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의 디코드+] 한·일 자동차회사 작년 실적 비교해 봤더니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7. 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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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디코드+’는 조선일보 뉴스레터 ‘최원석의 디코드’의 ‘네이버 프리미엄’용 별도 기사입니다. 매주 수요일 나옵니다.

한국·일본 자동차회사의 실적을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이렇게 세 가지로만 비교해 봤습니다.

한국은 2020년(2020년1월~2020년12월), 일본은 올해 3월 결산(2020년4월~2021년3월) 기준입니다. 일본 기업은 7월5일 환율 기준의 원화로 환산해 비교했습니다.

매출에선 도요타가 압도적인 1위입니다. 277조7331억원입니다. 도요타 연 매출은 관련 기업을 합쳐 대략 300조원이라고 하지요. 작년 상반기에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하반기에 빠르게 회복한 덕에 예년의 매출 규모를 거의 유지했습니다.

2위는 현대·기아(양사 실적 단순 합산)입니다. 163조1657억원입니다. 관련 기업을 합치면 대략 200조원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비교는 아닙니다만, 일본 1등 도요타 계열의 연 매출이 300조원, 한국 1등 현대 계열의 연 매출이 200조원이라 보셔도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도요타가 여전히 기존 자동차기업 중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현대·기아차가 최근 고전한 점은 있지만, 매출로만 따졌을 때는 현대·기아차가 도요타의 3분의 2 수준까지 올라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위는 혼다입니다. 134조1863억원입니다. 현대 단독 매출(103조9976억원)보다는 많고 현대·기아 합산(163조1657억원)보다는 적군요.

현대·기아를 따로 비교하면, 한·일 자동차기업 매출 순위에서 혼다가 2위, 현대가 3위, 닛산(80조1529억원)이 4위, 기아(59조1681억원)가 5위입니다.

여기까지가 한·일 자동차기업의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이라 할 수 있고요.

다음은 중위권입니다. 중위권은 모두 일본차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즈키가 연매출 32조 3992억원으로 6위, 마쓰다가 29조원 3807억원으로 7위, 스바루가 28조 8516억원으로 8위입니다. 도요타·혼다·닛산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여전히 견조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위권으로 가면 일본 미쓰비시가 있는데요. 14조8377억원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현대·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 즉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매출을 모두 합쳐도 일본 최하위인 미쓰비시 한 곳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대·기아를 빼면 규모 면에서 독립 메이커로 유지가 어려운 수준이죠. 실제로 쌍용차를 제외하면 외국 회사인 GM과 르노의 현지 생산·판매법인 성격이기도 하고요.

다음은 영업이익 비교입니다. 영업이익은 그 어떤 경쟁력 지표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돈을 벌어야 기업을 유지하고 미래 경쟁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에서도 도요타가 압도적 1위입니다. 22조429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위는 혼다였습니다. 친환경차 전환 등을 중심으로 경쟁력 저하를 고민하고 있지만, 작년 영업이익은 6조7302억원으로 꽤 준수합니다. 3위인 현대·기아(양사 단순 합산)의 4조4611억원보다도 51% 많았습니다.

현대·기아의 영업이익이 매출 대비 적은 편이긴 하지만, 코로나 상황, 중국 사업의 심각한 부진, 미국에서의 대형 리콜 등의 상황에서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꽤 의미 있는 수치라 생각됩니다. 작년 현대·기아의 주요 해외 시장은 큰 적자이거나 겨우 손익분기를 맞추는 수준이었는데요. 그럼에도 합산 영업이익 4조원대를 거둔 것은 한국 내수 시장에서 현금을 쓸어담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에도 판매가 거의 줄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급·대형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습니다.

전세계 글로벌 자동차회사 가운데 자국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인 회사는 현대차가 거의 유일합니다. 자국시장 독점과 높은 수익력은 현대차의 가장 큰 차별적 경쟁력입니다. 급변하는 자동차 환경에서 살아남는게 최우선인 시점에서 현대차의 큰 강점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국내 수익 의존도가 앞으로 현대차에 계속 득이 될지 아니면 독으로 돌아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국의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작년에 모두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르노삼성이 797억원 적자, 한국지엠이 3093억원 적자, 쌍용이 4494억원 적자입니다.

왜 이런 큰 폭의 적자가 났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기업 존속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쌍용차는 이미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인데요. 회생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는 쌍용만이 아니라, 한국지엠·르노삼성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거죠.

일본의 경우 미쓰비시가 9715억엔, 닛산이 1조5363억엔이라는 거액 적자를 냈습니다. 닛산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거대기업이지만, 이런 적자기조를 유지한다면 미래가 보장되기 어려울테고요. 마찬가지로 얼라이언스 멤버인 미쓰비시는 규모도 작은데 적자가 엄청납니다. 이대로는 유지가 어려워 보입니다.

영업이익률도 매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지요. 당연히 도요타(8.1%)가 1위이고요. 2위는 놀랍게도 6.1%의 스즈키입니다. 혼다가 5.0%로 3위, 스바루가 3.6%로 4위입니다. 현대·기아는 합계로 2.7%, 기아 3.5%, 현대 2.3%로 5위권입니다.

일본 자동차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도요타와 혼다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도요타 계열은 물론, 혼다를 중심으로 한 일본 자동차 그룹도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문제는 현대·기아입니다. 일본차의 자국시장 수익률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자국시장 수익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입니다. 이정도의 영업이익률로는 거액의 투자비가 필요한 최근 자동차산업 환경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매출 면에선 이미 도요타와 견줄만한 수준에 올라서고 있지만, 수익률 향상과 연구개발비 확보 등의 내실 향상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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