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자율주행'의 5가지 의문점 [최원석의 디코드]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9. 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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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이러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빨리 완성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8월 19일 테슬라의 신기술 이벤트 ‘AI 데이(AI Day)’를 보고 든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기대되는 성과도 많긴 했죠. 천재 과학자 안드레이 카파시 등이 나와 테슬라가 차량에 탑재한 8개 카메라의 수집 영상만으로 어떻게 자율주행 AI를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가치 있는 정보를 전해 주었고요. 자사 수퍼컴의 AI 학습용으로 쓸 독자개발 프로세서(D1)를 공개한 것도 놀라웠습니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에 들어가는 ‘추론용’ 프로세서를 이미 내재화했는데, 학습용 프로세서마저 내재화한 것이죠. 일류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업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의 역량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단독으로 이런 일을 할만한 기업은 현재 없죠. 테슬라가 이 분야에서 단연 앞서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AI 데이의 자율주행 부문 발표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테슬라도 자율주행의 완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토했다. 완성하려면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일종의 SOS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도 행사 시작과 함께 “현실 문제를 AI로 해결하는데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하드웨어 레벨이든 소프트웨어 레벨이든 테슬라에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차분히 얘기했는데요. 사실은 매우 절박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테슬라의 분기별 신차 판매 중 FSD 구입 비율. 올해 2분기 기준 전세계 평균 구입률은 11%에 불과하다.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에 정말 근접한 것인지 의문이 든 것은 발표 내용이 ‘제품에 드러난 성과’보다는 ‘내부 개발 과정의 성과’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정보도 매우 가치가 있죠. 하지만 모든 뛰어난 제품, 업계를 리드하는 제품은 개발 과정이 험난합니다. 엄청난 노력과 고민과 우여곡절이 있게 마련이죠. 하지만 해당 기업이 자신들의 제품 개발 과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혹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대중에게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소비자들은 멋진 제품을 즐기고 싶은 것이지, 개발 과정을 전부 들여다보고 싶어하는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테슬라 기술 이벤트에 전문적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이번 AI 데이는 과했습니다. 소비자에게 눈에 보이는 진전을 한 방에 보여주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것을 대신해서 설명이 더 전문적이고 복잡해진 경향도 없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제품 향상에 자신이 있었다면 그 성과를 보여주기에도 시간이 짧았겠죠. 물론 이번 행사의 내용 전달 대상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개발자였다고 말할 수도 있긴 할겁니다.

그럼 테슬라 말고 다른 기업이 완전 자율주행에 더 근접한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만약 테슬라가 어떤 형태로든 자사 AI의 실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단기간 내에 완전 자율주행에 성공한다면, ‘테슬라 윈’ ‘게임 끝’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번 AI 데이를 보고 나니, 오히려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고, 따라서 실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에 그렇게 될 경우 업계 판도에 어떤 변화가 올 수 있을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의문점 혹은 생각해 볼 점을 5가지 포인트로 정리해 봤습니다.

◇1. 테슬라와 구글 진영 사이의 유명한 카메라·라이다 논쟁은 자율주행기술 전체로 보면 일부일 뿐이다

현재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 기반이죠. 원래 전파를 쏘는 레이더를 함께 썼는데, 최신 버전에선 레이더마저 빼고 8개의 외부 카메라에서 받아들이는 화상 정보만으로 자율주행을 완성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나 다른 대부분의 업체들은 카메라·레이더 뿐 아니라 레이저를 쏘는 ‘라이다’를 추가해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지요. 하지만 라이다가 고가 부품인데다, 눈·비가 심할 때 성능이 급감하는 것, 차량 외부로 돌출되는 큰 크기, 외부 간섭 가능성 등을 이유로 최근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깔끔하게 카메라만 쓰고도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는 테슬라 쪽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방향, 혹은 더 스마트한 것처럼 평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논란은 있지만) 테슬라가 이 논쟁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그것이 테슬라가 자율주행에서 앞설 것이라는 증거가 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카메라나 라이다는 자율주행 기술의 3가지 구분, 즉 인지·판단·제어 가운데 ‘인지’ 즉 차량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웨이모 등은 필요한 데이터를 다 모으려면 라이다·레이더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고,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하니 인지를 위한 장치를 추가하는건 비효율이라고 말하고 있을 뿐인거죠.

테슬라는 지난 8월 19일 AI데이에서 자체 개발한 신경망 학습용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테슬라 유튜브 캡처

◇2. 테슬라가 실제주행 데이터를 많이 수집한다고 해서, 꼭 자율주행 AI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씀드린 인지·판단·제어 가운데, 인지는 어떤 형태로든 완성형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는 AI 데이에서 8개 카메라에서 얻은 2차원 데이터를 독자 프로세싱을 통해 AI가 판단하기 좋도록 3차원 공간으로 재가공하는 기술을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테슬라의 능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차량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제어’, 즉 AI가 판단한 대로 차량을 적절히 움직이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최신 차량이라면 꼭 자율주행차가 아니어도 조향·주행·제동 등을 모두 전자제어하는게 가능하니까요. 차량 통합전자제어의 경우, 이미 테슬라는 완성형을 향해 가고 있고,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그 방향으로 가는 중입니다.

문제는 ‘판단’ 부분이죠. 즉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즉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자율주행 성공의 핵심 중 핵심일텐데요.

단순히 말해, 테슬라가 경쟁사보다 실제주행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해서 독자기술을 동원하고 수퍼컴으로 인공신경망 학습을 계속하면 완전 자율주행에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텐데요.

AI 데이에서 테슬라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렇게만 말하기엔 그 과정에 너무 복잡다단한 일들이 숨어있고, 어려움도 아주 크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테슬라는 8개 카메라에 들어오는 화상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실시간 프로세싱하고, 도로의 커브·신호등·표지판, 다른 차량, 사람, 기타 지형지물 등의 방향과 속도·위치 등에 대한 3차원적인 표시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차량에 탑재된 추론용 프로세서의 성능 한도 내에서 최소비용 최대효과의 기술을 구사합니다.

각각의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화상정보는 풀HD급(약 200만화소)도 아니고 HD급(약 90만화소)에 불과한데요. 게다가 화소(畵素) 레벨에선 정확한 깊이 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화소 이미지가 아니라 벡터 공간, 즉 화소로 구성된 JPG파일과 같은 것을, 확대해도 해상도가 안깨지는 PDF파일과 같은 형태의, 그러면서도 3차원인 공간으로 바꾸면서, 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꿔 줍니다. 이 과정에서 고도의 신경망 학습을 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것이고요.

또 이 신경망이 주행을 ‘예측’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신경망 구조에 실제 주행에서 얻어진 수많은 ‘비디오 모듈’을 집어넣으려고 노력했고, 이게 하나의 해결책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종의 정밀지도(HD맵) 같은 것’을 완성했다고 카파시는 말했죠.

그리고 차량이 받아들이는 모든 화소 정보를 차량 내에서 처리하기엔 컴퓨팅 자원이 너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도로 구조를 포인트 별로 드문드문 인식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했습니다. 신경망을 학습시키는데 현재의 수퍼컴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하는데,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로 주행정보를 모두 처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었죠. 그래서 카파시는 프로세싱 자원을 많이 소모하지 않는 다른 방안을 계속 ‘연구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실제주행’ 데이터를 대량으로 취합한다고 해서, 이게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는 특급열차 티켓을 발부받았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아직도 많은 분야를 연구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AI 데이를 통해 더 많은 인재를 영입해 함께 더 나은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습니다.

◇3. 테슬라도 도로환경에 이름표를 붙이는데 많은 수작업을 하며 시뮬레이션에도 많이 의존한다. 이 부분은 경쟁사 대비 우위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정밀지도 개념을 놓고 AI 데이의 자율주행 발표자 2명의 설명이 서로 달랐습니다. 인지(컴퓨터 비전) 분야를 이끄는 안드레이 카파시는 “일종의 정밀지도(HD맵) 같은 것을 완성했다”고 말했지만, 그 뒤에 발표한 아쇼크 엘루스와미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디렉터는 “이것이 HD맵과 같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엘루스와미는 “교차로 주변 위주의 비디오 클립들만 레이블링한 것으로, ‘레이블링이 유지되는 한’ 테슬라가 이것들을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죠. 하지만 그는 곧바로 다른 얘기를 합니다. “인간이 수작업으로 어떤 노이즈를 제거해주거나 추가적으로 메타데이터(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속성정보)를 보완하는 작업을 해준다면, 더 충실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요.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테슬라는 그동안 다른 회사들이 의존하는 라이다를 쓰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자율주행업체 대부분이 필수로 여기는 HD맵, 즉 차량 주변의 도로·지형지물 등의 상황을 정밀하게 미리 파악한 지도를 쓰지 않는다고 말해 왔습니다. 정보가 방대하고, 정보 변화의 실시간 반영이 어렵거나 엄청난 수작업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였겠죠.

하지만 테슬라 차량이 이른바 자율주행 중에 HD맵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적으로는 지도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수고 등이 전혀 안드는 것이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공신경망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동 레이블링 뿐 아니라 수동으로 인간의 대량 레이블링이 필요하고, 또 이 작업이라는 것도 한 번에 끝나는데 아니라 계속된 수고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또하나의 이유는 테슬라가 이런 정밀지도 정보를 구글과 같은 수준으로 내재화한 업체가 아니라는 점도 작용했을 지 모르겠습니다. HD맵은 IT업체가 위치 기반으로 어떤 서비스를 하려 할 때 근본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는데요. 구글은 이미 2007년에 구글 스트리트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후 엄청난 비용·인력을 투자해 전지구적인 정밀 지도정보망을 구축해 왔죠. 테슬라는 이런 것을 할 수 없으니 애초부터 정밀지도를 쓰지 않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AI 데이에서 카파시의 설명을 들어보면, 취합한 정보에 이름표를 달고 컴퓨터 처리에 쓸 수 있도록 분류(레이블링)하는게 간단치 않습니다. 자원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자동 레이블링 기술을 도입했지만, 역시 결정적인 부분은 인간이 수동으로 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카파시는 매우 흥미로운 얘기를 합니다. 그는 “4년 전 내가 테슬라에 합류할 때만 해도 외부 업체에 위탁해 (사람의 힘으로) 수동 레이블링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개발을 대량의 데이터를 인공신경망에 넣어 수퍼컴으로 돌리는 것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거죠. 사람이 레이블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천지차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테슬라는 레이블링하는 사람들을 외부 위탁조직에서 사내 조직으로 바꿨고, 자율주행 엔지니어들과 밀착해서 일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카파시가 이렇게 수동으로 레이블링하는 사람만 몇 명이라고 얘기했을까요? 1000명입니다. 적지 않은 숫자인데, 이 숫자조차 충분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데이터를 통한 인공신경망 학습이라고는 해도 그 과정에 수많은 사람의 지혜와 방법론이 존재하고, 지금도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그것만으론 안되고 인간이 하나하나 레이블링을 해주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입니다.

여기까지면 하면 끝나는걸까요? 아닙니다.

엘루스와미 소프트웨어 디렉터는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특히 실제상황에서 구하기 어려운 데이터, 즉 도로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황당한 시츄에이션 등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하나 시뮬레이션이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요. 차량이 입력 데이터에 따라 어떤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거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등을 아주 다양하게 시도할 때 매우 유용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오토파일럿이 자율주행에 실패하는 모든 지점을 시뮬레이션으로 다시 만들어 동일 구간을 계속 반복하도록 해 신경망을 학습시키는 것이죠.

정리하면 이겁니다. ‘아무리 실제주행 데이터를 많이 집어넣어 신경망을 돌리더라도, 특정 지점에서 계속 오류가 나더라. 그런데 그 오류는 더 많은 실제 데이터를 집어넣어서 해결하는게 아니라, 시뮬레이션에서 그 지점와 관련해 아주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반복학습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되더라’인 것이죠. 그러면서 테슬라는 시뮬레이션으로 신경망을 트레이닝하는데, 3억개의 이미지와 5억개 가량의 레이블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요?

첫번째, 테슬라는 차량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정밀지도를 안쓴다고 했지만, 주변상황을 파악하고 레이블링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정밀지도를 쓰는 것과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런데 테슬라 자율주행의 인식 부문 리더(카파시)와 판단 부문 리더(엘루스와미) 사이에도 생각의 차이가 보인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테슬라 내부에서 더 연구될 분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구글처럼 세상을 이해하는 최고의 정밀지도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구글은 이미 15년 전부터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개인적 구상과 세바스찬 스런과 앤소니 레반도우스키라는 자율주행 분야의 위인 2명, 그리고 구글 지도서비스의 사실상의 창시자인 존 행키 등이 전부 연결돼 자율주행과 지도를 한 세트로 개발해 왔습니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고 있지 못할 뿐이지, 방향성 면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 구글은 이미 지도 상에 레이블링하는 것에 도가 튼 회사이고요. 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에도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테슬라도 결국 ‘엣지 케이스’ 즉 예측이 어렵고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할 때 시뮬레이션에 의존하더라는 겁니다.

그럼 이런 의문이 가능하겠죠. ‘아무리 대량의 필드데이터가 있더라도 98~99%의 신뢰도에서 나머지 1~2%를 채우는 것은 결국 고도의 시뮬레이션일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이 시뮬레이션은 누가 가장 잘할 수 있을까?’입니다.

엔비디아는 어떨까요? 요즘 ‘메타버스’가 한국에서 대유행이죠. 엔비디아의 창업자 겸 CEO 젠슨 황은 작년 10월 자사 개발자 이벤트인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October 2020′에서 기조연설하면서 엔비디아 버전의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소개했습니다. 가상 공간이지만 실제 물리법칙을 따르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세계는 다른 회사가 만든 가상 공간과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 GPU와 AI 개발 툴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율주행기업들이 옴니버스 안에서 협업해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을 연구한다면요? 이 분야에서 테슬라가 독보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죠. 현재 엔비디아는 2024년을 목표로 벤츠의 신차를 모두 자율주행 전기차로 만들기 위한 협업에 한창입니다.

이런 것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의 수퍼컴이 필요할 수도 있을텐데요. 카파시는 테슬라가 세계에서 5번째로 빠른 수퍼컴으로 신경망 학습을 시키고 있는데도, 컴퓨팅 파워가 한참 모자라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테슬라는 이번 AI 데이 때 자율주행 AI 트레이닝을 위한 수퍼컴용 프로세서를 아예 자신들 입맛에 맞게 자체 개발해 선보였죠.

획기적인 발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하진 않을 겁니다. 그럼 기존 것보다 훨씬 강력한 수퍼컴을 만들고 이를 제대로 운용할 기업으로 어디가 있을까요?

구글이 떠오릅니다. 이미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제 시작이죠. 앞으로 이 분야에서 구글이 어디까지 성과를 낼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지난 5월 26일 구글 개발자회의 ‘I/O’에서 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양자 컴퓨터를 외부의 기업이나 단체에 빌려주는 서비스를 3~5년 내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피차이 CEO는 “현재의 컴퓨터로는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으며 양자 컴퓨터가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했지요. 구글은 미 캘리포니아주에 새로운 연구 개발 거점을 열고, 실용화를 향한 과제 해결을 2029년까지 끝낼 계획입니다.

구글의 양자컴퓨팅이 더 발전해 현재의 수퍼컴 능력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이에 더해 그들의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능력이 테슬라의 수준을 뛰어넘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테슬라 AI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CEO. /테슬라 유튜브 캡처

◇4. 차량 단독의 판단만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정말 가능? 결국 차량 사이의 ‘통신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엘루스와미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디렉터는 AI 데이에서 또 하나 중요한 얘기를 했습니다.

“2019년에도 테슬라 차량은 차로 유지도 잘 했고 차선 변경도 하고 고속도로 진출도 잘했다. 하지만 시내주행은 차원이 다르다. 갑자기 나타나는 공사구간도 있고, 좁은 길에서 다른 차와 마주치기도 하고, 보행자들이 가끔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이 모든 것들에 잘 대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로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해결책은 따로따로 놓고 볼 때는 최선처럼 보이지만, 모아놓고 보면 더 좋은 해결책도 많다는 뜻이다. 많은 해결책 중에 별로 좋지 않은 것 즉 ‘부분 최적화’의 목표에 갇혀버리면 안된다.”

그리고 이런 얘기도 하죠.

“운전을 하기 위해선 10~15초 후의 내 위치, 속도, 가속도 등에 대해 미리미리 플랜을 세워야만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해야 할 파라미터가 정말 많다

‘다른 차량’들과 같이 주행할 때는 ‘나 자신만을 위한 플랜’을 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 전체적인 교통흐름을 잘 탈 수 있도록 ‘모든 차량들과 연계해서 플랜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잘못하면 오토파일럿은 멍청한 차가 되고 실용적인 자율주행차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엘루스와미는 이 모든 것을 ‘학습 기반’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테슬라의 이런 학습기반 해결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다른 모든 차량들을 감안해서 내 차량의 자율주행을 완벽하게 짠다는 것은 테슬라에 있어서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더 확장해 ‘내 차 주변에 발생하는 모든 교통 관련 신호를 차량끼리 혹은 인프라와 차량끼리 소통해 하나의 완결된 네트워크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주변 차량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신경망으로 학습한 알고리즘으로만 전부 처리하는게 효율적일까, 아니면 차량간 통신을 더하는게 효율적일까’인 것이죠.

테슬라는 ‘차량끼리의 통신은 현 시점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또 불필요하다. 우리는 차량 단독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간다’일텐데요.

내 주변 모든 차량과 통신하는게 쉽진 않겠죠. 하지만 최근 애플이 보급 중인 ‘에어태그’를 한번 생각해보면, 일이 다른 방향으로 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에어태그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초광대역무선통신(UWB·Ultra Wide Band) 칩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물품에 에어태그를 붙이는 것만으로 그 물품까지의 거리·방향 등 정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고, 물품이 어디에 있든 찾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최신 애플 제품은 대부분 UWB 칩을 장착할 테니 이런 연결 생태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겠죠.

그리고 애플은 이 전략을 ‘애플카’와 연결하게 되겠죠. 이야기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애플은 당시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와 교신해 경로를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애플 자율주행차 시스템이 탑재된 어떤 차가 ‘9초 뒤 좌회전하겠다’고 주변 차에 알리면, 그에 맞춰 다른 차들도 연동해 도로 위의 모든 차들이 더 안전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차량이 혼자 판단하는게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된 차량들이 상황에 맞는 여러 방식의 통신으로 연결해 판단하기 때문에, 더 쉽고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자율주행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내 위치, 상대방 위치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에어태그를 시작으로 하는 애플의 UWB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세상 모든 것의 위치와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죠. 결국 이것이 자율주행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바탕이 되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과 같은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를 갖지 못한 테슬라는 이 전략을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5. 완전 자율주행 도달까지의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면, 테슬라와 반(反)테슬라 진영의 경쟁력에 큰 변화 생길 수도

지금까지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이 임박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을 이루려면, 실제 차량이 자율주행 혹은 그에 근접한 주행, 예상치 못한 위험 상황에서의 대처 등을 한 데이터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이런 데이터를 가장 많이 모은 회사가 테슬라다. 또 테슬라는 이 데이터를 수퍼컴퓨터를 통한 독자적 인공신경망 학습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물론 이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심지어 그것을 개발한 사람도 예상하지 못할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론 머스크도 트위터에서 자율주행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트윗에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돌이켜보면 그 어려움은 명백하다. 현실보다 자유도가 높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이 완전히 옳고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죠. 결국 완전한 자율주행의 시대는 올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언제 오는가입니다.

인간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곧 이뤄진다면, 그리고 그것이 테슬라에서만 독보적으로 이뤄진다면, 테슬라 제국의 위용은 하늘로 뻗어나가겠죠.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까지는 테슬라 역시 갈 길이 멀다면 어떨까요?

완전 자율주행에 도달한 수준을 10이라고 했을 때, 테슬라가 지금 8~9, 경쟁자들이 4~5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테슬라가 3~4, 경쟁자들이 2~3에 있는 것이라면요?

지금은 테슬라가 차량 단독의 자율주행, 게다가 라이다·고해상도맵 등의 고가·고부하 기술을 쓰지 않고도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테슬라의 기술이 1~2년, 혹은 3~4년 후에도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의 주행보조(레벨2+ 혹은 레벨 2.9 정도)에 묶여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곧 이뤄진다면 테슬라의 승리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글 웨이모나 GM 크루즈, 혹은 다른 완성차·IT 진영, 궁극적으로는 아직 마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애플에 대해 상대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트로이테슬라이크 트위터에 따르면, 1000만원 내외의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이른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풀셀프드라이빙, 현재는 주행지원이지만, 이후 완전 자율주행까지 무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상품) 구입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일부 주행지원 기능은 기본으로 제공하지만,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차가 알아서 일정시간 주행하는 등의 기능은 FSD라는 이름으로 따로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신차 구입자 가운데 FSD를 선택한 비율이 모델3, 모델Y 모두 각각 0.5%에 불과합니다. 유럽은 같은 기간 모델3가 16.1%였고요. 북미는 모델3가 14.5%, 모델Y가 20.1%였습니다. 올 2분기 세계 시장에서 테슬라를 구입한 사람들의 FSD 평균 구입률은 11%에 머물렀습니다. 즉 올 2분기 테슬라 구입자 10명 중 9명은 FSD를 외면했다는 겁니다.

이는 FSD의 기능 향상이 북미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테슬라가 홍보하는 자율주행 성능의 가성비를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 홍보만 요란하고 실제 성능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장에 나와있는 모든 차량의 주행지원 기능 중에서라면, 또 북미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자율주행용으로 쓴다면, 사용자의 만족감이 높을 수도 있겠죠. 여기에 한정해서라면, 현존하는 모든 차량 가운데 테슬라의 FSD가 가장 뛰어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이라 부르기엔 어림 없다는 거죠.

테슬라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빠른 시일 내에 길고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는, 타 보면 바로 탄성이 나올만큼 진전된 자율주행기술을 상용화하는 겁니다. 당장이라면, 다음 주말 출시하는 최신의 FSD 베타 10 버전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능을 보여줘야 할 것이고, 조만간 ‘로보택시’ 상용화 등을 통해 확실히 앞서가고 있음을 입증해야 할 겁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테슬라 제국이 한층 더 공고해지겠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계속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테슬라의 비교 우위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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