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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충하기 힘드네"..전기화물차 폭증하는데 '충전 경쟁' 심각

신현아 입력 2022. 06. 23. 15:13 수정 2022. 06. 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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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화물차 2년 만에 40배 폭증
전기화물차, 주행거리 짧아 자주 충전해야
부족한 충전인프라에 전기차 차주들과 갈등 빚기도
사진=현대차


A씨는 최근 전기 화물차주 B씨와 갈등을 빚었다. B씨의 차가 충전기를 2개나 사용하고 있어서다. B씨의 화물차는 냉동탑차로 냉동 칸 온도 유지를 위한 충전까지 충전기가 필요했다. A씨가 방문한 곳의 충전기는 한 대지만 차량 2대 충전이 가능했다.

B씨는 "두 개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라 (저도) 어렵게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A씨는 "하나 다 충전하고 다른 것도 충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B씨는 "그렇게 하면 너무 오래 걸린다"며 "다른 곳에 가는 게 가시라. 저도 다른 사람이 충전하고 있으면 다른 데로 간다"고 맞섰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위치한 한 초급속 충전소 사진. 전기차 충전기 6기 중 5기를 화물차가 차지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최근 전기 화물차주와 전기차 운전자 간 충전 갈등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주행 가능거리가 짧아 충전을 자주 해야 하는 전기 화물차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었다. 가령 충전구가 2개인 냉동 탑차라면 충전기를 2개 사용해야 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기 승용·화물차 등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넉넉하지 않아 충전 경쟁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단 지적이 나온다.

전기 화물차의 경우 일평균 운행 거리가 긴 데다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짧아 자주 충전해야 한다. 국내 대표 전기 화물차인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 전기차(EV)의 최대 주행거리는 211km 수준으로 짧다. 급속·완속 충전만 가능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로 설치된 초급속 충전소에서도 좀처럼 빠르게 충전을 마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연히 충전기 사용·점거율이 높아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일반 전기차 차주들과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일부 전기 화물차주들의 '비매너 충전 행태'에 대한 쓴소리도 나오지만 이와 별개로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 대한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19년 말 8만9918대에서 지난해 말 23만1443대로 약 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기 화물차 대수는 1100대에서 4만3000대로 2년 만에 약 40배나 뛰었다. 이 기간 전체(휘발유·경유차 등 포함) 화물차 등록 대수가 1.1%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폭증한 것이다.

전기 화물차는 올 3월 말 기준 5만1000대로 직전 분기 대비 다시 15% 늘었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친환경(전기·수소) 전기 화물차에 한해 한시적으로 영업용 번호판 무상 발급 혜택을 제공한 영향이 컸다.

문제는 충전 인프라. 충전기 보급 자체는 늘고 있지만 대부분이 완속 충전기란 게 걸림돌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충전기 가운데 완속 충전 비중은 전체 8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인 68%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100% 충전까지 평균 8~9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이상 걸린다. 급속 충전기도 출력이 낮다면 완전 충전까지 한 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 단순 수치상 충전기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전 불만이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다.

코나 전기차 차주 김씨(59)는 "충전기 수도 문제지만 장기간 충전해 놓고 자리를 비우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급할 때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이 큰 게 더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목표 보급 대수를 20만7500대로 잡았다. 지난해(10만1000대)의 2배 이상 규모다. 이중 화물차는 4만1000대(약 20% 비중)여서 충전 경쟁은 한층 더 심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화물차 이외에도 충전 빈도가 높은 전기 택시 보급도 늘고 있어 충전 대란이 당분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전기차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인프라 개선에도 함께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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