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감전된 中전기차.."테슬라 정도나 살까말까" 자국車 질주

김영주 입력 2022. 5. 28. 05:01 수정 2022. 5. 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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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샤오펑(Xpeng)의 전기차 P5. 최근 중국에서 자국산 전기차 판매 비중이 급격이 늘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직장인 쳉(29)은 최근 18만 위안(약 3300만원)에 샤오펑의 크로스오버 전기차(EV)를 샀다. 샤오펑으로 고르면서 고민한 건 BYD의 전기차나 니오가 어떨까 정도였다. 반면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등 그간 중국 시장을 주름잡은 해외 브랜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쳉은 "가솔린차를 샀다고 하면 외국 브랜드를 고려했을지도 모르지만, EV라서 그렇지 않았다"며 "고급 스마트 기술을 제대로 적용한 해외 브랜드는 테슬라 외엔 없더라"고 했다. BYD는 중국 최대 전기차 메이커이며, 샤오펑·니오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인방(샤오펑·니오·리오토)으로 주목받는다.

상하이 출신으로 쓰촨에서 토목기술자로 일하는 리는 지난해 보험료 포함 29만위안(약 5300만원)에 BYD 전기 세단을 구입했다. 이는 중국에서 팔리는 테슬라 모델3(27만7900위안, 후륜구동)와 맞먹는 가격이다. 큰 돈을 들여 전기차를 살 때 일본과 독일 브랜드를 잠깐 생각했지만, 자국 브랜드 EV를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리는 "테슬라 정도만 눈에 띄는 것 같다. 다른 브랜드의 EV는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26일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토종 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압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쳉과 리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고소득 소비자가 EV 주 구매층으로 특히 자국산 EV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일수록 차를 집으로 여기는 '스마트 카' 선호 경향이 짙다며, 그래서 평소 친숙한 자국 IT 기술·앱 등과 연결성이 좋은 EV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쳉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이 내놓은 ID시리즈와 GM 뷰익 벨라이트7 등 최근 중국에서 출시한 EV 중에선 그가 찾던 차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해외 브랜드 차는 나의 라이프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차 안에서 알리페이와 타오바오 같은 앱을 연결하고, 앱을 통해 창문을 여는 것부터 음악을 켜는 것까지 원하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의 EV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자국 차의 약진은 "완전한 역전"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1990년대 중국에서 승용차라고 하면 거의 수입 차였다. 글로벌 브랜드와 현지업체의 합작사가 늘어난 수년 전까지도 외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60~70%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2%로 떨어졌으며, 지난달은 43%로 내려갔다.

중국법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는 "최근 중국 업체의 EV 품질이 빠르게 향상됐다"며 "3~5년 안에 중국에서 일부 수입 브랜드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외국 브랜드가) 새로운 모델 개발 등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갈수록 뒤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中, EV 생태계 굳건...더 잘 나갈 것"


중국 시안의 BYD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자동차 내부를 조립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사실상 EV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한 유일한 국가다. 니켈·리튬 등 배터리의 원재료 생산·가공뿐만 아니라, 사용 측면에서 배터리 충전 시스템 등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니오가 구축한 배터리 교환(스와프)시스템이 그렇다. 배터리 스와프는 지금처럼 운전자가 충전소에 가서 전기를 충전하는 게 아니라, 차체 하부에 있는 배터리팩을 통째로 갈아 끼우는 방식이다. 팩은 임대가 가능해 차값을 낮출 수도 있다. 니오는 지금까지 약 300개의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을 구축했다. 중국이 이런 실험이 성공한다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또 BYD는 배터리와 EV를 동시에 생산하는 유일한 글로벌 메이커이기도 하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차는 집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이전의 차와 다르다"며 "특히 젊은 소비자에 어필하려면 인터넷·쇼핑·결제 등 스마트홈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IT와 충전 네트워크 EV 생태계를 구축한 중국이 향후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갈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는 "테슬라 슈퍼차저(고속충전)처럼 브랜드 이니셔티브를 넘어 에코 시스템까지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국 브랜드와 테슬라가 자리를 잡은 중국 시장을 나머지가 외국 브랜드가 뚫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1~4월) 신에너지차(NEV) 판매량 10위권에 든 차는 테슬라만 빼고 모두 자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또 NEV 판매대수는 149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가솔린차를 포함해 전체 판매량은 12% 감소했다. 이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가솔린에서 EV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약 5000억 달러(약 6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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