가를 조명한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화려했던 과거의 흔적은 사라지고, 쓸쓸하게 명맥만 유지하는 용산전자상가의 모습이 기존 중고차 업체의 미래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현대차 진출에 대한 90%의 찬성 대부분이 기존 중고차 업체에 대한 불신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이 시각 추천뉴스

인사이드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