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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野性)을 길들여 놓았다, 'UX 300e'가 안내한 렉서스 전기차의 성격

강희수 입력 2022. 06. 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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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전기차에는 야성(野性)이 있다. 야성처럼 느낄 수 있는 운동성이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출발부터 토크를 최대치로 뿜어 내는 전기 모터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전기 모터의 토크 커브는 시차를 두고 서서히 올라가는 게 아니라 출발과 동시에 최대치의 토크를 일정 시간 동안 발생시킨다. ‘전기차 운전이 재미 있다’고 느끼는 운전자들은 대부분 이 점에 매료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출발에서 답답함을 느끼던 이들은 출발과 동시에 튕겨 나가는 듯한 가속감을 보이는 전기차를 야성적으로 받아들이며 호평한다. 

그러나 전기차의 이 특성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의 부드러운 출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전기차의 야성이 이질감으로 받아들여진다. 

전기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기차의 이 특성을 놓고 상반된 고민을 한다. 전기차의 야성(野性)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조심스럽기로 치면 세계제일인 렉서스의 엔지니어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예상대로 렉서스의 엔지니어들은 후자를 택했다. 야생마를 길들여 슬로우슬로우 퀵퀵의 눈치 빠른 준마로 만들어 놨다. 렉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전기차 ‘UX 300e’를 시승하고 나서 내린 결론이다. 초반 가속감을 최대한으로 절제했고, 대신 주행 중 추가 가속 성능에 더 신경을 썼다. 부드럽게 출발하지만 내달릴 땐 주마가편을 하는 렉서스의 주행 특성이 전기차에도 그대로 녹아 들었다. 

‘UX 300e’는 사실 구색을 다 갖춘 전기차는 아니다. 진짜는 지난 달 공개된 ‘RZ 450e’다.

RZ 450e에 가면 토요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가 등장한다. ‘렉서스 첫 전기차’라고 말하는 UX 300e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쓰지 않고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모델로 출시된 1세대 UX의 플랫폼 ‘GA-C’를 썼다. 내연기관차의 플랫폼을 사용해 전기차로 변신시킨 모델이다.

때문에 국내에 출시되는 ‘UX 300e’는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비교적 작은 54.35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시 최대 주행거리가 233km 밖에 안된다. 사륜구동도 아니고, 트렁크 자동닫힘 버튼도 없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들은 “도심 주행에 맞춰 개발된 차”라는 말로 어정쩡한 주행 거리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뺀다.

대신 가격은 5,490만 원에 불과(?)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처하는 수입차들이 내놓는 전기차들은 1억 원을 우습게 보던 게 그간의 관행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5,490만 원짜리 전기차를 내놓았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100% 상한선인 5,500만 원에 맞춘 수치임은 명백하지만, 이것으로 UX 300e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제주 일원에서 펼쳐진 UX 300e의 미디어 시승행사에 참가한 후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UX 300e는 추후 렉서스 전기차가 갖출 상품성 중 ‘주행 감성’에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춘 맛보기 모델이었다. 주행거리나 편의사양 따위는 고용량 배터리만 장착하거나 상품 구성만 바꾸면 간단히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렉서스 전기차의 주행 감성은 내연기관 모델과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시승 내내 ‘조용하고 안락한, 그냥 렉서스’를 모는 느낌이었다. 전기차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의식을 흔들어 깨워야 했다. 

시승 후에 자료집을 찬찬히 다시 살펴봤더니 이런 문구가 나왔다. “가속 직후부터 최고 토크를 발휘하는 EV의 특성상 급가속으로 인해 차체 및 주행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토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도록 제어했다”고. 좀더 자료를 찾아봤더니 토크 커브는 여느 전기차와 다를 바가 없었다. 출발부터 최대치의 토크가 발휘되고 있었다. 

상품 담당자에게 “토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도록 제어했다”게 어떤 원리이냐고 물었다. “모터의 토크 자체는 액셀을 밟는 순간 최고 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세팅에서는 액셀에 따른 가속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하도록 컨트롤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UX 300e는 이런 세팅을 바탕으로 가속 반응을 부드럽게 유지하면서 구동력을 정교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맛보기 제품은 올 하반기에 출시될 RZ 450e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구실을 했다. 새로 개발된, 전용플랫폼을 깐 이 차는 최대 90kWh짜리 배터리를 얹어 1회 완충시 600km(WLTP 기준)를 달리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의 전기모터가 달린 AWD 모델도 당연히 나온다. 환산 출력 308마력과 최대토크 44.4kg.m의 넘치는 파워도 갖추고 있다. 

UX 300e는 약 204마력(ps)에 30.6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본 게임에서 대표주자로 나설 RZ 450e에 비하면 많이 착하다. 그러나 UX 300e에서 얻은 경험치로 본다면 RZ 450e의 최대토크 44.4kg.m은 수치만큼 부담스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렉서스 엔지니어들이 야생마를 부드럽게 길들여 ‘슬로우슬로우 퀵퀵’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UX 300e는 바닥에 배터리를 깔고 내연기관의 엔진룸에 EV 전용 모터를 넣은 전륜 구동 모델이지만 무게중심은 GA-C 플랫폼의 강점 그대로 여전히 낮다. 배터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고는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5mm 높아졌고, 배터리 무게가 더해졌지만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차체 경량화로 저중심을 지켜냈다.

다만 뒷좌석은 16mm가 높아져 장거리 여행에는 불편한 자리가 됐다. 전용 플랫폼이 아니다 보니 배터리는 뒷좌석쪽이 높은 계단식 형태가 됐는데, 이 때문에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을 세워야 하는 자세가 나온다.

바닥의 배터리는 이중삼중의 보호장치가 들어갔다. 배터리 팩에 맞춘 EV 전용 바디 프레임으로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고 배터리 아래에는 크로스 멤버를 보강해 측면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도록 했다. 작은 돌, 흙, 물 등 타이어에 물려 방사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확대된 언더 플로어 커버가 들어갔고, 펜더 라이너에도 흡음재가 투입됐다.

배터리 관리시스템에는 냉난방 기능을 탑재해 저온과 고온 조건에서도 충분한 전력 성능을 발휘하도록 했고, 과도한 충전을 막는 방지 시스템, 다중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를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했다.

서스펜션 튜닝은 UX 300e 개발자들이 가장 신경 쓴 점이기도 하다. 프론트 맥퍼스 스트럿, 리어 더블 위시본을 EV 주행에 맞게 튜닝을 했다고 한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과 렉서스 본연의 우아한 승차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았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야생 전기차’의 이질감은 UX 300e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기술적으로는 전륜에 EV 전용 쇼크업소버를 장착해 플랫한 주행과 선형적인 조향 감각을 구현했고, 프론트 서스펜션의 기어박스에 브레이스를 추가해 스티어링 응답성을 향상시켰다. 리어 서스펜션의 로어 암에는 아이스 프로텍터를 장착해 안티-아이싱 효과도 구현했다. 이 같은 장치들은 한라산 종단도로의 와인딩 코스에서 주행의 즐거움과 함께 안정된 코너링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실내가 조용하기만 하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실내 소음도 인위적으로 제어되고 있었다.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이 작동해 운전자의 가속 페달 조작과 주행모드에 따라 가상의 가속 사운드를 내고 있었다.

최대 4단계로 조절이 가능한 회생제동 기능은 기어 레버에서 ‘B’모드를 선택한 뒤 스티어링휠 뒤에 붙어 있는 패들시프트로 강도를 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회생제동은 최대 강도를 선택해도 완전정차까지는 하지 않는다. 즉, 원페달운전은 허용하지 않도록 세팅됐다. 마지막 정차단계는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도록 해 혹시 모를, 착각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려 했다.

충전은 완속과 급속 두 가지 충전 규격을 지원한다. 최대 6.6kW의 AC타입 완속충전으로 0~100%까지 충전하는데 최소 6시간 30분이 소요되며 최대 50kWh의 DC차데모 타입 급속충전은 0~75%까지 충전하는데 최소 50분, 100%까지는 80분이 소요된다.

또한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가 들어가 사고 예방을 위한 4가지 예방안전기술(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오토매틱 하이빔(AHB))이 들어갔다.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보조 시스템들이지만 운전에 강하게 개입하지는 않는다. 완전 자율주행이 오기 전까지는 안전 운전의 1차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원칙을 넘어서지는 않았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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