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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타호로 캠핑카 끌어보니, '너무 작네..'

조회수 2022. 7. 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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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더 큰 트레일러를 달아주고 싶었건만


참고로 내 키는 177cm다... 그냥 그렇다고...

“대체 이 큰 차를 왜 타는 거야?” 집채만 한 쉐보레 타호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압도적인 풍채가 너무나 멋스럽지만 덩치가 이만큼 크면 부담이 없을 수 없다. 좁은 길 걱정, 주차 걱정, 연비 걱정….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대왕’ SUV를 타는 이유? 찾았다. 견인용으로 딱이다. 무얼 끌든 절대 흔들리지 않게 생겼다.

당장 카라반 수입 업체를 수소문해 어렵사리 ‘카라반테일’에서 한 대 빌릴 수 있었다. 차고지는 경기도 외곽 어느 캠핑장. 일단 서울에서 차고지까지 ‘빈 차’로 달린 후, 꽁무니에 카라반을 달고 타호가 얼마나 견인을 잘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어찌나 넓은지 스티어링휠이 작아 보인다

육중한 문짝을 잡아당겨 운전석에 올랐다. 첫인상. 뭐랄까, 보닛 달린 5t 트럭에 앉은 기분이다. 눈높이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옆구리 콘솔박스는 두께가 시트만 하다. 앞으로는 보닛이 광활하게 뻗었다. “서울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운전면허증에 찍힌 ‘대형’ 글자가 무색하게 승용차 따위에 겁을 집어먹었다.

도심 주행은 예상보단 수월했다. 차로를 꽉꽉 채우는 2060mm 너비는 네모반듯한 보닛 덕분에 양 끝 위치가 훤히 보인다. 불가피하게 유턴도 해봤는데 앞바퀴가 많이 꺾여 제법 민첩하게 돈다. 회전 직경 12.1m로 보통 차보다 겨우(?) 1m 클 뿐이다. 다만 사각지대 많은 평평한 운전석 사이드미러는 뜯어서 힘으로라도 둥글리고 싶었다.

제아무리 크다고 한들 승용차는 승용차였다. 타다 보니 금방 손에 익어 긴장이 풀린다. 이제야 승차감이 눈에 들어온다. 여유롭다. 미리 알아보지 않았다면 이 차가 사다리형 프레임 골격 SUV인지 확신할 수 없었을 테다. 특유의 터덜거리는 진동이 아예 없진 않아도 집중하지 않으면 모른다. 프레임 SUV도 이토록 커다란 크기에 에어서스펜션까지 조합하면 대형 세단만큼 풍요롭다. 특히 이전 세대(리지드액슬이었다)와 달리 뒷차축을 좌우 독립식으로 꾸려 훨씬 유연하다.

서울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쭉 뻗은 고속도로가 나왔다. 대륙 출신 타호의 주 무대다. 어찌 가만있을 수 있을까. 가속 페달을 콱 밟자, 맹렬한 엔진 소리를 퍼뜨리며 산채만 한 덩치가 거세게 가속한다. 무엇보다 귀가 호강한다. OHV 엔진이라 고회전으로 치닫지는 않지만, 뻥 뚫린 8기통 소리에 가슴이 뻥 뚤린다. 소리와 진동이 마치 무거운 콜벳을 타는 감각이다.

V8 6.2L OHV 자연흡기 엔진이 호쾌한 배기 사운드를 퍼뜨린다

속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타호는 더욱더 활기찼다. 6.2L 대배기량 엔진이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끊임없이 토크를 쏟아낸다. 작은 엔진에 터보로 출력을 높인 요즘 엔진과는 정반대 특성.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 성능은 거대한 덩치도 아랑곳없었다. <탑기어> 계측 결과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6초 초반대였다. 와우.

재밌게도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몸집이 워낙 큰 탓일까? 큰 배가 파도를 억누르듯이 무게로 노면 충격을 짓누르며 나아간다. 높은 키와 달리 출렁이지도 않고 쏠림도 적다. 모두 기술이다. 에어서스펜션이 고속에서 높이를 20mm 낮춰 무게중심을 끌어내리고, 1/1000초마다 땅을 읽고 반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댐퍼가 쏠림을 억제한다.

후방카메라 영상에 가이드라인을 그어 쉽게 트레일러를 연결할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오후 세시쯤, 마침내 카라반 차고지에 도착했다. 버스 크기에서 소형 SUV 크기까지 다양한 카라반이 늘어섰다. 마음 같아선 큰 캠핑카를 연결하고 싶지만, 오늘의 짝꿍은 조그마한 ‘티큐브 D’다. 아쉽게도 견인 면허가 없어 750kg급 밑으로 고를 수밖에 없었다.

순정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에 견인고리를 달고, 미국식 커넥터를 유럽식으로 바꾸는 변환기를 붙인 모습

연결은 간편하다. 타호 범퍼 안쪽 연결 장치(트레일러 히치 리시버)에 견인 고리를 달고 카라반을 이으면 끝. 본래 견인고리를 붙이려면 수고스러운 작업이 필요하지만, 타호는 연결 장치가 기본이어서 무척 편하다.

티큐브 D는 작은 덩치가 무색하게 제법 실용적인 공간을 품었다

문제가 생겼다. 타호 꽁무니에 달린 카라반 뒤가 푹 꺼졌다. 카라반 문제가 아니다. 상식을 초월하게 높은 타호 때문에 앞이 들리고 말았다. 정석대로라면 더 길쭉한 견인고리를 달아 높이를 조절해야 하지만, 우리는 잠깐 빌리는 상황이라 그냥 끌기로 했다. 차를 빼는데 카라반테일 담당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무사히 돌아오기를….”

카라반이 너무 작았던 탓일까? 도로를 달리는 주행 감각이 달기 전과 다를 바 없다. 티큐브 D 총중량이 560kg이라 꼬리가 묵직하게 눌릴 줄 알았건만, 타호를 너무 무시했나 보다. 에어서스펜션이 뒤쪽 공기주머니를 빵빵하게 부풀려 수평을 맞추고, 저속 토크가 발군인 OHV 방식 6.2L 엔진이 560kg 따위 가뿐하게 잡아챈다. 보통 차라면 뒤가 주저앉고 엔진이 시종일관 고회전으로 치달을 상황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가속 페달을 꾹 밟았다. 자연흡기 엔진답게 즉각 속도를 높인다. 가속 상황에서는 늘어난 무게가 드러나긴 하지만, 가속력은 여전히 강렬하다. 연약한 카라반이 걱정스러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기 어려울 정도다. 역시 최대견인력 3402kg 차에 560kg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촬영지까지 가는 길엔 흥미로운 굽잇길이 섞여 있었다. 일단 서서히 코너에 진입. 아무렇지도 않다. 이어 속도를 높여 코너에 던져 봐도 든든히 무게를 버틴다. 타이어 한계 속도까지 몰아치는 주행은 아니었어도(카라반 끌고 그렇게 달릴 강심장은 없다), 일반적인 주행보다 빠르게 달렸는데 타호와 티큐브 D는 바닥에 레일 깐 기차처럼 안정적으로 돌아나갔다. 분명 코너를 돌때마다 바퀴 두 개 달린 카라반이 560kg 철퇴가 되어 꽁무니를 당겼다. 그러나 앞쪽 무게는 공차중량만 2755kg이다. 3t에 다다른 무게가 중심을 지키니 560kg짜리는 조용히 뒤따를 수밖에. 더 달려보고 싶었지만 타호 앞을 적정 속도로 달리던 승용차가 막아서는 바람에 그만둬야 했다.

그 뒤를 유유히 쫓다 보니 어느새 고속도로 입구에 다다랐다. 좁디좁은 요금소에 진입하면서 카라반 너비가 잠깐 걱정스러웠으나, 금세 마음을 놨다. 너비 2m 넘는 타호가 지난 길을 너비 1975mm 카라반이 못 지날 리 없으니 말이다.

고속도로 위에서는 “안전하게 시속 80km로 달려주세요”라는 카라반테일 관계자의 말을 따라 느릿느릿 달렸다. 그래서 별문제 없을 줄 알았건만…. 잠깐 방심한 사이 갑자기 카라반이 요동친다. 타호 앞바퀴가 차선을 밟는 순간 차선이탈방지 장치가 작동해 스티어링휠을 휙 꺾어버린 까닭이다. 사이드미러로 흔들리는 카라반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는데, 놀랍게도 타호 실내는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역시 2755kg 쇳덩이가 560kg 흔들림을 무게로 삼켜버렸다.

휴, 잘 따라오고 있구먼~

이렇게 카라반이 물고기 꼬리처럼 떠는 상황을 ‘스웨이 현상’이라고 하는데, 통상 앞쪽 견인차 무게가 두 배 넘으면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타호는…. 네 배다. 다행이다. 혹여 진짜로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네 바퀴 편제동으로 흔들림을 막는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이 있어 안심이다.

한창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편집장이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왔다. “윤 기자님, 오늘 캠핑카 견인한다고 하셨죠? 그런데 캠핑카 끌려면 전용 엔진오일 써야 한다는데 알고 있어요?” 하하, 우리 ‘차알못’ 편집장이 많이 공부했지만 한 끗 부족했다. 타호는 처음부터 견인 상황을 고려해 헤비듀티 엔진오일을 쓰고 변속기 오일쿨러까지 갖췄다. 최대 3402kg을 끄는 차인데 560kg 끌고 문제 생길 리 있겠는가.

다만 연비는 늘어난 무게와 세 번째 차축의 저항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카라반을 끌고 143.5km를 달리는 동안 트립컴퓨터 누적 연비는 1L에 4.9km를 기록했다. 본래 타호 연비는 이보단 훨씬 낫다. 카라반을 끌었던 구간을 포함해 모두 631km를 달리는 동안 1L로 6.3km를 달렸다. 참고로 정부 공인 복합연비는 1L에 6.4km다. ‘특’대형 덩치에 V8 가솔린 엔진을 얹고 네 바퀴를 굴리는 SUV라 연료 효율은 어쩔 수 없다.

1종 특수 운전면허가 이토록 간절했던 적이 있던가. 타호 견인능력을 가늠하고자 했으나 560kg 카라반 견인은 너무나 식은 죽 먹기였다. 마치 포르쉐 911로 오솔길 달리고 성능을 평가하는 격이랄까. 그나마 하나만은 확실히 알겠다. 타호는 무엇을 끌든 가장 안전하고 믿음직한 SUV다. 고속에서 카라반이 휘청거릴 때 2755kg 덩치가 어찌나 듬직했는지!

윤지수 사진 이영석, SUGAR PILL 촬영협조 카라반테일


타호 뒤에 딸린 카라반의 정체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무려 5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티큐브. 부담없는 덩치가 매력이다. 가벼워서 견인 면허가 필요 없으며, 키가 작아 지하주차장도 거뜬하다. 그럼에도 너비가 1975mm에 달해 세 명이 편히 잘 수 있고, 팝업식 루프를 펴면 허리 꼿꼿이 펴고 설 수도 있다. 부담은 덜고 딱 필요한 공간을 갖춘 미니멀리즘 카라반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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