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폭등' 전기차, 40% 싸게 사려면..'아나바다' 갓데리, 폐물→보물[세상만車]

최기성 2022. 5. 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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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배터리→전기차, 가격인상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선택→필수
소유 대신 공유, 전기차 가격 낮춰
재활용 시장 규모 2040년엔 72조원
전기차 가격 인하와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폐배터리 재활용 문제가 대두됐다. [사진출처=기아, 볼보, BMW]
[세상만車] "가격이 미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까지 올라 테슬라가 채굴·정제 사업에 뛰어들어야 할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허풍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 가격 지표가 되는 탄산리튬 가격은 올 3월에는 2020년 11월보다 1086% 폭등했다.

수산화리튬은 같은 기간 910% 비싸졌다. 수산화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에 사용되는 주요 원료다. 양극재 원료에는 NCM811(니켈·코발트·망간)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 모듈 [사진출처=한국자동차기자협회]
양극재는 전기차 주행거리, 충·방전 등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배터리 셀 무게에서 각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양극재 32%, 음극재 20%, 전해질 18% 등이다.

배터리 셀 전체 가격에서 이들 재료의 비중은 총 77%다. 이 중 양극재 비중이 42%로 가장 높다.

양극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이 인상되고 다시 전기차 가격도 비싸진다. 전기차 가격의 40%는 배터리 몫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차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비명을 지른 머스크의 테슬라가 주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판매가를 올리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 3월에만 두 번 인상했다. 니켈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폐배터리, 전기차 가격 인하에 기여
제주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보관된 배터리 모듈[사진출처=한국자동차기자협회]
원자재→배터리→전기차로 이어지는 가격 인상 사슬을 끊으려면 원자재를 싸게 공급받아야 한다.

해결책은 있다. 폐배터리라 부르는 사용 후 배터리를 다시 활용하거나 사용하면 된다.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를 통해 폐배터리는 '갓데리'(god+밧데리)로 신분 상승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5~6년 사용하면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충·방전을 거듭할수록 에너지밀도가 낮아져 주행거리가 줄고, 충전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전기차 주행용으로는 쓸모가 줄어들었지만 폐배터리에는 값비싼 원자재가 들어있다.

제주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서는 폐배터리 성능평가를 진행한다. [사진출처=한국자동차기자협회]
폐배터리 재활용(recycle)은 사용 후 배터리에서 값비싼 원자재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폐배터리를 방전시켜 폭발 위험을 없앤 뒤 음극과 양극, 분리막 등으로 분해한다.

여기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회수한다. 배터리 원료를 다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 광산'으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추출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재활용이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재활용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추출기술도 폐배터리에서 주요 금속의 70~90%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기아 EV6 [사진출처=기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도 전기차 판매 급증과 함께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2020년 처음으로 200만대를 넘어섰다.

테슬라 외에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르노, 쉐보레,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이 전기차 판매를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473만대로 급증했다.

2030년에는 6배 이상 증가한 30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5~6년 뒤에는 2030년에 판매된 전기차에서 3000만개에 달하는 폐배터리가 발생한다.

삼정KPMG가 발표한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3억달러(약 72조원)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배터리 재활용, 환경오염도 예방
지엠 얼티엄 배터리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사진출처=한국지엠]
유럽연합(EU)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지난달 말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배터리 원자재 채취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지속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배터리 제조 때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사항도 포함됐다.

법안이 발효되면 2030년부터 산업·전기차용 주요 배터리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 소재로 구성해야 한다.

리튬, 니켈, 코발트의 재활용 비율은 2030년에 각각 4%, 4%, 12%에서 2035년에 10%, 12%, 20%로 늘어난다. 폐배터리 회수율은 2023년 45%, 2025년 65%, 2030년 70% 이상이다.

제주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사용 후 폐배터리들이 보관돼있다. [사진출처=한국자동차기자협회]
한국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폐배터리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초에는 환경부가 경기 시흥시, 충남 홍성군 등에 설치한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가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전기차 궁극의 목적인 친환경과도 맞물렸다. 친환경에 기여했던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제거된 뒤에는 오히려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전기차용으로 용도 폐기된 배터리에는 코발트, 리튬, 망간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들어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친환경차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물질로 분류한다. 화재·폭발 위험도 있다.

폐배터리, 자전거·휠체어·농기계 심장으로
폐배터리로 다시 탄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진출처=한국자동차기자협회]
재활용과 함께 주목받는 폐배터리 '다시 쓰기'가 있다. 재사용(reuse)이다. 폐배터리 상태를 점검한 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 자전거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기차용으로는 쓸모가 다한 배터리도 신품의 60~80% 수준의 성능은 보유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2019년 국내 최초로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를 개소해 운영하는 제주테크노파크(원장 태성길)의 에너지융합센터다.

배터리 재사용 [자료출처=제주테크노파크]
제주테크노파크는 지난 4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진행한 미디어간담회에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전 주기 체계'를 통해 대기환경보존법에 따라 수명이 다한 전기차의 배터리를 대상으로 '회수→안전→보관→시험평가→보급→연구지원'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2024년까지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개발된 제품의 시험인증과 신뢰성 평가를 위해 12종의 장비를 추가로 더 들여올 계획이다.

지금까지 회수한 전기차 배터리는 250개 정도다. 이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스테이션 연계형 제품, 가로등 연계형, 농업용 운반차 등 8건을 개발했다.

이곳에서는 72시간에 걸쳐 폐배터리팩의 성능과 안전을 검사한다. 우수등급 판정을 받으면 전기차 충전, 가로등, 휠체어, 농업용 운반차 등에 재사용된다.

비우수등급 판정을 받은 모듈은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 민간 기업에 매각된다.

배터리 대여·교체, 충전 불편 해소
SM3 Z.E. 전기차 배터리 교체 모습 [사진출처=르노코리아]
배터리 활용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데는 '대여'도 기여한다. 전기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량 되는 배터리를 사지 않고 빌리면 전기차 초기 구입 가격이 내려간다.

구독 서비스나 렌트·리스처럼 소유가 아니라 공유다. 배터리 성능 저하나 폐배터리 처리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배터리 대여는 구체화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전기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급속 충전한 배터리로 충전시간보다 빨리 교체해주는 '퀵드롭' 서비스와 맞물리면 대여는 더욱더 활성화된다.

배터리 퀵드롭 교환소를 설치하면 전기차 운전자들의 충전 불편을 덜어줄 수 있다.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충전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대에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미니 일렉트릭 [사진출처=미니]
중국은 202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교체 인프라 구축에 나선 상태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와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에 배터리를 대여해주는 합작사 BAC도 설립했다.

니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 4000개 이상의 배터리 교환소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도 2025년까지 전 세계에 5000개의 전기차용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시설 설치·운영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배터리 규격과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수익성을 낼 만큼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에 어렵다는 게 한계다.

르노삼성(현 르노코리아)이 2013년 제주도에서 퀵드롭 시스템 시범 운영에 들어갔지만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디면서 시설 운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배터리 규격을 표준화하거나 호환 가능한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가 많아지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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