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글로벌톱' 가속페달..美조지아 전용 공장 짓는다

권혜정 기자,이장호 기자 2022. 5.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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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업체 도약 발판 앨라배마 공장 재현 기대..전기차 '제2 앨라배마' 효과
2030년 전기차 판매목표 323만대중 미국 84만대..바이든·정의선 22일 면담
(자료사진)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이장호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6조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은 북미시장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전초기지로 기존 미국 앨라배마(현대차), 조지아(기아) 공장과 인프라 공유 등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전기차 공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전기차 '톱티어' 도약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21일 6조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공장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한다.

신설 공장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지역에 들어선다.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1183㎡ 부지에 연간 30만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안정적 현지 조달을 위해 배터리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배터리셀 공장도 신설 공장 인근에 세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뉴스1

이날 협약식에 영상으로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조지아에 마련하고 미국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과감한 전기차 투자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정 회장은 앞서 수차례에 걸쳐 전기차로의 전환, 전기차 시장에서의 퍼스트 무버를 강조했다. 그는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방문 중인 바이든 미 대통령은 현대차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 신설 등 과감한 투자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22일 오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난다. 이들은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15분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美 첫번째 EV 전용 공장, 조지아 왜?…'시너지' 기대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주 주지사(앞줄 왼쪽),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오른쪽)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투자협약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 뉴스1

현대차그룹이 미국 첫번째 전기차(EV) 전용 공장 설립 지역으로 조지아주를 택한 이유는 기존 현대차·기아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06년 앨라배마주 공장, 기아는 2009년 조지아주 공장을 세웠다. 특히 기아는 조지아공장 건설 이후 10여년 동안 북미 공급망을 상당수준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현대차의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은 기아의 공급망을 활용해 부품 수급 등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앨라배마 공장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앨라배마공장에 약 3억달러(37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간의 거리는 약 150km, 신설 전기차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간의 거리는 약 400km에 불과해 각종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설 전기차 공장은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과 더불어 부품 협력사 및 물류 시스템 공유 등 효율적 공급망 관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을 통해 '제2의 앨라배마 효과'를 재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05년 첫 미국 완성차 공장인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대미 완성차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고, 국내 부품산업의 글로벌 진출도 활성화됐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해외 완성차 생산은 현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냈다. 그 결과 국내 생산과 수출 증가, 국내 부품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성장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된 2005년의 직전연도인 2004년 대비 2021년 현대차·기아의 국내 완성차 생산은 12%, 완성차 수출액은 79%, 국내 고용은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279% 늘었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 공장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면 현지 브랜드 신뢰 제고는 물론 판매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 건설 이후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했다. 공장 가동 이전인 2004년 연간 70만대에도 못 미쳤던 양사의 미국 내 판매량은 2021년 149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2021년 국내 판매량(126만대)보다 많다.

미국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 대응에 부심하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한편 전기차 부품의 국내 생산과 대미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건설을 계기로 현재 40여개사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현대자동차 공장(HMMA)(현대차 제공) 2021.8.13/뉴스1

◇美 '바이 아메리칸' 대응…현대차그룹, EV 글로벌 '톱티어' 가속페달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미 투자는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고강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우선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뒷받침할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밝힌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6조원,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에 4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75만대 규모에서 2025년 203만대, 2030년 602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완성차 부품의 75%를 현지에서 생산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2025년 7월부터 발효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에 현지 공장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조지아주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역시 영향을 미쳤다. 조지아주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 공장을 유치하며 토지 무상 제공, 세금 감면, 직업교육 제공 등 15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온에도 20년 토지 무상임대, 3억 달러 상당의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지아 주정부는 현대차그룹에도 이번 신공장 설립과 관련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과 향후 지속적인 제반 지원을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도 리비안 등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조지아정부로부터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기차 생산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해 14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발판으로 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 12% 수준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시장 판매 목표는 2030년 84만대로 잡았다. 이는 총 판매목표의 26% 수준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의 이번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 발표에는 (조지아를) 북미 시장 전기차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며 "아이오닉5 등 전용 전기차를 필두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 그룹'으로 도약한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공장을 북미 전기차 전초기지로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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