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선 르노삼성·쌍용차, 노조도 변화 움직임

손의연 입력 2021. 4. 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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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위기 상황서 "회사 살아야 노동자 산다"
르노삼성 소수노조 "회사 없어지면 하소연도 못해"
쌍용차 노조 "11년 무쟁의했다..회생절차에 적극 협조"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심각한 실적난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노조가 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에선 소수노조가 강성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쌍용차에선 노조가 회생절차 개시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조기정상화 민·관·정 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르노삼성 소수노조 “교섭대표 노조, 고용 흔드는 파업” 비판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하지 못했다.

르노삼성은 노사갈등에 판매부진까지 겹쳐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과 달리 르노삼성은 ‘판매 부진’ 때문에 생산량을 조절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섭대표 노조와 사측은 지난 15일 임단협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지난 21일 조합원에게 8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하라는 지침까지 전달했다.

이에 대해 소수노조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적극적으로 교섭대표 노조를 비판했다. 새미래 르노삼성차 노조는 “협상보다 파업을 일삼는 교섭대표노조의 무능력한 정책과 협상력의 결과로 회사와 노조의 미래마저 존폐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현재의 파업은 고용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의 고용을 흔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파업 참여율이 낮은 것을 근거로 교섭대표 노조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했다. 21일 파업 참여율은 약 28%에 그쳤으며 이는 노조가 지난 2월 진행한 쟁의행위 찬성률인 57.5%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새미래 노조는 “교섭대표 노조가 8시간 전면 파업을 실시했으나 파업 참석율은 30%에 미치지 못했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조합원 동지들께서 알고 계실 것”이라며 “회사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불만은 르노삼성 직원이라면 모두가 똑같을 것이나 이런 불만도 회사라는 실체가 없어지면 하소연 할 데도 없다”고 밝혔다.

새미래 노조는 일단 회사를 살리자는 입장을 강조하며 교섭대표 노조와 대치점이 섰다.

르노삼성이 긴 시기 경영 위기를 겪고 있고 올해 XM3의 유럽 수출에 생존이 달린 상황에서 현재의 파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회사가 있어야 우리가 설 자리가 있다는 말은 참으로 듣기 싫지만 우선 회사를 살려 놓고 나중에 다시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한다”며 “파업을 일삼는 교섭대표 노조의 무능력한 정책과 협상력의 결과로 유일한 먹거리인 아르카나(XM3)의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라 더욱 안타깝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11년 무쟁의…쌍용차 노사는 우호 관계” 노사협력 의지 공고

쌍용자동차(003620)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결국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외부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와 평택시, 시민단체들이 쌍용차를 돕기 위해 나선 상태에서 쌍용차의 부활에 대한 좋은 여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쌍용차 노사는 ‘강성’이라는 노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2009년 이후 무쟁의를 이어왔다며 노조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노조는 “이번 회생절차 돌입은 한국적, 투쟁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우선 밝힌다”며 “2009년 회생절차 당시 총파업투쟁을 연상하는 국민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지난 2009년 9월 조합원 총회를 통해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전환, 지난 2020년까지 11년 무쟁의를 통해 사회적 약속을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쌍용차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조기정상화 민·관·정 협력회의’에 참석한 이들도 쌍용차 노사가 우호적 관계라고 강조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시갑)은 “쌍용차 노사는 2009년 이후 어떤 회사보다도 우호 관계를 유지해오며 최근 몇년간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해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쌍용차 노사는 지난 2019년 8600만원 수준의 1인 평균 급여액을 지난해 6600만원 정도로 낮추는 자구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해왔다.

노조도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대주주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데 투자를 방치하고 신차 개발을 늦춰 쌍용차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경영진의 무능한 경영과 잘못된 경영 습관이 경영위기를 가져왔는데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희생해선 안 된다”며 다소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하지만 “쌍용차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로 가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노조는 회생절차가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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