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만원 중고차, 2880만원에"..사람도 죽인 '허위매물' 뿌리뽑자, 대선공약 등장

최기성 2022. 1. 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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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강매 일삼는 허위매물 사기꾼
1년전 억울한 피해자, 목숨 끊기도
이재명 "허위매물 상시 단속" 공약
싼값·헐값 사기수법 알면 피해예방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인 허위매물 [사진출처=현대캐피탈, 매경DB]
#"중고차 매매 사기단에 속아 자동차를 강매당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목숨을 끊은 60대 남성 A씨가 휴대폰에 남긴 유서다. 충북경찰청은 유서를 발견하고 집중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중고차 허위매물로 구매자를 유인한 뒤 3개월 동안 50여명에게서 6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사기단을 적발,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이들에게 감금당하고 강제로 대출을 받아 200만원짜리 1t 트럭을 700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 현대차 코나가 헐값 수준인 470만원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B씨는 해당 차를 판다는 중고차 딜러가 있는 매매단지를 찾아갔다. B씨를 만난 딜러는 원래 제시했던 가격보다 6배 비싼 2880만원을 요구했다. B씨가 구입을 거부하자 딜러는 폭언을 내뱉고 차 안에 30여분간 감금했다.

허위매물, 중고차 시장 고질병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허위매물 피해와 시민단체가 조사한 중고차 피해 사례[사진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자동차시민연합]
경찰에 적발된 중고차 허위매물 피해사례다. 실제 있지도 않은 중고차나 실제 매물과 가격이나 상태가 다른 중고차로 소비자를 등쳤다. 허위매물은 가짜매물이나 미끼매물로도 불린다. 피해가 심각해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으로 여겨진다.

허위매물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에 붙잡힌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보복이 두렵거나 증거가 부족해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많다. 자동차 유튜브 중 인기 높은 콘텐츠도 '허위매물 딜러 혼내주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허위매물 피해가 올라오기도 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해 발표한 '중고차시장 완성차 업체 진입 관련 소비자 설문 결과'에서도 허위매물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응답자 중 54.4%가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허위·미끼 매물'이라고 대답했다.

이재명 "허위매물 뿌리 뽑겠다" 공약
중고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출처=보배드림]
허위매물 피해가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대통령 선거 후보공약에도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9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재명입니다. 중고차 허위매물 뿌리 뽑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필명 'ThisisJM'으로 쓴 글에서 이 후보는 "내 돈 내고 내 차 사는데 사기당할 걱정부터 해야 하는 중고차 시장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거래 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고차 거래를 한번이라도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라며 "허위매물을 올려놓고 고객을 유인한 다음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강매하고 계약 철회를 요구하면 협밥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중고차 허위매물 사이트에 대한 면밀한 상시 단속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조사, 온라인 매물 95%가 허위
경기도 허위매물 조사 [사진출처=경기도청]
실제로 경기도가 지난 2020년 6월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수된 제보에 따라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매물 95%가 허위매물로 드러났다.

경기도가 차량 소재지, 사업자 정보, 시세 등이 부실한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 31곳을 선정해 한곳당 매물 100대씩 임의 추출한 뒤 자동차등록원부와 대조한 결과다.

조사대상 매물 3096대 중 중고차 상사명의로 소유권 이전 뒤 매매상품용으로 정식 등록된 차량은 150대(4.8%)에 불과했다. 나머지 2946대(95.2%)는 허위매물인 셈이다.

판매가격과 주행거리를 확인한 결과, 중고차 판매자가 게시한 가격은 평균 748만3000원 수준이나 실제 취득가액은 평균 2129만6000원으로 2.8배 비쌌다.

주행거리는 5899km이나 명의이전 당시 실제 주행거리는 2만8422km로 4.8배 길었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후보는 허위매물 피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매매가격이 평균 70% 이하 매물 △국토교통부 '자동차 365' 사이트에서 조회되지 않는 매물 △연식·주행거리 등 차량 정보 불일치 △휴·폐업 의심 매매사업자 등을 1차 의심사례로 삼아 행정정보로 검증하는 방식의 중고차 허위매물 근절 감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판매 완료된 허위매물을 가격과 주행거리까지 속여서 올린 사례를 포함해 총 34개 사이트 74건을 적발했고 형사고발 조치했다.

허위매물에 화난 소비자 "대기업 진출 환영"
중고차 사기꾼들은 침수차를 속여 팔기도 한다 [사진출처=매일경제DB]
중고차 업계에서는 허위매물 피해는 일부 악덕 딜러나 호객꾼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전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피해를 사실상 방치한 중고차 업계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위매물 방치는 중고차 업계의 결사반대에도 시민단체들과 소비자들이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브랜드의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시민단체들은 중고차 거래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중고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공정한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소비자 선택권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이재명 후보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 중고차 시장이 워낙 불법으로 점철돼 있다 보니 차라리 대기업에 중고차 사업을 맡기자는 의견도 나온다"면서 "현재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시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고차와 판매자에 대한 신뢰성 확보, 중고차 성능 담보,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 등의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싸고 좋은 차는 없다" 알면 피해 예방
허위매물 감별법 [사진출처=엔카닷컴]
현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허위매물 피해를 막으려면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방법은 있다. 중고차 사기꾼들의 수법을 파악하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어렵지도 않다. 헐값·싼값에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싸고 좋은 차'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싸면서도 품질 좋은 차가 간혹 매물로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나오는 즉시 다른 딜러가 낚아 채 소비자는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가격이 너무 싸다면 사고나 고장 등 딜러가 감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혼자서 수십 대의 매물을 올린 딜러도 의심해야 한다. 자금 문제 때문에 한 명이 매물 수십 대를 보유하기 어렵다. 시장에 차를 놔둘 곳도 없다.

사진에도 흔적이 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설명과 다른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가짜 매물을 대량으로 올리는 딜러가 실수해 사진과 다른 내용이 게재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겨울인데 봄이나 여름에 찍은 것 같은 사진,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워터마크가 찍힌 사진이 대표적이다.

매물 사진이나 소개란에 적혀 있는 중고차 시장 정보와 판매자(중고차 딜러)의 지역 정보가 달라도 가짜 매물일 수 있다. 딜러들은 주로 해당 지역 매매시장에 소속돼 활동하기 때문이다.

다른 중고차를 권유하면 바로 벗어나야
허위매물 사기 수법 [사진출처=엔카닷컴]
딜러와 만났을 때 사려던 차가 방금 팔렸다며 다른 차를 권유한다면 그 자리를 바로 떠야 한다.

실제 통화한 딜러가 아닌 다른 딜러가 나와도 사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부득이한 상황으로 통화한 딜러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자리를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딜러가 종사원증을 패용하고 있지 않다면 상종하지 않는 게 좋다. 중고차 매매를 하려면 종사원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종사원증을 잃어버렸다거나 주머니에게 꺼내 잠시 보여준 뒤 다시 감추듯 넣으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있다.

인증·직영·보증 중고차 이용하는 방법도
아우디 인증 중고차 [사진출처=아우디]
수입 중고차를 산다면 벤츠, BMW,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렉서스, 포르쉐 등 수입차 브랜드가 직접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를 선택하는 게 낫다.

다만, 매물이 부족하다. 또 연식이 짧은 차종 위주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 판매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출고 5년 이상된 매물은 거의 없다.

국산 중고차의 경우 직접 매입한 직영 매물만 팔거나, 품질보증에 환불까지 해주는 곳을 이용하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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