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이 돌아왔다

김준 선임기자 2021. 5. 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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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3·M4 시승기

[경향신문]

7년 만에 엔진·변속기 새 단장
컴페티션 모델은 ‘제로백 3.9초’
중저음의 배기음에 심장도 두근
시속 100㎞ 코너링에도 안정적
쿨링시스템은 경주용 차량 수준
올 하반기 사륜구동 모델 공개도
보닛 끝에서 범퍼 하단까지 키운
파격적 키드니 그릴엔 ‘호불호’

BMW 고성능 브랜드 M의 아이콘 모델 M3와 M4가 7년 만에 새 단장을 했다. 얼굴을 확 뜯어고치고, 엔진과 변속기도 갈아엎었다. ‘절차탁마’한 결과물은 대단하다. 6세대 M3와 M4 컴페티션 모델은 3.9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고,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코너링을 갖춘 역대 최강의 ‘전사’로 재탄생했다.

■ 경주용차 혈통의 M3, M4

M 차량 중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히는 M3는 1986년 양산 차량으로 경주를 펼치는 ‘그룹 A’에 출전하기 위해 제작됐다. 애초에 경주를 위해 태어난 ‘뼛속까지 레이싱카’인 셈이다. 최고출력 200마력을 내는 2.3ℓ 4기통 엔진으로 시속 100㎞를 6.7초 만에 주파하며 카마니아들을 흥분시켰다. 2세대에 이은 3세대 M3(E46·코드명)는 BMW 마니아들이 가장 재밌는 M3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최고출력 343마력을 내는 직렬 6기통 자연흡기엔진은 엔진 회전수를 8000rpm(일반 차량은 6500rpm 수준)까지 높일 수 있었다.

4·5세대를 거쳐 지난해 말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6세대 M3는 BMW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키드니(콩팥) 그릴 디자인을 변경해 화제가 됐다. 키드니 그릴은 원형 트윈 헤드램프와 함께 BMW의 대표적 상징물이었다. 공기저항을 낮추기 위해 1990년대 초반 원형 헤드램프가 직사각형으로 바뀌었지만 키드니 그릴만큼은 좌우측으로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했을 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런 전통이 이번 6세대에서 깨졌다. 보닛 끝단에서 범퍼 최하단까지 키드니 그릴을 상하 방향으로 크게 키운 것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성형’에 일부 M3 애호가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기자도 너무 과한 ‘화장’이 내심 거슬렸다. 이런 선입견은 그러나 M3의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산산이 깨져버렸다. 그렇다. 외모가 무슨 상관인가. M3의 진가는 겉모습이 아닌, 운전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주행 성능이 아니던가.

■ 얼티밋 드라이빙 머신, M3·M4

신형 M3, M4 테스트는 BMW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이뤄졌다. 차량의 기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원선회 코스를 먼저 찾았다. 노면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젖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오버스티어(조향각보다 많이 꺾이는 현상)나 언더스티어(오버스티어의 반대 현상), 드리프트 현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시승한 M3와 M4 컴페티션은 웬만큼 운전하는 사람은 한두 시간만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드리프트를 마스터할 수 있을 만큼 차량 조작이 쉬웠다. 다른 메이커 경쟁 차량뿐만 아니라 이전 M3, M4보다도 드리프트가 잘됐다.

가속력과 제동력, 핸들링 성능은 드라이빙센터 트랙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직선로와 헤어핀, 급코너가 두루 마련돼 M3의 모든 기량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M3 컴페티션 모델의 ‘심장’은 직렬 6기통 2993㏄로 3ℓ급이지만 6ℓ 자연흡기엔진을 상회하는 510마력, 66.3㎏·m의 토크를 뿜어낸다. ‘크렁’ 하는 경쾌한 사운드가 터지며 단박에 시동이 걸린다. 중저음의 배기음은 지극히 매력적이다. 경량화 설계와 강성 보강, 강력한 터보차저, 공기 흐름을 최적화한 에어 인테이크 시스템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순간 지체 없이 최고출력이 터져 나온다.

기어 중립 상태의 공회전만으로도 이 엔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오른발이 액셀러레이터에 스치기만 해도 찰나에 엔진 회전수가 2000rpm 안팎까지 치솟는다. 가속페달을 누른 뒤 한참 뒤에야 크랭크가 돌아가는 일반 세단과는 천양지차가 느껴진다. 런치컨트롤을 사용하면 제로백(시속 100㎞ 도달 시간)은 3.9초, 시속 200㎞까지는 12.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M3의 가속성능은 실제 달려보면 더욱 경이롭다. BMW 드라이빙센터의 직선로는 650m. 직선로 끝에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곡선로가 연결돼 넉넉하게 200m 앞에서 브레이킹을 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풀액셀을 하는 순간 운전자의 등짝을 시트에 사정없이 매친다. M3와 M4 엔진은 급가속 때 차량 앞부분을 살짝 리프팅시킬 만큼 강한 힘을 내뿜는다.

엔진만 출중한 게 아니다. ZF가 만든 후륜 8단 변속기의 절도 있고 빠른 변속은 부러울 정도다. 화살처럼 빠르게 속도를 붙여주지만 사뭇 부드러운 변속에 놀랐다. 이유가 있다. M3와 M4 컴페디션 모델은 이전에 사용되는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 대신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를 달았다. 일반적으로 토크 컨버터는 DCT에 비해 부드럽지만 변속 속도가 느린데, 이 변속기는 변속조차 빠르다.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트랙의 길지 않은 직선로에서도 시속 200㎞가 쉽게 나왔다. 이 변속기는 기어 셀렉터 레버에 붙은 드라이브 로직 버튼을 통해 세 가지 다른 변속 패턴을 선택할 수도 있어 더 매력적이다.

제동 능력도 M3답다. 시속 200㎞에서 풀 브레이킹을 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시속 100㎞까지 스피드가 떨어진다. 어떤 속도에서도 원하는 지점에 차를 세울 수 있다고 자랑하는 듯하다. 직선로에서 이어지는 곡선 구간에서는 시속 100㎞ 안팎으로 코너링했지만 몸이 거의 쏠리지 않았다. 연속으로 이어진 타이트한 코너도 능청스러울 만큼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돌아준다. M4도 마찬가지다. 트랙을 몇 바퀴 돌아도 코너링이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 M3로는 첫 시도, 사륜구동

이렇듯 트랙을 ‘유린’할 수 있는 비결은 비틀림 강성을 극도로 높힌 M 전용 섀시에서 찾을 수 있겠다. M3와 M4는 앞 서브 프레임에 알루미늄 패널을 보강하고, 뒤 서브 프레임도 이전 모델보다 차체에 견고하게 부착했다. 덕분에 트랙 같은 격렬한 주행 환경에서도 차체를 정확히 제어하는 핸들링이 가능한 것이다.

단단한 차체뿐만 아니라 새로 적용된 카본 버킷 시트도 트랙 주행에 큰 도움을 준다. 시트 앞부분 중앙에는 돌출된 구조물이 있는데, 양다리를 시트에 타이트하게 밀착시켜 준다. 트랙 주행을 위해 헬멧을 착용할 때는 헤드 레스트를 뽑을 수도 있고, 경주차에 많이 사용하는 다점식 안전벨트 장착도 가능하다.

트랙을 수차례 돈 뒤에 쿨링 주행에 들어갔다. 운전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차량도 엔진과 브레이크 열기를 식혀야 할 타이밍이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M3와 M4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제야 달릴 만한데 왜 벌써 쿨링을 하느냐”고 다그치는 것 같았다. 근거 없는 자신감만은 아니다. 두 차량에는 BMW가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노하우와 테크닉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M3와 M4 컴페티션 모델에는 경주용인 GT3 머신에 준하는 냉각 시스템이 적용됐다. 엔진오일 냉각은 경주용에 많이 사용되는 드라이 섬프(펌프)는 아니지만, 분리형 챔버 방식을 적용해 오일이 머무는 공간을 나눴다. 덕분에 급가속과 급코너링 등 차체가 심하게 기울어지는 극한 주행 때도 펌프가 작은 챔버에 있는 오일까지 흡입, 엔진 곳곳을 안정적으로 식혀준다. 변속기 오일 쿨러도 추가 장착돼 한계 상황에서도 적정 온도를 유지해준다.

올 하반기에는 두 차량 모두 사륜구동 모델을 선보인다. 윗급인 M5에는 이미 사륜구동이 적용됐지만 M3, M4는 최초의 시도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국내 도로 환경에 좀 더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사륜구동 모델조차 차체 제어시스템을 해제하면 두 바퀴 후륜구동으로 전환된다. 얼티밋 드라이빙 머신의 역동성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 M3, M4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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