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레이더 버리고 카메라 8개로만 자율주행".. 과연 안전할까

윤형준 기자 입력 2021. 6. 23. 03:02 수정 2021. 6. 2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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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3·모델Y 레이더 빼고 출시
"레이더는 잡신호가 많이 발생.. 왜곡된 신호 분석하다 사고 위험"

테슬라가 최근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는 모델3·모델Y에서 레이더를 제거했다. 테슬라는 이미 일찌감치 라이다(LiDAR)도 배제했다. 오직 카메라 8개와 영상 분석 인공지능(AI) 기술만으로 자율 주행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자율 주행을 구현하려면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3가지 센서 부품이 모두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품 3가지의 기능이 상호 보완하는 관계여서다. 카메라는 사물을 구별하고 색깔까지 관찰하지만, 물체와의 거리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밤이나 악천후에 성능이 떨어진다. 레이더는 악천후에 강하고 거리를 잘 측정하지만, 정밀성이 부족하다. 라이다는 정밀성은 높지만 비싸고 가까운 거리를 잘 못 본다.

테슬라는 일단 북미 판매 물량에서만 레이더를 없앴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지역에서도 레이더 없이 카메라만으로 자율 주행을 구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안전성에 문제는 없을까.

/그래픽=김성규

◇“카메라만으로 충분” vs “섣부른 판단”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도 자율 주행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테슬라는 “카메라 여럿이 동시에 물체를 촬영하면 거리와 깊이를 측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인간이 두 눈으로 물체를 바라보면 뇌가 떨어진 거리를 알아서 계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간은 눈이 2개뿐이지만, 자동차엔 카메라 8대가 달려있어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라즈 라즈쿠마르 카네기멜런대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카메라는 레이더보다 거리 측정 능력이 떨어지고, 가려져 있는 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컴퓨터 공학 전문가인 케이시 우 MIT 교수는 “열화상 카메라면 몰라도 일반 카메라 센서로는 야간 또는 악천후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레이더는 정밀성이 떨어지고, 왜곡된 데이터(잡신호)도 많이 발생한다”며 “왜곡된 데이터를 분석하다 버벅이기라도 하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차라리 카메라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일 뿐 아니라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박이 많다. 자율 주행 전문가인 스티븐 실러도버 UC버클리 박사는 “레이더 데이터는 저사양 컴퓨터로도 충분히 계산할 수 있어 프로그램 설계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레이더 부품 제조 업체 아브 로보틱스의 람 마하니스 최고경영자(CEO)는 “레이더가 없으면 앞차가 갑자기 감속할 때 대응이 늦어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주행 보조 기능만으로 쓰인다면 몰라도, 운전자 감독이 필요 없는 3단계 이상 자율 주행에선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비용 절감이 주목적이었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라이다를 배제하면서 “라이다는 너무 비싸고 사용하기 어렵다”며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번에 레이더를 제거한 것 역시 “비용 절감이 주목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으론, 테슬라가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는 모빌아이 전략을 따른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아직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더를 삭제한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시 우 교수는 “중복성은 자율 주행 안전의 핵심”이라며 “자율 주행 중엔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는데, 여러 번 안전을 반복 확인하는 것이 나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라즈쿠마르 교수는 “머스크는 카메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공언해 왔고, 그 자존심 때문에 레이더·라이다를 배제하려 한다”며 “결과적으로 덜 안전하며,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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