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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에 '쓰레기' 샀다"..'침수차' 분노폭발, 잊으면 또 당한다 [세상만車]

최기성 입력 2022. 06. 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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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9월 '침수차 주의보'
중고차는 침수, 딜러는 잠수
한번 유입되면 피해자 양산
침수 피해를 입은 뒤 서비스센터에 들어온 차량들 [사진출처=매일경제DB]
#A씨(50대)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기록부에 침수는 물론 사고 흔적도 없는 수입차를 5000만원에 구매했다.

얼마 뒤 운행 중 엔진에 이상을 느낀 A씨는 공식 서비스센터를 찾아 점검을 받다가 침수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화가 난 A씨는 딜러에게 곧바로 항의했다. 딜러는 자신도 침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발뺌한 뒤 잠수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침수차 피해 사례다. 소비자단체들은 허위·미끼 매물과 함께 침수차를 포함한 사고차 거래가 중고차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 [사진출처=매일경제DB]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월 소비자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중고차시장 거래 전반 개선에 대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허위·미끼 매물, 불투명한 가격 정보,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의 낮은 신뢰도, 중고차 매물 비교정보 부족, 판매업자의 강압행위 등이 문제라고 대답했다.

중고차 구매 피해 경험이 있는 64명을 대상으로 따로 조사한 결과, 침수차 피해자는 15명으로 나왔다.

침수차나 사고차 등을 비싼 값에 강매하는 허위·미끼 매물 피해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폐차될 때까지 피해 일으켜
하천변에 세워뒀다 침수된 차량들 [사진출처=매일경제DB]
중고차 시장에 일단 유입된 침수차는 문제를 한 번만 일으키지 않는다. 침수된 지 1~5년 뒤에도 제2, 제3의 피해자를 계속 양산한다.

성능이나 품질에 문제가 생긴 침수차는 타면 탈수록 문제를 일으켜 폐차되지 않는 한 다시 매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2020년 7~9월에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2만대가 넘는 차가 피해를 입으면서 중고차시장에 '침수차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 23일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주차장, 도로 등지에서 차량 침수 피해가 일어났다.

예년처럼 장마, 태풍, 집중호우가 본격화되는 7~9월에는 침수 피해 차량은 더 많아지고 일부는 중고차 시장으로 몰래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싼값을 미끼로 내건 악덕 딜러들에게 침수차를 속아 살 위험도 예년보다 커졌다.

계약한 뒤 1년6개월까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출고대란과 신차 가격 인상으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매물도 적어지고 가격도 비싸졌기 때문이다.

침수차, 정상 거래 어려운 애물단지
실내까지 침수된 차량 [사진출처=매일경제DB]
침수차라도 소유자나 판매자가 사실만 제대로 밝히면 거래에 문제는 없다. 그러나 침수 사실을 제대로 밝히면 판매가 어려워진다.

금속·전기·전자장치로 구성된 차는 물과 상극이어서 '물 먹은' 뒤에는 고장을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운전자는 물론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한다.

문제가 많기에 정상적인 과정으로 유통되지 않는다. 중고차 시장에 몰래 유입되는 이유다.

침수 사실을 속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정비업체를 통해 침수 사실이 밝혀질 만한 부품은 교체하거나 씻어낸다.

소유자나 번호판을 여러 번 바꿔 침수 사실을 숨기려는 '침수차 세탁'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침수차는 중고차시장 호객꾼이나 사기꾼에게 싼값에 넘어간다. 이들은 침수차를 정상적인 매물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다. 소비자를 유혹한 뒤 비싼 값에 강매하는 허위·미끼매물로도 악용한다.

선무당 구별법, 악덕 딜러가 악용
카히스토리 [사진출처=보험개발원]
침수차는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안전벨트, 악취, 금속 부위 녹 등으로 침수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악덕 딜러들도 이 방법을 알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무당 침수차 구별법'이 될 수 있다.

악덕 딜러들이 "안전벨트가 깨끗하다" "녹이 없다" "악취나 오물 흔적이 없다" 등의 말로 침수차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이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침수차를 가장 효과적으로 가려내려면 보험개발원의 자동차 사고이력 조회서비스(카히스토리)에서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낫다.

단, 자동차보험으로 침수 피해를 보상받은 차량만 파악할 수 있다. 맹점은 또 있다. 자차 보험에 가입했지만 침수 피해를 자비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과'를 남기지 않는 차들을 걸러낼 수 없다.

계약서 특약에 '배상 문구' 넣어야
자동차365 [사진출처=사이트 캡처]
카히스토리와 함께 활용해 침수차를 좀 더 솎아낼 보조 수단은 있다.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바꿔 침수 흔적을 감추는 '침수차 세탁'은 차량번호로 파악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판매자가 침수차가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정비 이력을 파악해야 한다. '자동차365'에서는 정비 이력은 물론 검사 이력,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도 파악할 수 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특약사항에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둬야 한다.

소비자 피해 구제 방법 [사진출처=소비자원]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신차출고대란 여파로 중고차 매물까지 부족해지면서 팔아서는 안 될 침수차까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며 "2년 전 대량으로 발생한 침수차가 지금도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현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싼값에 현혹되지 말고 정상적인 매매업체나 직접 매입한 매물만 판매하는 직영 기업을 통해 중고차를 사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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