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헛발질.. 태양광 지붕 바가지 논란

박건형 기자 2021. 5. 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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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현실의 아이언맨’이라고 불린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혁신을 이끌었고, 직접 디자인한 로켓과 우주선으로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개척한 그의 모습이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대중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하나씩 현실로 이루는 머스크에 열광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 모두 그의 계획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 시각) “머스크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태양광 지붕이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외부 전력이 필요없는 집을 만들 수 있다며 출시한 테슬라의 ‘솔라루프’가 당초 계획보다 훨씬 비싼 설치 비용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지붕 가격 설명도 없이 올라

머스크는 지난 2016년 사촌들이 운영하던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를 인수한 뒤 미국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세트장에서 솔라루프 계획을 공개했다. 두꺼운 실리콘 패널을 지붕 위에 흉물스럽게 얹어놓는 기존 태양광 지붕 대신, 태양광 패널을 타일 형태로 만들어 멋진 외관을 가진 태양광 지붕을 보급하겠다는 것이었다. 테슬라는 2017년 5월부터 태양광 지붕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예치금 1000달러를 내면 제품이 출시된 시점에 순차적으로 설치해주는 방식이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와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 등으로 혁신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테슬라가 태양광 지붕을 만든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고, 예약도 폭주했다. 하지만 태양광 타일 개발과 양산에 애를 먹으며 계획은 계속 연기됐고, 올해 초에야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NYT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솔라루프 구매자들의 사례를 통해 출시 이후 가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건주 고객의 경우 당초 7만5000달러가 든다는 견적서를 받았지만, 이후 11만2000달러가 필요하다는 수정 견적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고객의 경우에는 6만3000달러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불과 2주만에 8만5000달러로 견적이 인상됐다. 특히 이들은 가격 상승의 이유를 알기 위해 테슬라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머스크의 호언이 빗나간 것은 설치 시기나 비용 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당초 “각 가정에 맞게 아스팔트나 슬레이트, 타일 형태 등 어떤 형태로도 태양광 지붕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아스팔트와 비슷한 형태의 한가지 버전만 개발한 상태이다. 지난 26일 테슬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머스크는 “우리가 지붕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평가하면서 몇가지 중요한 실수를 했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NYT는 “10년전보다 태양광 지붕 설치 비율이 13배나 늘었는데, 테슬라는 시장점유율을 계속 잃고 있다”면서 “머스크가 솔라시티를 인수했을 당시 솔라시티는 태양광 지붕 시장 1위 기업이었는데, 현재는 1위인 선런에 한참 뒤진 2위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태양광 기술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테슬라의 태양광 지붕이 경쟁 업체들의 제품에 비해 디자인은 뛰어나지만,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효율은 20~30% 가량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는 ‘스페이스 X’와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 기업을 설립하는 대신, 도전정신과 열정을 가진 기업과 젊은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초고속 열차 계획도 잇따라 무산

머스크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을 보급해 지구 환경 오염을 늦추고, 언젠가 화성으로 이주해 거주지를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겨왔다. 테슬라의 전기차와 스페이스X의 우주 개발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의 달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착륙선 개발 업체로 선정됐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3년 내에 달을 보내고, 화성에 기지를 건설해 문명을 세워야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머스크가 공개한 프로젝트 중에는 축소되거나 사실상 폐기되는 사업도 많다. 머스크는 지하 터널 굴착 회사인 보어링컴퍼니를 세워 미국 전역을 고속으로 이동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당초 머스크가 내세웠던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썰매 위에 자동차를 실어 나르려던 계획은 이미 접었고, 현재는 자동차에 보조바퀴를 달아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형태로 축소됐다. 시속 1000km로 이동하는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 개발도 좀처럼 진전이 없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최근 회사 홈페이지에서 워싱턴DC와 볼티모어를 하이퍼루프로 연결하는 계획을 삭제했다”면서 “LA를 비롯한 다른 지역 프로젝트도 지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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