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쌍용차, 위탁 생산도 고려한다면

2021. 6. 10. 11: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유 브랜드 유지 외에 위탁 생산 모색 필요

 '사무직 및 기술직군 18개월의 무급 휴업'. 쌍용차 노사가 내놓은 자구 계획안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든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회생하려는 쌍용차로선 인력비용 절감을 부활 조건으로 내세운 셈이다. 기술직(생산직) 3,300명의 절반인 1,650명과 사무직 1,400명 가운데 30%인 420명이 무급 휴업 대상이다. 전체로 보면 4,700명 가운데 2,000명이 넘는 대규모다. 물론 명단 작성을 통해 대상이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생활 등의 지속을 위해 돌아가면서 일을 하는 방식이다. 전체 인원은 유지하되 무급 휴업에 따라 실질 임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회생의 지속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정부 지원으로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도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회생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쌍용차의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0년 마힌드라 인수 당시 쌍용차의 연간 판매는 3만5,00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코란도C와 체어맨, 렉스턴W 등을 내놓으며 단숨에 7만4,300대로 늘었고 2013년에는 코란도 투리스모 등의 가세로 연간 8만대 수준을 넘겨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그리고 회사가 조금씩 정상화되자 그해 450명의 무급휴직자도 복직했다. 나아가 2016년 등장한 티볼리는 연간 판매 15만대 달성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며 회사를 9년 만의 흑자로 돌려놓았고 그에 맞춰 회사를 떠났던 인력 200여명도 순차적으로 최종 복직했다. 그러니 현재의 인력 및 생산 규모는 15만대 수준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승세가 꺾인 지난해 성적은 초라하다. 연간 10만대 수준으로 다시 떨어지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티볼리를 겨냥한 경쟁 차종 등장에 직격타를 맞은 게 배경이다. 생산은 크게 줄고 만드는 사람은 15만대 규모에 맞추어져 있으니 당연히 고비용 구조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힌드라 본사도 코로나 봉쇄로 카운터펀치를 맞고 쌍용차 지분 포기를 선언하며 추가 투자를 중단했다. 결국 쌍용차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구안은 생산을 늘리거나 인원 감축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고 쌍용차 노사는 인원 감축 대신 무급 휴가를 동원해 임금 분산을 선택했다. 

 그래서 쌍용차의 회생을 내다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생산 규모를 연간 15만대 이상 늘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산업은행 지원으로 생명이 연장돼도 생산 규모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또다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제품 포트폴리오를 볼 때 15만대 도달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친환경 제품 부족을 지적하지만 현재 준비 중인 코란도 BEV를 내놓아도 친환경차는 보조금 의존 시장이어서 대량 판매로 연결하기 어렵다. 물론 유럽과 미국 등으로 수출을 꾀해볼 수 있지만 미국은 현지 생산 친환경차에만 보조금을 주고 유럽은 BEV보다 PHEV가 많이 판매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쌍용차의 지속 생존이 담보되려면 다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 생산을 타진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에선 쌍용차 독자 브랜드 제품을 개발, 생산하면서도 동시에 위탁 생산 물량을 확보해야 최소 15만대, 나아가 20만대 수준에 도달해 지속 생존이 담보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현재 쌍용차 평택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 가능 설비는 25만대 수준에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쌍용' 브랜드로 홀로서기를 바라는 것보다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회생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오는 중이다.   

 그런데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생산을 원하는 곳은 의외로 많다. 친환경 스타트업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생산을 맡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전통적인 완성차기업의 지역 거점이 부족한 곳도 분명 존재한다.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과 지리자동차가 손잡고 완성차 위탁 생산사업에 뛰어든 것도 전동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하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이들과 비교할 때 쌍용차의 전문 생산능력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된 생산 노하우가 곧 경쟁 우위 요소로 평가될 수 있어서다.  

 물론 위탁 생산을 차지하려는 공장 간 경쟁도 치열하다. 당장 국내만 해도 과거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오토가 위탁 생산에 적극적이다. 생산 설비가 있으니 누군가 요청하면 얼마든지 제품을 만들어줄 수 있지만 생산을 요청하는 기업 의존도가 높아 위험도 크기 마련이다. 반면 쌍용차가 위탁 생산을 한다면 독자 브랜드 제품은 물론 다른 기업 제품도 만들 수 있어 오히려 생산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위기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 비롯돼 생산까지 연결됐지만 판매를 걱정하지 않는 위탁 생산은 공장 가동을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Copyright © 오토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