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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타호, 한 발 가까워진 풀사이즈 SUV의 로망

박영국 입력 2022. 04. 03. 07:00 수정 2022. 04. 0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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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존재감으로 도로 위 시선강탈..넓은 실내공간은 기본
6.2L V8 엔진의 넉넉한 힘..고속주행, 오프로드, 견인 모두 'OK'
높은 지상고에도 편안한 승차감..투박한 실내 디자인은 호불호 갈릴 듯
쉐보레 타호. ⓒ한국GM

팰리세이드나 트래버스 같은 대형 SUV조차 아담해 보이게 만드는, 미드(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압도적인 존재감의 풀사이즈(초대형) SUV, 쉐보레 타호가 국내에 상륙했다.


그동안 넉넉한 공간과 다양한 쓰임새를 갖춘 대형 SUV에 열광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쉐보레는 '더 큰' 타호를 앞세워 '더 큰' 욕심을 내보라고 유혹한다.


지난 3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드라이빙 캠프에서 타호를 시승해봤다. 시승 코스는 행사 장소에서 양지파인리조트를 오가는 왕복 88km 구간이었으며, 양지파인리조트에서 오프로드 코스와 캠핑 트레일러 견인 체험도 진행했다.


시승행사를 위해 대기 중인 타호.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승합차도 한 수 접고 들어갈 만한 거대한 몸집, 총알자국 몇 개쯤은 장식으로 달고 다닐 법한 터프하고 각진 실루엣의 초대형 SUV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로망이다.


5세대 풀체인지를 거친 신형 타호는 과거 미드에서 보던 모델보다 외모가 한층 젊어졌지만, 2박스 형태를 그대로 살린 차체에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전면 그릴이 주는 마초적 느낌은 그대로다.


거대한 덩치에 걸맞은 거대한 문짝을 열면 허리높이보다 높게 위치한 운전석이 펼쳐진다. 타호는 “그 짧은 다리로 감히 오를 수나 있겠어?”라며 비웃기라도 하듯 차체 밑으로 사이드 스탭을 내민다.


타호의 운전석 도어를 연 모습. 아래로 사이드스탭이 보인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실내 디자인은 누가 쉐보레 패밀리 아니랄까봐 거칠고 투박하다. 철지난 좌우 대칭형 레이아웃에, 가운데 우뚝 솟은 내비게이션, 어지럽게 놓인 버튼과 다이얼까지 보기 좋단 소릴 듣긴 힘들어 보인다. ‘관상용’보다 ‘실용’을 추구하는 쉐보레의 지향점을 충실히 따랐다.


그래도 외모와 잘 어울린다. 갑옷 안에 레이스 속옷을 입을 수는 없지 않는가.


타호 운전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보기엔 투박해도 배려는 세심하다. 주요 부위는 촉감 좋은 인조가죽으로 덧댔고 변속기도 무려 ‘버튼식’이다. 전자식 룸미러도 달렸다. 5350mm에 달하는 차체를 거슬러 후방 상황을 살피기에 일반 거울로는 무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차에 탑승했을 때 룸미러 각도를 조절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센터콘솔은 잡스런 하이그로시 장식 대신 수납공간을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한 모습이다. 암레스트는 덩치 큰 남자 둘이 나란히 앉아 팔을 올려도 서로 맞닿지 않을 정도로 넓고, 뚜껑을 열면 커다란 수납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타호 2열 좌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타호 3열 좌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거대한 덩치는 옆차 운전자를 위협하기 위한 게 아니다. 타호의 실내에는 7인의 승객 모두가 제각기 자기가 주인공인 것으로 착각하고 편히 앉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러고도 뒤에 짐을 실을 자리가 남는다.


2열 독립시트는 물론 3열 벤치형 시트도 좌우 너비나 발을 뻗을 공간이 충분하다. 2060mm에 달하는 전폭 덕에 2열 독립시트 사이에 넓은 통로가 확보돼 3열 승객이 드나드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2열 좌석 승객들에게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별 모니터도 제공된다.


타호 2열 시트를 평평하게 접은 모습(왼쪽)과 앞으로 완전히 젖힌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열 시트는 앞으로 눕혀 3열 시트와 함께 차박 등으로 사용하는 풀 플랫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엉덩이받이까지 들어올려 1열시트에 바짝 붙여 적재공간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좌석을 모두 접으면 웬만한 카고 밴 뺨치는 공간이 나오고, 차박 공간을 만들면 성인 세 명이 편히 누울 자리가 나온다. 전후 길이도 길어 다리를 쭉 펴고 누워도 공간이 한참 남는다.


타호 2열과 3열 시트를 접고 누운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3열 시트는 버튼 하나로 접고 펼 수 있다. 접는 기능까지는 원터치로 가능한 차가 많지만 펴는 것까지 자동인 차는 흔치 않다.


이 기능 덕에 타호는 3열에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실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좌석 등받이를 잡고 낑낑대는 굴욕을 면하게 해준다.


타호 3열 좌석을 원터치로 접고 펴는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타호를 도로로 끌고 나오니 웅장한 자태가 시선을 잡아끈다. 평소 올려다보던 대형 SUV 운전자를 내려다보니 미묘한 우월감에 미소가 지어진다.


폼만 잡고 달리기 성능이 부실하다면 그처럼 모양 빠지는 일도 없을 터. 하지만 타호에겐 배기량이 6.2ℓ에 달하는 8기통짜리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있다.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의 힘을 낸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타호는 몸무게 생각은 잊은 듯 날렵한 몸놀림을 자랑한다. 억지로 짜내는 힘이 아니라 넉넉하고 여유 있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타호 도로주행 모습. ⓒ한국GM

더 놀라운 것은 승차감이다. 높은 시트포지션과 투박한 차체를 감안하면 승차감은 포기해야겠거니 했건만 예상 외로 굉장히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승차감의 비결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을 스캔하며 빠르게 서스펜션 반응을 조절해 진동과 롤링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도 한 몫 한다. 고속 주행시 지상고를 자동으로 20mm 낮춰주며, 차량의 쏠림에 따라 자동으로 수평도 조절해 주는 기능이다. 승하차 시에는 지상고가 50mm까지 낮아진다. 반대로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는 모드에 따라 차고를 최대 50mm까지 높여준다.


타호가 오프로드 급경사를 오르는 모습. ⓒ한국GM
타호가 오프로드 급경사를 오르는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반환점인 양지파인리조트에서 진행된 오프로드 체험에서 타호는 험지 주파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눈이 사라진 스키슬로프의 험한 급경사를 오르는 데 전혀 거침이 없다.


주행 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꾸고, 휠 모드를 자동(AUTO)으로 해놓으면 상황에 맞게 4륜구동으로 전환되지만 4WD Low 모드로 바꾸고 오프로드 경사를 오르니 한층 안정감이 더해진다.


급경사를 내려갈 때는 ‘힐 디센트 컨트롤’의 도움을 받았다. 차체가 무거워 급경사에서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며 내려가는 데 불안감이 있을 수 있지만, 힐 디센트 컨트롤을 켜고 속도만 설정해 놓으면 알아서 그 속도로 내려가 준다. 짐을 많이 싣고 트레일러 등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타호가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을 이용해 급경사를 일정한 속도로 내려가는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타호가 캠핑트레일러를 견인하는 모습. ⓒ한국GM

반환점에는 초대형 캠핑 트레일러도 준비돼 있었다. 타호의 견인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다.


차량에 트레일러를 연결하려면 정교한 조작이 필요해 운전자 외에도 거리와 방향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타호의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 기능을 활용하면 혼자서도 가능하다.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를 켜고 후진하면 트레일러와 결착 부위에 정확히 도달했는지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타호의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을 표시해주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준비된 트레일러는 길이 10m에 무게가 3t에 달했지만 이걸 끌고 운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뒤에 끌려오는 트레일러 모서리와 차체 후미가 충돌하지 않도록 회전 구간에서 크게 돌아야 하는 것 외에 신경 쓸 일은 없었다.


주행 모드를 토우홀(견인)에 놓고 달리니 직선 주로에서는 뒤에 무엇인가가 매달려 있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타호의 힘은 넘쳐났다. 타호는 최대 견인능력이 3.4t에 달하고, 수직하중도 340kg까지 버틸 수 있다.


다만 속도를 줄여야 할 상황에서는 묵직한 트레일러에 의해 가해지는 관성이 부담이 됐다. 견인 모드에서는 엔진 브레이크를 적절히 활용해 이같은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해 준다.


타호에 레저용 보트가 연결돼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행보조기능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이 장착돼 있으나 차로 중앙을 유지해주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넘을 상황이 되면 안으로 튕겨내주는 방식이라 핸들에서 잠시 손을 떼는 여유를 누릴 수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앞차가 속도를 늦췄을 때 간격을 맞춰 자동으로 감속해주는 느낌이 부드럽지 못하다. 차체 무게에 따른 관성에너지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된다.


쉐보레 타호. ⓒ한국GM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초대형 SUV의 대명사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였으나 1억6000만원 내외의 가격은 웬만한 경제력으로는 범접하기 힘든 장벽이었다.


타호는 에스컬레이드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부품 상당수를 공유하는 형제차다. 크기도, 성능도 크게 뒤질 것이 없지만 가격은 5000~6000만원가량 저렴하다. 물론 여전히 1억원에 근접하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GM 관계자는 “에스컬레이드와 타호의 차이는 가늠하는 기준은 ‘성능’이 아닌 ‘사치’라고 할 수 있다”면서 “성능에서는 사실상 별 차이가 없고, 내부 편의사양이나 마감재 등 감성 품질 측면에서 타호는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의 형제차인 에스컬레이드 만큼 사치를 부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타호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하이컨트리 모델이 9253만원, 스페셜 에디션인 다크 나이트 모델이 9363만원이다. 다크 나이트 모델은 LED 블랙 보타이 엠블럼과 블랙 하이컨트리 로고, 보타이 프로젝션 퍼들램프 등 외관에서 소소한 변화를 줬다. 사실상 최상위 모델인 하이컨트리 단일 모델로만 판매하는 셈이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이 마이너스 옵션으로 적용된다. 대신 구매시 차량 가격에서 6만원이 빠지며, 향후 부품이 공급되는 시점에 무상으로 장착해준다.


▲타깃:

-넉넉한 실내공간을 원하는, 넉넉한 주차공간을 갖춘 소비자.


▲주의할 점:

-시트포지션이 마을버스 운전석 급, 전폭은 마을버스보다 넓음. 출퇴근용 차는 따로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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