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값이 미쳤네요, 신차 섣불리 못뽑겠어요

류정 기자 2022.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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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풀린 자동차값.. 생필품? 1970년대처럼 '사치품' 될 조짐

현대차와 상반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협상 중인 철강업계가 t당 20만원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강판 값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 t당 5만원, 하반기엔 12만원 올랐는데 철강업계가 더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뿐 아니라 석탄 등 주요 원자재 값이 전부 올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현대차는 5만원 미만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15만원 선에서 타결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기아가 연간 약 700만t의 자동차 강판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약 1조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현대차의 한 분기 영업이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자동차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자동차 가격도 덩달아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100만~200만원씩 차값을 인상 중인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원자재값 인상을 반영해 더 큰 폭으로 올릴 태세다. 다음 달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300만~400만원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가 1970~80년대 ‘사치품’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기차는 이미 사치품”

전기차 가격은 이미 사치품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이 극심한 가운데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오익환 부사장은 지난 13일 ‘차세대 배터리’ 세미나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이 적자를 피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배터리팩 가격을 2025년까지 최대 40%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배터리 핵심 재료값은 폭등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지난 1년간 449% 올랐다. 전 세계 고순도 니켈의 20%를 생산하는 러시아에 대해 제재가 가해지면서 니켈 가격도 급등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리튬 가격이 미쳤다”면서 “이렇게 가다간 우리가 직접 리튬 채굴에 나서야 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의 최저 가격을 6469만원까지 올렸다. 출시 당시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후반에 구매할 수 있던 모델3는 이제 보조금을 받아도 6000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살 수 있다. 2~3년 전만 해도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1000만원 비싸게 사도 전기 충전료가 싸기 때문에 상쇄가 됐지만 지금은 차값이 2000만원 더 비싸고 충전 요금까지 오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제 전기차는 ‘친환경’ ‘최첨단’ ‘하차감’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사치품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 힘들어

지난해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팩 평균 가격은 kWh당 147~153달러였다. 업계는 배터리 가격이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점점 내려가 kWh당 100달러까지 가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가격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런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리튬 같은 원자재 수급이 계속 꼬이면서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조차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하면서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 목표를 385만대에서 450만대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2030년은커녕 올해 목표(누적 43만대) 달성조차 불확실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파리기후협정대로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연 4700만대에 달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2800만대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리튬 생산량이 현재의 6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차 오일 쇼크 당시 물가 급등으로 미국 크라이슬러가 파산했을 정도로 자동차는 경기에 민감한 소비재”라며 “전기차도 가격이 너무 오르면 소비자가 구매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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