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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CR-V 터보, 평범하고도 비범한 변화

조회수 2020. 9. 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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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SUV를 찾는다고? CR-V는 어떤가?


자꾸만 어딘가 부족한 듯 느껴진다. 그런데 큰 불편함은 없다. 귀신에 홀린 것인지 오히려 적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는 도심형 SUV다. CR-V는 1990년대 중반 등장과 함께 매력을 어필하며 땅따먹기 게임이라도 하듯 영역을 넓혀나갔다. 기세를 몰아 가슴팍에 월드 베스트셀링 SUV라는 훈장까지 달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나름 팬층이 두터웠다. 적어도 국내 일본차 시장이 추락하기 전까지는….

CR-V는 손대기 겁날 정도로 고급스럽지 않고, 유체이탈을 경험할 만큼 강력한 심장을 품고 있지도 않다. 그저 옆집 그리고 앞집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모델이다. 물 건너온 수입차이지만 가격도 유난스럽지 않다. 화려한 옵션을 잔뜩 넣은 국산 SUV 수준이다. 혼다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 중도를 지켜 친숙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친숙한 이미지를 견고히 쌓은 CR-V가 이번에는 스타일까지 바꾸고 냉담하게 돌아선 한국 소비자 앞에 섰다.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변화는 없다. 다만, 작은 변화는 의외로 큰 효과를 가져왔다. 밋밋했던 그릴에 검은색을 칠해 멋을 부렸고, 범퍼에 크롬 라인을 그려 현대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휠도 갈아 신었다. 이전 모델의 경우 부메랑이 떠오르는 요상한 형태였는데 지금은 다르다.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스포크를 품은 19인치 휠(4WD 투어링 트림에 적용된다)은 훨씬 보기 좋다. 뒷모습 역시 변화 폭은 크지 않다. 블랙 하우징 LED를 새로 넣은 테일램프를 적용하고, 번쩍이는 일반 크롬 장식 대신 다크 크롬을 더했다. 윙 타입 실버 로어 가니시와 사각 듀얼 배기구도 변화된 부분이다.

새로운 요소가 시각을 자극하길 원하고 있다면 애초에 기대를 접어두는 게 좋다. 실내 구성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는 사용 편의성을 위한 변화를 선택했다. 열선 스티어링휠과 2열 열선 시트는 모든 트림에 적용된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추가했다. 노멀 · 수납 · 대용량 3가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센터 콘솔 박스는 여전히 신선하다.

안전에 대한 배려도 빼먹지 않았다. 모든 트림에 첨단주행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이 기본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편의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한 탓인지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는 손이 닿을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래도 전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줄 만하다.

최고출력 193마력, 최대토크 24.8kg·m, 무단변속기, 그리고 네바퀴굴림. 평범하기 그지없는 제원이다. 하지만 CR-V를 움직이는 심장은 경쟁 모델보다 작은 1.5L다. 배기량은 작지만 힘은 전혀 작지 않다.

1.5L 직렬 4기통 터보 심장은 무단변속기와 손을 잡고 초반부터 힘을 뱉어낸다. 덕분에 경쾌하게 원하는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움직임이 부드럽다. 신형 19인치 휠에 대응하는 댐퍼 덕이다. 큰 요철을 지나거나 불규칙하게 팬 노면 위를 달려도 충격이 엉덩이까지 전해지는 일이 거의 없다. 브레이크 성능도 무난하다. 전자제어 파워 스티어링과 차체자세제어장치도 개선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엔진이 소리를 높이며 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렇다고 손이 데일 듯한 화끈함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CR-V는 어디까지나 친숙하고 평범한 도심형 SUV다. 속도를 줄이는 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일정하고 거칠게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CR-V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작은 심장에 무단변속기를 물렸지만 효율성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는 점이다. 제원에 표기된 복합연비는 11.5km/L. 왠지 아쉽다.

CR-V는 평범하지만 비범하다. 단점이 보이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다. 남들에게 으스대기 위한 차를 고르고 있다면 CR-V는 피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 출근을 위한 SUV를 찾고 있다면CR-V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허인학

사진 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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