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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게임, 쌍용 토레스

모터트렌드 입력 2022. 08. 06. 10:01 수정 2022. 08. 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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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UV 시장에서 먹힐 만한 요소를 거의 다 챙겨 넣었다. 토레스는 단 하나의 필살기를 비장하게 내밀진 않는다. 이것도 저것도 골고루 맛보라며 다양하게 마련한 메뉴를 슬쩍 들이민다


만약 자동차에도 사람처럼 운명이 있다면, 이 차의 미래는 꽤 훤해 보인다. 외모도 번듯한 데다 몸매도 제법 탄탄하고, 무엇보다 태어난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 동양철학에서는 사람의 사주(태어난 연월일시)가 운명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그 기준으로 본다면 토레스의 앞날은 낙관해도 괜찮을 듯하다. 갖은 시련을 견뎌내고 새로운 인수자가 선정되자마자 보란 듯이 새 출발을 알리며 등장했으니 말이다. 새로 출발하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복덩이가 따로 없을 것이다.

미디어 발표 행사에서도 쌍용 측이 누차 강조했듯 이 차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디자인이다. SUV 시장의 엄청난 인기를 등에 업고 연신 등장하는 요즘의 소위 ‘도심형 SUV’와 비교하면 토레스의 외관은 “바로 이런 게 진짜 SUV지”라고 으스대는 것만 같다. 6개의 바가 자리 잡은 프런트 그릴은 무척 슬림하면서도 힘 있는 디자인이다.

전체적으로 지프나 레인지로버 등 SUV 명문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인데, 굳이 따지자면 특정 브랜드를 닮은 게 아니라 정통 SUV의 디자인을 강조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슬림한 프런트 그릴에서부터 전면부를 키우는 최근의 SUV 추세를 거스르는 대담함이 느껴진다. 그릴 양옆으로 이어진 독특한 디자인의 헤드램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토 하이빔 기능을 갖춘 풀 LED 헤드램프 아래로는 한껏 멋부린 방향지시등이 기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가만 보다 보면, 독특한 부분이 또 있다. 앞 범퍼 왼쪽에 차 이름을 양각으로 붙여놓았는데, 대개 프런트 그릴 가운데에 브랜드 로고를 붙이는 관행을 생각하면 일반적이지 않은 마무리다. 직선 위주로 힘 있게 뽑아낸 측면에서는 오른쪽 C필러에 달아놓은 스토리지 박스가 두드러진다.

랜드로버 디펜더의 수납함을 떠올리게 하는 30만 원짜리 옵션인데, 실제로 많이 쓰일 지는 모르겠지만 내부에 고정용 고무밴드도 달려 있어서 작은 공구를 비롯해 자주 쓰는 소소한 물건을 넣어둘 수 있다.

측면을 거쳐 뒷면으로 가서도 개성은 여전하다. 스페어타이어를 해치 게이트에 달고 다니던 과거 SUV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리어 가니시가 눈에 띈다. 해치 게이트 오른쪽엔 역시 과거의 SUV에서 종종 보던 손잡이를 커다랗게 달아놓았다. 스타일은 과거형이지만, 손잡이를 비롯한 해치 게이트 개폐 방식은 전자동이다.

전체적으로 과거 정통 SUV의 향수 가득한 디자인으로 최신 기능을 감싼 방식인데, 그 같은 접근방식이 은근히 재미있다. 뒷면에도 해치 게이트 한가운데에 토레스 이름을 새겨 넣고, 브랜드 이름은 오른쪽 아래에 적어놓았다. 하지만  차체 어디에서도 쌍용의 로고는 찾아볼 수 없다. 새로운 시대를 알리기 위한 많은 고민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도어를 열면 각각의 도어 아래에 스텝이 하나씩 달려 있는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온 쌍용의 노하우와 경험이 느껴진다. 전혀 과하지 않고, 작아 보이면서도 제 기능을 잘하는 구성이다. 도어를 닫았을 때 그 아래로 툭 불거져 나오거나 눈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이 차의 많은 부분이 그렇다. 언뜻 과해 보이는가 싶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튀지 않게 제자리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실내는 그야말로 확 달라졌다. 낮게 깔린 대시보드와 물리적 버튼을 모두 없앤 풀 디지털 제어가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휠 지름은 다소 큰 느낌이다

도어를 열면 다시 한번 신세계가 펼쳐진다. 터프해 보이기까지 하는 외모와 달리, 실내는 디지털의 대향연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맨 먼저 낮게 배치한 계기반 레이아웃이 눈에 들어온다. 계기반을 비롯해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자동차 실내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를 굳힌 요즘, 대시보드 위로 대형 디스플레이가 불쑥 솟구쳐 있는 게 일반적인데 토레스의 계기반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낮고 평평하게 마무리한 대시보드 상단 수평 라인에 딱 맞춰 얇은 형태로 배치했다.

그러면서도 주행속도나 기어 단수 등 필요한 숫자는 커다란 디지털 신호로 보여줘 시인성이 나쁘지 않다. 이 차의 윈도 면적은 동급의 다른 SUV에 비해 넓은데, 가뜩이나 넓은 앞 유리창이 낮은 대시보드와 계기반 높이 덕에 더 넓게 느껴지는 효과도 덤으로 얻는다. 토레스의 실제 고객 중에 이 차로 오프로드를 자주 찾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낮은 대시보드와 넓게 확보하는 전방 시야 또한 전통적인 오프로더가 갖춰야 할 조건 중 하나다.

센터페시아에는 운전석 쪽으로 살짝 기운 12.3인치 대형 인포콘 AVN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전화 통화, 공조장치 등 거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토레스를 통해 선보이는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반 커넥티드카 시스템인 인포콘은 원격제어와 안전 및 보안, 차체  관리와 각종 어시스턴스, 정보, 지니뮤직과 팟빵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크고 선명하며 컬러감도 좋은 편. 그 옆에는 시계와 GPS 정보 등을 알려주는 정보창이 사이드로 함께 뜬다.

AVN 디스플레이의 설정 섹션으로 들어가면 에어컨 자동 건조, 자동환기, 터널 진입 제어 등 실제 운전자들에게 무척 유용할 공조장치 제어기능을 세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터널 진입 제어는 주행 중 터널에 진입하면 공조장치가 내기순환 모드로 자동 전환되는 기능이다.

12.3인치 AVN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또 하나의 소형 모니터가 있다. 공조장치와 열선 및 통풍시트 기능 제어, 주행모드와 오토홀드 등 주행 관련 기능 조작은 이 모니터를 통해서도 따로 할 수 있다. 이 모니터를 통해 해치 게이트도 원격으로 여닫을 수 있으며 열선 스티어링도 켤 수 있다.

이 소형 모니터 아래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와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 아래 6단 자동변속기 옆으로도 스마트키를 넣을 수 있는 공간과 독특한 형태의 컵 홀더 2개가 이어진다. 컵 홀더는 사이즈도 꽤 넉넉하고 한쪽 면이 길게 트여 있어서 긴 물건을 잠깐 넣어두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토레스의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물리적 버튼이다. 쌍용 측이 밝힌 토레스 실내 디자인의 키워드는 ‘버튼리스 디지털 인터페이스’.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기존 실내 구성의 복잡한 형태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 토레스의 실내를 보면 조금 과장해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운전석 쪽 도어트림에는 특이하게도 사고 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게 해주는 탈출용 소형 망치도 비치해놓았다. 일반 승용차에서 탈출용 망치를 보긴 처음인데, 살짝 엉뚱한 발상이 재미있다. 선루프만 빠진 풀 옵션인 시승차의 센터콘솔에는 실내 공기청정기도 있다.

주행 중 실내는 무척 조용하다. 기존 코란도에도 올라갔던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는데, 코란도에서도 이 엔진의 정숙성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엔진출력은 코란도와 마찬가지로 170마력. 주행감각은 지극히 무난한 편인데, 사실 아쉬운 건 출력이 아니라 변속기다. 근래 쌍용의 자동변속기가 다소 아쉬울 때가 자주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쉬움을 남긴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

6단이라는 기어단수도 최근 추세에 비하면 다소 부족할 뿐 아니라 발진 가속 때 엔진 동력을 정확히 받아 전달하는 감이 모자란다. 당연히 출발할 때는 좀 굼뜬 느낌이 들고, 시속 100km 가속도 조금은 느리게 진행된다. 변속충격을 최소화하고 연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세팅으로 추측되지만, 운전 성향에 따라 처음에는 좀 답답할 수도 있다.

전반적인 주행감은 상당히 편안한 편. 가족 용도로 도심에서 편안히 타고 다니기에 모자람 없을 성격이다. 핸들링은 예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체 높이를 감안하면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특히 고속주행이나 고속 코너링 때의 안정감이 꽤 좋다. 다만, 주행 중 추월가속도 발진가속과 마찬가지로 조금은 굼뜨다. 처음 타보는 차지만, 주행보조시스템인 딥 컨트롤의 반응성은 마치 늘 타던 차의 그것처럼 익숙한 느낌이다.

오른쪽 C필러의 스토리지 박스. 기능 못지않게 장식 효과가 커 보인다

토레스는 살짝 아쉬운 가속성능을 넓은 실내 공간과 느긋한 승차감, 그리고 가격경쟁력으로 커버할 작정인 모양이다. 경쟁차들에 비해 휠베이스가 길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2열 공간은 무릎공간과 머리공간 모두 중형 SUV를 떠올리게 할 만큼 넉넉하다. 시트뿐 아니라 짐칸도 충분하다.

2열 시트를 모두 세워뒀을 때도 703ℓ, 리클라이닝 2열 시트를 접으면 1662ℓ 용량의 짐칸이 나온다. 바닥 평탄화도 잘되어 있어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함께 수납할 수 있다.

토레스는 한마디로 지금 쌍용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 차다. 디자인은 도로에 멈춰 서 있을 때나 달리고 있을 때나 근사하다. 이전까지의 쌍용 디자인에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기에 손색없다. 실내 공간과 소재, 마무리도 모두 우리가 알던 쌍용에서 분명히 한 단계 올라섰다. SUV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듯하고, 생애 첫 차를 장만하려는 사람에게나 가족용 신차를 고민하는 사람도 구매 리스트에 올릴 만한 차다.

토레스는 가솔린 터보를 먼저 선보이고 이어서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토레스의 계획표에 디젤 파워트레인은 없다.



CREDIT
EDITOR : 김우성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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