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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첫 술에 배부르랴, GV80 3.5T

조회수 2020. 9. 6.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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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80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남다른 기대 끝에 태어난 제네시스 GV80.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첫 시작을 알린 GV80이 3.0 디젤을 시작으로 2.5 터보와 3.5 터보를 뒤늦게 추가하며 빈틈없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후 기대하던 승전보와 달리 GV80의 발목을 잡는 이슈들이 터져 나오면서, 한동안 판매량의 중심인 디젤모델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는 제네시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관심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GV80에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은 가솔린 모델은 제네시스의 배고픔을 채워줄 수 있을까.

■ ‘첫 번째로 녹아든 제네시스 디자인’

이제는 이름난 제조사들 모두가 저마다의 정체성을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표현한다. 가령,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은 ‘패밀리룩’이라는 뻔한 공식으로 지루함을 남기면서도 각 모델간의 정체성을 뿌리깊게 심어준다.

제네시스 GV80

뒤늦은 출발을 알린 제네시스도 같은 공식을 피할 수 없다. G90을 통해 기존의 디자인에 억지스러운 패밀리룩을 심은 첫 시도와 달리 GV80은 제네시스의 첫 번째 완성형 디자인을 앞세운다.

올해 초 처음 공개됐던 GV80은 이제는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커다란 덩치를 실감케 하는 전면부를 가득 채운 그릴과 좌우 양쪽에 위치한 4개의 LED 램프가 여느 국산차와 다른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다.

화려한 크롬 장식으로 엮인 그릴과 함께 고개를 치켜든 보닛을 따라가다보면 GV80의 디자인에서 가장 눈길이 오래 머무는 옆모습이 제법 우아한 모습을 그려낸다.

제네시스 GV80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낸 듯 뒤쪽으로 슬며시 떨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후방 램프에서 마침표를 찍으며, 22인치 크기의 휠을 가득 담아낸 휠하우스는 차체 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뒷모습은 전면부의 패밀리룩 디자인을 이어 받기 위해 좌우에 위치한 4개의 LED 램프가 넓은 면적을 가득 채운다. 디젤 모델과 달리 가솔린 모델만의 특징인 돌출된 배기구는 그릴의 디자인을 심어넣었다.

다만, 거대한 차체 크기를 당당히 외치는 전면부와 달리 뒤쪽에서 바라보는 GV80의 체격은 넓은 면적을 가득 채우기 위한 LED 램프와 그 사이를 메우는 제네시스이 영문 레터링 영향인지 다소 왜소해 보인다. 듬직한 체구에 반해 서서히 훑다보니 상체 운동에만 집중한 모습이랄까.

제네시스 GV80

문을 열고 마주한 실내는 앞서 경험한 디젤 모델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수많은 버튼들로 빈틈없는 실내를 마무리한 싼타페 부분변경과 팰리세이드와의 차별화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여백의 미를 강조한 제네시스는 가죽으로 감싼 대시보드와 나무장식으로 고급감을 강조한 모습이다. 눈에 보이는 구성만큼은 이제 수입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 현대차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버튼들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기능만큼은 한수 위다.

14.5인치 디스플레이 속에는 시간을 쏟아 꼼꼼히 설정해야 할 기능들이 수십 가지다. 다이얼을 돌려 변속기를 조작하는 센터콘솔에는 멀찍이 떨어진 모니터를 조작할 수 있는 다이얼과 4륜구동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다이얼, 오디오 조절부 등이 위치한다.

제네시스 GV80

2열에는 건장한 성인을 거뜬히 품을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소재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 가죽시트와 국내 소비자들에게 환영받는 통풍 및 열선 기능도 빠짐없이 담아냈다. 여기에 전동으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대중모델과의 차이점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한다.

시승차는 3열에 두 개의 시트를 더한 7인승 구조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불편한 공간을 억지로 끼워넣은 모습이다. 당당한 체구와 달리 실내에서는 기대 이상의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다.

뒷바퀴 굴림 방식의 플랫폼과 길게 뻗은 보닛,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 라인 등이 합쳐진 결과로, 크기 대비 넓은 실내 공간을 강점으로 내세운 국산차를 기대해온 소비자들이라면 예상외로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출시될 GV70의 실내 공간이 사뭇 궁금해진다.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GV80

■ 타겟층을 명확히 한 주행성능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3.0 디젤과 달리 시승차에는 GV80의 정점에 위치하는 V6 3.5 T-GDi 엔진이 빈틈없이 보닛 속을 채우고 있다. 전장 4945mm, 전폭 1975mm, 전고 1715mm, 휠베이스 2955mm의 큰 차체와 2.2톤을 넘어서는 육중한 무게를 감당할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kgf.m의 힘을 8단 변속기를 통해 4바퀴에 전달한다.

제네시스 GV80

3리터 디젤 모델을 경험했을 당시에도 꼼꼼히 틀어막은 방음재와 이중접합 유리, 능동형 소음 저감 기술 덕분에 기대 이상의 정숙성을 보여줬던 GV80은 넓은 물에서 만날 경쟁자들과의 승부를 가솔린 엔진으로 치뤄야 한다.

첫 번째 도전에서 쓴맛을 맛본 유럽과 달리 제네시스의 주력무대가 될 북미 시장에서 날개를 펼칠 3.5 가솔린 엔진은 넉넉한 출력을 앞세워 어느 속도에서도 진중한 움직임을 이어간다.

미끄러지듯 출발하는 첫 시작은 에코모드에서 더욱 자연스럽다. 54kgf.m의 최대토크는 아이들링 시점을 살짝 넘어서는 1300rpm부터 4500rpm까지 넓은 영역에서 이어지며, 이후 바통을 이어받는 380마력의 최고출력이 5800rpm에서 정점을 찍는다.

제네시스 GV80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성과 진동 저감 대책 능력은 잘 만든 디젤의 우수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료 선택에 따른 격차를 크게 보여준다. 여기에 V6 엔진이 내는 기분좋은 사운드는 먹성 좋은 엔진을 선택한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전달한다.

카메라 센서와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스펜션의 답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넘실대는 차체와 함께 기분 좋은 승차감을 확보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조차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유럽형 모델들의 빠릿하고 탄탄한 주행성능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19인치를 기본으로 20인치, 22인치를 선택할 수 있는 GV80은 다양한 크기의 휠을 고를 수 있는 대신에 커지는 휠 크기에 따라 승차감 손해를 감안해야 한다. 시승차에 탑재된 22인치 휠은 GV80의 디자인을 멋스럽게 담아내지만, 노면의 상태에 따라 높은 속도에서는 자잘한 충격들을 꾸준히 전달하며, 이 경우 고속주행 안정감도 상당 부분 손해를 보게 된다.

매끈한 노면 위를 달리는 상황에서는 속도감을 잊을 만큼 고속주행 안정감이 뛰어나지만, 간헐적으로 도로 환경을 편식하는 22인치 휠 대신 19, 20인치 휠과 타협하는 편이 연비와 주행성능, 차값 모두를 챙길 수 있는 대안이다.

제네시스 GV80

3.5 가솔린 터보 엔진은 높은 가격대의 SUV를 타면서 기대할 수 있는 여러 부분을 대부분 만족시킨다. 그러나 먹성좋은 연비는 배기량과 출력을 감안하더라도 효율을 높여야 한다.

시승차는 7인승에 4륜 구동, 22인치 휠 등을 모두 장착해 복합 연비 7.8km/L(도심 6.9km/L, 고속도로 9.1km/L)를 나타낸다. 실주행에서도 두자릿수 연비를 나타내기란 고속주행 환경에서도 어려우며, 80리터의 연료탱크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닳는 연료 게이지는 잦은 주유소 방문을 재촉한다.

제네시스 GV80

■ ‘첫 술에 배부르랴’

GV80은 여러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어도 제네시스의 첫 SUV로서 큰 성과를 이어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국산 SUV 가운데서 담아낼 수 있는 모든 기능들을 넣은 GV80은 2개월만에 재게된 디젤모델의 판매를 시작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기 위한 준비도 마친 상태다.

여전히 오랜시간 갈고 닦은 프리미엄 제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긴 어렵지만 1세대를 시작한 제네시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부터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GV80 이후 출시될 제네시스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냉정한 평가가 뒤를 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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