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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황혼의 여명, 메르세데스-벤츠 S560e

권지용 입력 2020.09.0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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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모델이 모습을 드러내면, 현행 모델은 마치 한물 간 구형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출시되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그렇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 6세대 S클래스(W222)는 조금 다르다.

새로운 7세대 S클래스가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신차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파격적이다’, ‘S클래스다운 중후함이 떨어지는 것 같다’, ‘신형이 구형만 못한것 같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그만큼 현행 S클래스가 가진 디자인 완성도는 높다. 소비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영원한 라이벌인 줄로만 알았던 BMW 7시리즈를 2등으로 완전히 몰아낸 데에는 진보한 기술력과 더불어 ‘잘생김’도 한몫을 했다.

정년 퇴임을 앞둔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 S클래스, 그 가운데 두 개의 심장을 품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S560e를 만났다.

S클래스는 등장한 지 7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세련된 자태를 뽐낸다. 오랫동안 봐와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언제나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현행 S클래스는 2018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눈매를 살짝 다듬었다. 작은 변화인데도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

시승차는 전장 5260mm, 휠베이스 3165mm에 달하는 롱 휠베이스 모델이다. 굳이 차명에 ‘L’ 배지를 붙이지는 않았다. 거대한 덩치에 걸맞은 20인치 타이어가 휠 하우스를 꽉 채운다.

친환경 모델이라 해서 특별히 꾸민 구석은 없다. 얼핏 내연기관 모델과 그 차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프론트 펜더에 붙은 조그마한 EQ 배지와 더불어 테일램프 아래 위치한 충전 포트만이 전기모터의 존재를 알린다.

멀티빔 LED 헤드램프는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와 코너링 라이트 등이 포함됐다. 40km/h 이상 속도를 높이면 자동으로 상향등이 켜져 최대 650m까지 내다본다. 상향등이 켜진 상황에서도 84개 LED가 각각 최적의 장소를 비춰 선행 차량이나 마주오는 차량의 운전자 시야를 보호한다.

실내는 최고급 아우라를 내뿜는다.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듯한 느낌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긴 스크린 두 개를 연결해 하나의 패널처럼 보이도록 한 시도는 타 브랜드 디자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췄다.

롱바디 모델인만큼 뒷좌석 공간은 광활하다. 프리미엄 나파 가죽과 리얼우드 소재로 공간의 품격을 높였다. 조수석을 앞으로 끝까지 밀어내면, ‘회장님 좌석’에서는 다리를 쭉 뻗고 거의 눕다시피한 자세가 연출된다. 이밖에 2열 중앙을 제외한 모든 좌석에는 열선 및 통풍, 마사지 기능 등이 포함됐다.

트렁크 용량은 395리터다. 뒷좌석 아래 배터리가 추가돼 일반 S클래스(470~530리터)보다 줄었다. 여기에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계단식 구조물까지 생겨나 골프 가방 두 세트 이상은 쉽게 넣기 어렵다.

내연기관 모델인 S560 L에는 최고출력 469마력, 최대토크 71.4kgfㆍm의 4.0리터 V8 엔진이 탑재된다. 강력한 만큼 많이 먹는 S560 L의 복합연비는 7.5km/l다.

PHEV인 S560e는 힘을 살짝 뺐다. 367마력, 51kgfㆍm을 발휘하는 V6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여기에 122마력, 44.9kgfㆍm 전기모터가 힘을 더한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476마력이며, 시스템 최대토크는 S560과 동일한 71.4kgfㆍm다. V8 엔진이 부럽지 않은 수치다. 그러면서 복합연비 10.9km/l란 실용성까지 챙겼다.

시동을 걸었음에도 S클래스 특유의 부드럽고 중후한 엔진음은 들리지 않는다. 마치 스마트폰을 켠듯 각종 디스플레이가 켜지는 것 외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계기판에 표시된 녹색 ‘READY’ 아이콘이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다.

초반 움직임은 묵직하다. 2.4톤이 넘는 무게가 느껴진다.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더해지며 차체 몸무게가 S560(2280kg) 대비 125kg이나 늘었다. 단, 무겁다고 ‘느껴질’ 뿐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 만큼 매끄럽게 나아간다.

PHEV 모델이지만, 시승 시간이 짧아 사전에 배터리를 충전할 기회는 없었다. 계기판에는 전기로만 주행 가능한 거리가 0km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쉽사리 엔진을 깨우지 않는다. 보기와 달리 알뜰살뜰하게 배터리를 관리한다. 이같은 특성은 크나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S560e는 다른 PHEV와 사뭇 달랐다. 배터리 잔량이 거의 없을 때 마치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운행이 가능했다. 속도를 줄이거나, 내리막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엔진 구동을 과감히 멈춘다. 연료 소모를 크게 줄여주는 요소다. 이때 발생하는 회생 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적극 충전한다.

사실 PHEV는 가정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환경, 이른바 ‘집밥’이 없다면 운용하기가 매우 번거롭다. 순수전기차와 달리 급속충전을 지원하지 않아 충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뿐더러, 충전시간 대비 주행 가능한 거리가 순수전기차에 비해 턱 없이 짧다. 여차해서 완속 충전기를 찾아 3시간 넘게 충전하더라도, 30분 만에 동나버리는 배터리를 보면 허탈하기 그지없다.

결국 방전된 PHEV는 무거운 배터리를 싣고 다니는 내연기관 차량으로 전락한다. 오히려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엔진을 필요 이상으로 가동하기 때문에 연비가 더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S560e의 이러한 성향을 적극 활용한 결과, 막히는 출근길 30km 구간에서 리터당 13.5km를 기록했다. 2.4톤이 넘는 대형 세단임을 생각하면 훌륭한 수치다. 이후 시내와 고속도로가 적절히 섞인 200km 구간 시승에서는 리터당 11.9km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주행해도 쉽게 두 자릿수를 달성할 수 있다.

배터리가 가득 찬 상태라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최대 31km를 달릴 수 있다. 이는 까다로운 국내 인증 기준이다. 13.5kWh 리튬이온 배터리는 유럽에서 최대 50km로 인증받았다.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더 먼 거리를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밥이 가능하고, 운전자 생활 반경이 완충 주행거리보다 적다면, 순수전기차 수준의 경제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뜻하지 않은 장거리 주행에는 엔진이 거들면 된다. PHEV의 최대 장점은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승차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정평이 난 S클래스인 만큼 와인딩은 물론, 고속에서도 안방처럼 편안하다. 하물며 진동 처리 능력은 장인 경지다. 노면 소음은 물론, 엔진이 개입하는 시점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네 바퀴를 모두 굴리는 사륜구동 차량이 부쩍 늘어난 요즘, 뒷바퀴만 굴리는 후륜구동 느낌도 사뭇 색다르다.

고급 진 승차감의 비결은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수준 높은 방음대책에서 나온다. 20인치 휠과 런플랫 타이어 등 승차감을 저해할 만한 요소가 결합됐음에도 개의치 않는다.

정숙함도 기본이다.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실내는 늘 고요하다. 엔진회전수(rpm)를 꽤 높여야 비로소 엔진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조용한데, 엔진까지 멈추면 실내는 고요함 그 자체다.

S클래스에 ‘560’ 배지는 그냥 붙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라인업을 제외한 최상위 S클래스에만 주어지는 숫자다. S560e는 S560 L(2억830만원)보다 약 900만원 저렴한 가격(1억9940만원)부터 최고 수준의 편의 사양과 우수한 효율성 여기에 환경을 생각하는 이미지까지 모두 갖췄다.

S클래스는 명불허전 최고의 럭셔리 세단이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훌륭하게 임무를 마친 6세대 S클래스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희대의 명작으로 오랜 시간 기억되겠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