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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내 유일 최고안전 등급 BMW 물류센터.. 바닥엔 소방수 900t 상시 저장

연선옥 기자 입력 2021. 07. 12. 06:00 수정 2021. 07. 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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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험사 'FM 글로벌'의 최고 안전기준 충족
보유 부품 수 늘려 공급기간 2주일→2일로 단축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BMW 부품물류센터(RDC). 건물 3층 높이의 수많은 랙(rack) 사이로 지게차를 탄 작업자들이 부품 박스를 실은 채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물류센터 왼쪽 12개 창구를 통해 오전에는 항공으로 실어 온 부품이, 오후에는 컨테이너선에 실렸던 부품이 들어온다.

부품이 들어오면 점검팀이 헤드라이트 등 파손이 잦은 부품을 중심으로 불량 검사를 하고, 이 과정이 끝난 부품은 각 랙으로 이동한다. 들어온 부품이 물류센터에 보관되는 평균 기간은 24개월. 자주 사용되는 부품은 입고된 지 며칠 만에 배송돼 나가기도 하지만, 오래된 모델의 일부 부품은 수년 동안 배송을 기다리기도 한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BMW 부품물류센터 모습./BMW코리아 제공

이곳 안성 물류센터는 BMW코리아가 지난 2017년에 1300억원을 투자해 기존 이천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한 곳이다. 기존 1만6500㎡ 크기였던 물류센터가 축구장 8배 크기인 5만7000㎡ 규모로 늘어나면서 보유 부품도 3만5000종에서 8만6000종으로 늘었다. 덕분에 즉시 공급할 수 있는 부품 비율, 즉 부품 가용률도 90%에서 94% 수준으로 높아졌다.

BMW 물류센터는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이후 더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미국 보험회사 FM(Factory Mutual)글로벌이 정립한 물류센터 최고 안전기준을 충족한 국내 유일한 물류센터다. BMW가 투자한 1300억원 중 50%에 해당하는 650억원 정도가 안전 강화 분야에 투자됐다.

일반 물류센터에는 천장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만, RDC에는 각 랙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배터리 등 화재에 민감한 부품에 불이 났을 경우 발화지점을 바로 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스프링클러는 120도의 온도에 반응하지만, 이곳에 설치된 화재 조기진압형 스프링클러는 74도에서 소방수가 나온다. 일반적인 스프링클러는 건식 방식이라 작동이 되면 물을 끌어올려 쓰는데, 이곳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습식이어서 꼭지까지 물이 차 있다.

방화스크린셔터 역시 실리카 내화섬유(불이 붙어도 타지 않고 잘 견디는 성질을 가진 섬유)를 활용해 화재 시 소방 인력이 더 쉽게 화재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물류센터 바닥에는 900t의 소방수가 상시 저장돼 있고, 실내 전선도 모두 화재에 더 오래 견딜 수 있도록 처리돼 있다. 바닥에 저장된 900t의 물은 소방수로는 많은 양이라는 게 BMW의 설명이다.

이 물류센터에는 BMW그룹이 직접 개발한 핵심 물류 기술이 집약돼 있다. 2010년 본사가 빅데이터와 수요 예측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발한 SRD(Supply&Replenishment Dealership) 프로그램이 적용됐다. 덕분에 전국 69개 서비스센터에 필요한 부품의 대부분이 자동으로 발주된다.

대규모 리콜이 시행되거나 사고 차량이 예상치 못한 부품을 주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해당 프로그램이 커버하는 부품 주문은 96% 정도. 서비스센터가 필요한 부품이 100개라면, 96개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4개 부품만 각 서비스센터가 개별적으로 주문한다는 의미다. 특히 필터와 와이퍼, 오일류 등 일반 정비에 필요한 유지 부품의 경우 서비스센터가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다.

강세일 RDC 센터장은 “보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적용된 ‘SRD 넥스트’를 올해 하반기에 도입할 계획”이라며 “전국 서비스센터의 부품 공급이 보다 원활해지고 이에 따라 서비스센터를 찾는 소비자들의 대기 시간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강세일 BMW 부품물류센터 센터장./BMW코리아 제공

아울러 BMW는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해 부품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 인력을 국내에 파견했다. 이들은 안성 물류센터에서 상주하면서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국내 부품 업체가 공급하는 부품도 독일 본사로 건너간 뒤 현지에서 검수를 마치고 다시 국내로 공급됐지만, TF는 국내 부품 업체가 생산한 부품은 RDC가 직접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유 부품 수를 늘리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동시에 본사와 긴밀히 협의함으로써 BMW는 부품 공급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품을 주문하면 각 서비스센터로 도착하기까지 2주일이 걸렸는데, 지금은 이틀로 단축됐다. BMW의 부품 리드타임은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짧은 수준이다.

BMW코리아가 물류센터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그만큼 부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BMW 차량 수(전체 누적 판매 대수 중 폐차 수를 제외한 것)는 5년 전인 2017년 37만대에서 올해 53만대로 늘었다. 국내 수입차 판매가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부품 수요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BMW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는 환경에도 대비하고 있다. 3만개의 기계부품이 들어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필요 부품 수가 1만개 정도로 적지만, 배터리와 전장용 부품 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부품이 다수 탑재된다.

BMW 물류센터 내부 모습.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이 적용돼 전선도 열에 강한 소재로 처리돼 있다./연선옥 기자

강세일 센터장은 “물류센터 내 여유 공간에 전기차 배터리를 보관할 수 있는 700개의 랙을 추가 설치하고 있다”며 “전기차 부품을 어떻게 보관하고 공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본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700개의 랙이 추가 설치되면 최소 전기차 1000대에 공급되는 배터리 저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BMW는 물류센터 증설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강 센터장은 “완공된 물류센터 옆 3만1000㎡ 규모의 유휴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 중”이라며 “해당 부지에 증설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한국 BMW 물류센터가 아시아태평양의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성 물류센터는 독일 본사와 지난해 3월 개소한 일본 물류센터에 이어 세 번째로 큰 BMW 물류센터인데, 증설이 이뤄지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물류센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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