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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두끼에 스리잡" 포르쉐 카푸어, '세금도둑' 아빠·회사 찬스보다는 "멋진데"

최기성 입력 2021. 12. 04. 17:36 수정 2021. 12. 0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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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포르쉐 카푸어를 위한 '변명'
'탈세' 없이 땀 흘리며 번 돈으로 구입
'아빠·회사 찬스' 국세청 단골 적발소재
카푸어, 밴드왜건 파노플리의 '역효과'
'보조금 0원' 포르쉐 타이칸, 판매 대박
포르쉐 차량 안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차주[사진출처=유튜브 안과장 영상 캡처]
[세상만車] 유튜브에서 '카푸어'는 단골 소재다. 카푸어가 선호하는 차량은 주로 프리미엄 수입차다. 이 중 '로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스포츠카 대명사' 포르쉐는 카푸어 선호 1순위에 해당한다.

지난 10월 유튜버 안과장이 올린 영상에는 '역대급' 포르쉐 카푸어가 등장했다. 자신은 돈이 없더라도 집이 부자이거나 벌이가 괜찮은데도 카푸어로 소개되는 다른 사례와 다르다. 포르쉐를 타고 싶어 차에서 컵라면을 먹어가며 투잡도 아닌 스리잡까지 한다.

포르쉐 타려고 라면 두 끼 먹으며 알바까지
포르쉐 카푸어로 유튜브에 등장한 차주 [사진출처=유튜브 안과장 영상 캡처]
"한 달에 238만원씩 60개월(5년)을 내야 한다. 그래서 라면을 먹는다."

안과장 영상 '월 238만원 내는 포르쉐 카푸어의 현실'에 등장한 A씨는 현대차 아반떼N을 사려다가 포르쉐 오픈카를 샀다. 그가 산 차는 포르쉐 911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로 추정되며, 신차 값은 1억8490만원이 넘는다.

그는 월급 200만원대를 받는 직장인으로 보인다. 안과장이 "한 달 월급이 238만원"이라고 말하자 A씨는 "나도 월급이 비슷한데 차에다 목숨 건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월급을 받아 고스란히 포르쉐 할부금으로 내는 셈이다. 생활이 될 리 없다. 카푸어 전형이다.

A씨는 카푸어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월 238만원을 갚아야 하는데 내가 놀겠느냐"며 "배달 알바부터 투잡, 스리잡까지 한다. 돈이 없으니 다른 걸 못한다. 유혹을 못 참는 사람들은 카푸어를 하면 된다. 포르쉐가 예방주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 생활이 없고 일과 집만 반복한다. 식사는 두 끼 라면을 먹는다. 후회되냐고 물어보면 아직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를 두고 "왜 저렇게 사느냐" "개인 선택이니 존중해야 한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영상에 나온대로 월급 200만원대 직장인이고 스리잡까지 하면서 포르쉐를 타는 게 맞다면 그는 당당할 자격을 갖췄다. 힘들게 번 '자신의 돈'으로 정정당당하게 포르쉐를 타기 때문이다. '아빠 찬스' '회사 찬스'를 남발해 빌린 '업무용 포르쉐'를 개인 용도로 타면서 폼 잡는 운전자보다 낫기 때문이다.

'빌린 차' 타며 폼 잡는 아빠·회사 찬스
포르쉐 마칸 [사진출처=포르쉐]
"딸 안전 때문에 포르쉐를 사줬다."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계열사의 돈 53억6000만여 원을 빼돌려 친형의 법원 공탁금, 딸이 몰던 포르쉐 보증금, 딸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딸은 포르쉐 마칸 GTS를 직접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빠 찬스로 포르쉐를 타고 다녔다.

국세청이 올해 불공정 탈세 혐의로 적발한 B씨(25)도 10대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150억원을 편법으로 증여받았다.

별다른 소득원이 없었지만 서울 초고가 주택에 살면서 법인 비용으로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13억원 상당의 고성능 스포츠카와 슈퍼카 3대를 몰고 다녔다. 법인 비용으로 금수저 생활을 만끽했다.

회사명의로 슈퍼카 6대 구입해 사적 용도 유용 사례 [출처=국세청]
'찬스'는 국세청 단골 적발 소재다. '회사 찬스'는 회사가 업무용으로 쓴다고 리스한 차를 개인이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아빠 찬스'는 회사 운영자가 법인 명의 차량을 자녀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차'를 다시 빌려 정해진 용도 외에 쓰기 때문에 법에 저촉된다.

'업무용'으로 쓰기에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고성능 스포츠카나 초호화 럭셔리카라도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한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절세' 방법으로 여겨진다.

업무용으로 산다고 구입한 뒤 개인 용도로 쓰는 게 위법이자 '탈세'다.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법인 명의 차량은 구입비, 보험료, 기름값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자신의 회사라며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개인용으로 타고 다닌 가족도 처벌받을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업무차량으로 출퇴근한 것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인차량 등록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료 관리비 1500만원 한도, 구멍 숭숭
국세청 조사 사례 [자료=국세청]
법인 명의 스포츠카나 슈퍼카 이용자 중 일부는 연간 리스료 800만원, 관리비 700만원 등 1500만원만 비용 처리할 수 있다며 '회사 찬스' 효과가 작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연간 800만원이 넘는 리스료는 그다음 해로 계속 이월하면서 비용 처리할 수 있다. 주유비, 주차료, 수리비 등 관리비도 연간 700만원 한도이지만 초과 비용을 다른 항목으로 바꿔 넣어서 비용 처리하는 탈세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사실상 리스료와 관리비에 한도가 없게 된다.

이득은 또 있다. 리스를 이용하면 차량은 리스사 명의가 돼 이용자에게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공채가 제일 저렴한 지역에 차량을 등록하기에 공채 청구 금액도 없다.

리스료를 법인 비용으로 넣어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세금이 줄어든다.

회사 명의 슈퍼카를 타지만 관리비는 이용자가 부담한다며 탈세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차량은 부동산과 달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고가 차량일수록 가치 하락폭이 크다. 법인 자산에 손실을 준다.

조현우 공인회계사는 "국가는 법인이 세법 테두리 안에서 차량을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하라며 절세 혜택을 주고 있다"며 "업무용으로 쓰지 않을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한 뒤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 조세 형평성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명품 소비 심리, 카푸어 양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S [사진출처=람보르기니]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는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소비를 확산시키는 밴드왜건(bandwagon) 파노플리(panoplie) 베블런(veblen) 효과에 힘입어 국내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밴드왜건은 서커스 행렬 선두에 서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악대 자동차'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편승 효과'를 의미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한다.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다.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싼 물건을 흔쾌히 구입하는 현상은 베블런 효과라고 일컫는다.

카푸어도 이들 효과 때문에 등장했다. 일종의 '역효과'로 볼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절세를 넘어 탈세가 '의심'되는 법인차량이 많아지는 데 있다.

벤틀리 컨티넨탈 [사진출처=벤틀리]
매경닷컴이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브랜드별 구매 유형을 분석한 결과다.

KAIDA가 집계한 구매 유형은 개인과 법인으로 구분된다. 법인 명의에는 사업자 대상인 운용 리스 차량은 물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 차량, 렌터카도 포함된다.

1억원이 넘는 법인 명의 수입차 대부분은 리스료와 관리비를 비용 처리할 수 있는 운용 리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 리스를 법인 리스라고도 부른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는 절세 효과가 작다. 명의만 금융회사로 돼 있는 할부 개념이어서 개인이나 법인 모두 선호하지 않는다.

장기 렌터카는 '하·허·호' 번호판을 적용받기 때문에 '폼생폼사'를 추구하는 이용자들이 꺼린다.

슈퍼카 럭셔리카 10대 중 7대 이상 '빌린 차'
전기차 보조금 없이 올해만 1000대 넘게 팔린 포르쉐 타이칸 [사진출처=포르쉐]
KAIDA 통계에 따르면 올 1~10월 수입차 등록대수는 23만3432대다. 이 중 법인 등록대수는 8만4887대로 법인 비중이 36%다.

같은 기간 포르쉐 전체 등록대수는 7723대, 법인 등록대수는 4780대로 법인 비중이 61%에 달했다.

매경닷컴이 포르쉐 모델별 등록 유형을 다시 분석한 결과 포르쉐 카푸어도 구입했던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 시리즈는 전체 등록대수 337대 중 252대가 법인 명의다. 법인 비중은 74%에 달한다.

고성능 전기차인 타이칸도 1000대 넘게 팔렸다. 가격이 1억원 이상이어서 전기차 보조금을 1원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박'이다.

테슬라 모델3,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은 보조금이 판매실적을 좌우하지만 타이칸은 달랐다.

이유가 있다. 타이칸 전체 등록대수 1175대 중 843대는 법인 명의다. 법인 비중이 71%나 된다. 회삿돈으로 구입한 타이칸이 10대 중 7대 이상이다.

같은 기간 1억원으로는 사기 힘든 슈퍼카와 럭셔리카를 판매하는 람보르기니와 벤틀리의 법인 비중은 각각 85%와 79%다. 포르쉐(61%)보다 높다.

대신 법인 등록대수는 포르쉐(4780대)가 람보르기니(270대)보다 17배, 벤틀리(309대)보다 15배 많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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