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벤츠 게 섰거라" 럭셔리 전기차 시장 포문 여는 BMW 'ix'

권혜정 기자 2021. 11. 2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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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BMW, 7년 만에 순수 전기 모델 'The ix'와 '뉴 ix3' 출시
'돼지코'에 강력한 퍼포먼스 자랑..주행거리·가격은 '글쎄'
BMW의 'ix' © 뉴스1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지난 2014년 전기차 i3를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이며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시작을 알린 BMW그룹 코리아가 7년 만에 순수 전기 모델 2종, 'The ix'와 '뉴 ix3'를 출시하며 전동화로의 본격 전환에 나섰다.

이 가운데 전기 SUV 'ix'는 BMW 전기화 리더십의 핵심으로, 고성능 브랜드 포르쉐와 국내 수입차 판매량에서 1,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경쟁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이다. BMW그룹 코리아는 플래그십 순수 전기 모델인 ix를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럭셔리 세그먼트의 문을 본격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ix를 지난 22일 직접 몰아봤다. 인천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출발해 파주 헤이리마을을 찍고 다시 BMW드라이빙센터로 돌아오는 약 170km의 코스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구간부터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도로까지 다양한 도로를 주행하며 ix의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차량을 인도 받고 주행을 시작하기 전 ix의 웅장한 외관에 눈길이 갔다. ix의 전장은 4955㎜, 전폭은 1965㎜, 전고는 1695로 쉽게 설명해 전장과 전폭은 BMW X5와, 전고는 X6와 같은 수준이다. 휠 크기는 X7 모델로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ix만의 비례감을 자랑, 차체만으로도 압도감을 준다.

차체 크기 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곳은 ix의 키드니 그릴이다. BMW는 ix에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적용했다. BMW코리아는 올해 초 국내에 출시된 4시리즈를 통해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선보인 바 있다. 기존 수평형 키드니 그릴에 익숙했던 이들이 가로보다 세로가 길어진 낯선 모습에 '돼지코' 등의 혹평을 내놓기도 했던 문제의 '키드니 그릴'이다.

낯선 느낌에 당연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기자 개인적으로 수직형 키드니 그릴은 '호'에 가까웠다. SUV 모델인 ix의 커다란 차체 크기에 커다란 수직형 키드니 그릴이 조화를 이루며 전면부 전체에서 웅장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느껴졌다. 후면은 이와 반대로 극도로 얇게 디자인된 리어라이트가 장착돼 스포티한 이미지가 강한데, 개인적으로는 전면부에 비해 지나치게 스포티한 느낌이라 아쉬움이 느껴졌다.

ix의 차체는 동급 최초의 알류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고성능 열가소성 수지, 고강도 강철, 알류미늄 등으로 차체 쉘을 조합한 설계를 자랑하는데, 특히 차체의 사이드 프레임, 레인 채널, 루프 프레임, 카울 패널 및 리어 윈도우 프레임이 모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카본 케이지'를 형성한다. 이는 안전을 높이는 것은 물론 차체 무게를 최적화해 민첩한 운동성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실내 디자인은 럭셔리한 느낌이 강해 BMW가 말하는 '프리미엄 라운지'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베이지색의 천연시트와 크리스탈로 제작된 iDrive 콘트롤러와 볼륨 조절 다이얼, 기어 셀렉터, 시트 조작 및 메모리 버튼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전기변색 차광 기능이 탑재된 탑재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스카이 라운지다. 별도의 보강재나 선 블라인드가 없어 개방감이 뛰어났고, 헤드룸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 1열과 2열 모두 넉넉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루프는 버튼 하나로 손쉽게 불투명하게 바꿀 수 있었다.

대시보드 위에는 12.3인치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는데, 이는 운전자의 조작을 한눈에 보기 쉽게 그리고 편하게 도왔다. 운전석에는 BMW 그룹 최초로 육각형 스티어링 휠이 탑재, 미래지향적 분위기도 풍겼다.

럭셔리함과 동시에 깔끔한 느낌도 강했는데, 전기차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불필요한 요소는 빼고 필요한 것만 넣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1열은 물론 2열 모두 넉넉했다. 키가 큰 성인 남성이 앉아도 여유로울 것 같았다. 트렁크 역시 커다란 차체 크기만큼 넉넉한 공간을 자랑, 골프 캐리어는 물론 여행용 캐리어까지도 너끈하게 들어갈 크기였다.

이밖에도 ix의 실내외에는 평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필요할 때 작동하는 '샤이 테크' 개념의 디자인이 곳곳에 반영됐다. 레이더와 각종 센서 및 열선이 통합돼 있는 수직형 키드니그릴은 물론 공기 저항을 줄이는 매립형 도어 오프너, 보닛 엠블럿에 숨어 있는 워셔액 주입고, BMW 뱃지 안에 자리 잡은 후방 카메라, 시트에 내장된 입체 스피커 등이다.

다만 실내 디자인의 경우 스포티하고 웅장한 외관과 달리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해 2030 젊은 세대까지도 좋아할지는 의문이다. 센터 콘솔의 목재 패널과 곳곳에 배치된 크리스털 소재로 '젊은' 느낌은 덜했다.

BMW의 'ix'. © 뉴스1

ix의 진가는 주행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우선 전기차답게 정말 조용했다. 내연기관은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과도 비교가 안될 수준의 정숙함을 자랑했다. 풍절음이 적은 편인데도 고속으로 달릴 때는 오히려 풍절음이 신경 쓰일 수준이었다.

ix로 약 170㎞거리를 2인 1조로 운전하며 느낀 점은 '정말 잘 나간다'로 정리된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구간은 물론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도로에서도 ix는 한결같이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했다. 우선 고속도로에 진입해 페달을 밟자 순식간에 100㎞까지 속도가 붙었다. ix가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1초에 불과하다. 100㎞ 이상도 아주 쉽게 도달했다. 특히 속도를 내면 낼 수록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안정적인 차체로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여기서 엑셀 페달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운전자의 주행 재미를 더했다.

실제 ix에는 BMW의 최신 전기화 드라이브트레인인 5세대 eDrive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시스템에 적용된 2개의 모터는 가속페달을 조작하는 즉시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심지어 아주 폭 넓은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유지한다고 BMW는 설명했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ix는 제역할을 했다. '카본 케이지' 형성으로 차체 무게가 최적화됨에 따라 민첩한 운동성능을 자랑하며 급커브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주행했다. 전반적으로 서스펜션이 좋아 방지턱도 무난하게 넘었지만 워낙 고성능 차량이라 출발할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은 있었다.

운전 중 재미를 더 할 수 있는 드라이빙 모드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고성능 모델이라 굳이 스포츠 모드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일반 모드에서도 차가 잘 나간다는 이야기지만, 반대로 스포츠 모드에서의 차이점을 못 느꼈다는 이야기도 된다. 스포츠모드로 전환하자 치고 나가는 힘은 강력해졌지만 이외에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 특히 스포츠모드에서 기대했던 것 중에 하나는 BMW가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짐머와 공동 개발한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이었는데, 이를 크게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

이밖에도 ix에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어시스트,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여기에 주차를 지원하는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 진입 동선을 따라 최대 50m까지 차량의 후진 조향을 돕는 '후진 어시스턴트' 등이 기본 제공된다.

BMW 'ix'. © 뉴스1

고급스럽고, 고성능이고 게다가 디자인도 좋지만 문제는 주행거리다. 기자가 운전한 차량은 ix xdrive40인데, 이 모델의 1회 충전 거리는 복합 313㎞에 불과하다. 올해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EQA 주행거리가 306㎞에 불과해 출시 초반 뭇매를 맞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 아닌 외면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벤츠는 차치하더라도 최근 출시된 전기차들이 400㎞대의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것과 비교하면 짧아도 너무 짧다.

주행거리에 가격 역시 ix 구매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가 운전한 모델의 가격은 1억2260만원인데, 300㎞ 초반의 주행거리가 나오는 전기차를 1억원이 넘는 가격에 살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BMW는 이같은 점을 모두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BMW그룹 코리아는 ix를 공개하며 "그동안 가격과 주행거리에 초점을 맞췄던 다른 모델과 차별화를 통해 국내 프리미엄 전기차 세그먼트를 이끌어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ix 타깃층은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성능과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경제적으로 사회 초년생인 2030세대보다는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4050세대, 이들 중에서도 장거리 주행 보다는 짧지만 강력한 퍼포먼스를 원하는 이들에게 ix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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