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필요없다..벤츠 BMW가 500만원, 진짜 사도 문제없나
엔카 케이카에 5000대 이상 매물로
'비지떡' 예방, 예상 수리비 따져야
현재 수입차 대중화 리더로 자리 잡은 브랜드는 폭스바겐으로, 지난해 12월 3000만원대 중형세단 파사트 GT를 내놨다. 올 1월에는 2000만원대 소형세단 제타, 3000만원대 소형 SUV 티록을 잇달아 선보였다. 국산차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수입차 가격 파괴'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수입차는 여전히 고급차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같은 급인 국산차보다 돈을 더 줘야 살 수 있다. 또 대중적인 수입차종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이 내놓은 프리미엄 수입차종이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수입차 증가세는 5000만원 이상 프리미엄 차종이 주도하고 있다. 수입차협회가 집계한 2015~2020년 가격별 등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3000만원 미만 수입차는 2015년 3.16%에서 지난해 2.16%로 줄었다. 3000만원대 수입차 점유율은 2017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8.54%에 그쳐 5년 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4000만원대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 15.24%에서 지난해 16.43%로 소폭 증가했다. 5000만~7000만원 수입차는 2015년 31.14%에서 지난해 32.74%로 비슷한 점유율을 나타냈다. 7000만~1억원은 2015년 15.78%에서 지난해 24.41%로 높아졌다.
1억~1억5000만원대 수입차 점유율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5.62%에서 지난해에는 11.77%로 늘었다.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는 점유율이 2019년까지 3% 중반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4%에 육박한 3.94%를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1만817대로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카푸어로 전락하지 않아도 프리미엄 수입차를 소유할 방법이 있다. 답은 중고차다. 단, 수입차 브랜드가 직접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는 비싸다. 인증 중고차는 신차보다는 저렴한 데다 품질이 우수하고 신차 수준의 보증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고된 지 6년 이내 무사고 차량(생활 흠집, 범퍼·도어 단순 교체 포함)이나 단순 수리 차량 위주로 판매하고 주로 출고 3년 이내 차량이 많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됐다.
인증 중고차보다는 연식이 오래됐지만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 국산 경차보다 저렴한 1000만원 미만에 프리미엄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수입차도 있다. 손품·발품을 판다면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수입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다.
프리미엄 수입차종도 다양하고 많다. BMW 204대, 아우디 193대, 벤츠 191대, 렉서스 64대, 재규어 33대, 링컨 25대, 랜드로버 10대 등이다.
수입차 판매 1위인 벤츠 E클래스는 8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벤츠 E300 엘레강스 2010년식은 신차 가격이 6970만원에 달했지만 중고차 가격은 842만원에 불과하다. 벤츠 E클래스와 1위 자리를 다투는 BMW 5시리즈는 500만원대 중고차도 있다. 신차 시장에서 6890만원에 판매됐던 BMW 528i 2009년식은 543만원에 나왔다. 벤츠 C220 CDI 블루이피션시 2011년식은 신차 가격이 5370만원, 중고차 가격이 807만원이다. 벤츠 C200K 2009년식은 500만원에 나왔다. 4820만원에 출시됐던 BMW 320d 2011년식은 681만원이면 살 수 있다.
20대가 선호하는 폭스바겐 골프와 티구안은 2012년식을 1000만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다. 골프 2.0 TDI 2012년식은 신차 값(3310만원)의 5분의 1 수준인 687만원이다.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 2012년식은 958만원이다. 역시 신차 가격(4480만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렉서스 ES350 프리미엄 2011년식은 신차 가격(5550만원) 6분의 1 수준인 91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주행거리는 12만2056㎞로 연식에 비해 짧다.
희귀 차종으로 대접받는 아날로그 감성 스포츠카 미쯔비시 이클립스 GS 2009년식은 신차 가격이 4000만원 정도였지만 중고차로는 910만원에 살 수 있다. 주행거리도 7만5087㎞에 불과하다.
신차 가격이 3540만원에 달했던 폭스바겐 제타 2.0 TDI 2013년식은 720만원이면 소유할 수 있다. 주행거리는 11만1176㎞다. 출고된 지 9년이 넘었지만 주행거리는 5~6년 평균에 해당하는 11만1176㎞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수리·점검해주기도 하지만 비용이 국산차보다 비싼 편이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일부 악덕 중고차·정비업체는 폐차 직전인 수입차를 가져와 겉만 그럴듯하게 수리한 뒤 중고차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이런 차를 구입했다가는 주차장에 고이 모셔둬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주행거리 10만㎞가 넘는 중고차는 대체로 모든 부품이 수리 대상이다. 오일류(미션오일, 브레이크액, 파워스티어링 오일 등), 타이밍벨트, 스파크 플러그, 배선, 코일, 배터리와 같이 차량 운행에 필수적인 부품을 교환·교체할 시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수입차는 수리비도 비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82만원이다. 국산차(114만원)보다 2.5배 많이 든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부품비는 3.8배, 공임비는 2배, 도장비는 2배 정도 비싸다.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자동차 사고이력(카히스토리)도 살펴봐야 한다. 보험사고 이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개발원 차량 모델 등급 평가로 유지비가 얼마나 들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차량 등급은 자동차보험료 산정 기준이 된다. 사고가 났을 때 차가 얼마나 부서지는지, 수리비는 얼마나 드는지 등을 따져 등급을 매겨 1등급부터 26등급으로 구분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낮아지고 낮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이를 통해 보험료는 물론 수리비가 얼마나 들지도 알 수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차 평균은 8등급이다.
출고된 지 오래된 차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지만 같은 차종이나 비슷한 차종, 해당 브랜드의 평균 등급이 낮다면 수리비는 물론 보험료도 비싸질 가능성이 있다. 차량 등급은 보험개발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경이 엔카닷컴 거래인프라·서비스개발팀장은 "소모품이나 부품 비용이 비싼 중고차를 사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며 "사려는 수입 중고차의 부품 관리 상태를 확인해보고 애프터마켓에 부품이 많이 풀린 차종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도 따져봐야 한다. 1년 평균 1만5000~2만㎞를 기준으로 삼는다. 10년 된 중고차가 15만㎞ 정도 주행했다면 '적당히 잘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짧다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주행거리계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채 주차됐거나 짧은 거리 위주로 운행했다면 부품 교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수리비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민구 케이카 프라이싱센터 차장은 "저렴한 수입차를 구매하려면 예상 수리비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수리비, 애프터서비스 센터 접근성을 고려하면 BMW, 폭스바겐 등 인지도 있는 독일 브랜드를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 차장은 아울러 "품질을 보증해주거나 환불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업형 중고차 업체에서 구입하면 싼값이나 헐값을 내세워 소비자를 속이는 사기를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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