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소비자도 차 회사도 눈치 게임

민서연 기자 2022. 1. 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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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A를 구매하려던 김모씨(32)는 최근 차량을 계약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가격 기준이 낮아지면서 5500만~6000만원대 차량을 구매해 기다리고 있던 소비자들은 수백만원을 더 낼 처지가 됐다.

일부 전기차 업체는 올해 보조금 정책에 맞춘 차량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인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올해 보조금 지급선에 맞춰 다시 책정하거나, 기존 차량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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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보조금 포기한 구매자에 우선 인도
보조금 상한선에 맞춰 가격 낮아질지 관심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A를 구매하려던 김모씨(32)는 최근 차량을 계약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EQA는 사전계약이 4000여대가 넘고 지난해까지 886대가 출고돼 아직 상당수의 사전계약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김씨는 2주 내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보조금을 포기하는 고객에게 먼저 차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완성차 업체는 출고를 못 하고 있는데, 보조금을 안 받겠다는 사람은 기다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부터 EQA의 보조금이 기존 846만원에서 반토막으로 줄고, 대기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2022년도 전기차 보조금을 개편하면서 소비자와 업계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가격의 상한선이 낮아지면서 지난해 기준에 맞춰 차를 사려던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포기하거나 옵션을 바꾸는 고민을 하고, 업계는 보조금 기준선에 맞춰 상품가격을 인하할지 고민 중이다.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가격이 비싸 보조금 지원 여부가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픽=이은현

환경부는 지난 19일 ‘2022년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편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기준이 기존 60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하향 조정되고, 보조금을 50% 받을 수 있는 기준도 9000만원 미만에서 8500만원 미만으로 낮아진다. 8500만원 이상인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환경부는 2022년도 개편안과 관련해 현재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곧 시행할 예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예산에 맞춰 지방비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정부가 지원하는 국비 보조금과 이에 비례한 지방비 보조금이 결합되는 형태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가격 기준이 낮아지면서 5500만~6000만원대 차량을 구매해 기다리고 있던 소비자들은 수백만원을 더 낼 처지가 됐다. 대표적인 차량이 벤츠 EQA와 제네시스 GV60이다. 최하위 트림인 스탠다드 이륜구동 가격이 5990만원으로 정해진 GV60은 지난해 기준으로는 4990만원에 살 수 있었으나 올해 기준으로는 5440만원을 내야한다. 지난해 200만원이었던 서울시 보조금이 줄면 돈을 더 내야 한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20일까지 GV60 이륜고객들에 대해 컨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2022년도 보조금 기준이 바뀌면서 GV60의 최하위 트림도 보조금을 50%만 받게 돼 등급이 높은 스탠다드 사륜구동모델이나 퍼포먼스 모델로 바꿀 기회를 준 것이다. 컨버전은 대기 순번은 그대로 둔 채 옵션 등 사양만 변경하는 제도다.

폴스타가 처음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 '폴스타2'./폴스타 제공

완성차 업체의 고민도 크다. 일부 전기차 업체는 올해 보조금 정책에 맞춘 차량을 내놓고 있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모터의 가격은 5490만원으로 책정됐다. BMW 그룹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도 올해 첫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의 최저가격을 4600만원대로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인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올해 보조금 지급선에 맞춰 다시 책정하거나, 기존 차량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우디는 올해 나올 신차 Q4 이트론(e-트론)을 6000만원 밑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고, 폭스바겐은 전기 SUV ‘ID.4′를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고 있는 테슬라는 지난해 초 국고 보조금 상한선(6000만원)이 발표되자마자 모델3 후륜구동 모델의 가격을 5999만원으로 낮춘 바 있다. 지난해 보조금 지급이 끝나가자 동일 모델의 가격을 조금씩 높여 현재는 6159만원인데, 연초에 또 가격을 반짝 낮추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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