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반도체 수급난에도 질주..글로벌 판매량 '빅3' 노린다

고영득 기자 2021. 12. 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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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SUV 수요 힘입어 미국서 인기
유럽 판매 작년 대비 30% 증가
i20N, 톱기어 선정 ‘올해의 차’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1 LA 오토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을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새 플랫폼 개발은 우리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오닉 5 등에 적용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과는 별개의 플랫폼을 도입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더 많은 전기차를 보유하기 위해 제품 개발 일정을 단축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56% 많은 22만대의 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판매 목표치도 기존 100만대에 17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높아진 브랜드 위상에 걸맞은 행보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실제 판매 실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자동차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맹활약했다.

■ 미·유럽서 SUV·친환경차 질주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각각 73만1363대, 65만2910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28.5%, 22.6% 늘었다. 특히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다인 2016년 실적(64만7598대)을 11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제네시스도 4만4622대를 판매해 기존 최다였던 2016년(2만6409대) 기록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의 11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9%로 추산된다. 반도체 등 부품 공급에 큰 차질이 없다면 혼다를 제치고 처음으로 미국 내 5위 완성차 업체에 오를 수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 덕분이다.

올해 미국에서 SUV 판매 비중은 세단을 추월해 50%를 넘었다. 투싼은 13만7107대 팔려 2년 연속 현대차 ‘최다 판매 모델’ 자리를 예약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는 싼타페(10만3373대)와 스포티지(8만8567대), 텔루라이드(8만6186대), 팰리세이드(7만9657대)도 호실적을 견인했다.

넥쏘와 아이오닉 등 친환경차 판매량도 급증했다. 11월 미국에서 팔린 현대차 친환경 모델은 5449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약 165% 상승했고, 기아는 158%가량 늘어난 3034대를 판매했다.

유럽에서도 가속페달을 밟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1~11월 유럽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한 94만3433대를 판매했다.

11월 기준으로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지난해보다 30.4% 증가한 8만5893대를 판매하며 폭스바겐(18만5893대), 스텔란티스(17만1779대), 르노(9만2093대)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2계단 오른 성적이다. 이로써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유럽 시장 점유율 7%를 달성한 데 이어 1년 만에 8%를 넘어 연간 최대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동화 라인업을 확장하고 신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한 게 주효했다.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 5, EV6를 앞세워 경쟁 업체들의 공세에 맞섰다. 1~11월 현대차·기아가 유럽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12만4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4% 늘었다.

영국 자동차전문지 오토카는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는 흥미로운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전동화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발돋움해 더는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현대차·기아를 추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사상 첫 세계 판매 3위 오르나

현대차그룹은 북미와 유럽의 자동차 단체와 전문지 시상식 10개 중 6개에서 ‘올해의 차’ 최고상을 받았다. 아시아 업체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자동차매체 톱기어도 올해의 차로 현대차 모델(i20 N)을 뽑았다. 톱기어는 2000년대 초반 현대차를 ‘바퀴 달린 냉장고·세탁기’에 비유한 적 있다. 내년에도 낭보가 기다린다.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로 아이오닉5와 EV6가 나란히 뽑혔고, 북미 ‘올해의 차’와 ‘올해의 유틸리티’ ‘올해의 트럭’ 부문에도 현대차그룹 모델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잇단 호평이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는 현대차그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 ‘빅3’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505만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549만대), 스텔란티스(504만대)와 함께 3위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온 만큼 이 기세를 몰아 중국 등 다른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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