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게섰거라"..현대차도 고성능 전기스포츠카 만든다

서진우 2021. 3.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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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 단독 인터뷰
전기모터 늘려 출력 극대화
브레이크 강화도 핵심 기술
전기 다음은 고성능 수소차
국내 3사와 배터리 협업 순조
차세대 배터리 자체개발 병행
올해 전국 20곳 충전소 설치
12종 이상 전기차 4년내 출시
"6년 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을 당시 제 임무는 고성능 차량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여기서 성과를 내 고성능 차량 분야 '열혈 소비자 팬'을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이젠 더 큰 도전에 나설 때죠."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사장·64)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BMW에서 오랜 기간 스포츠카 등 고성능 차량 연구에 매진해 온 그는 2015년 현대차에 합류한 뒤 2018년 현대차 사상 첫 외국인 사장이 됐고, 그해 말 연구개발본부장 직위에 올랐다. N라인 등 현대차 고성능 모델뿐만 아니라 전기차, 수소전기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현대차·기아의 미래형 차량 분야에는 어김없이 그의 손길이 닿았다. 입사 6년이 지난 지금 비어만 사장은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어만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전기차에도 고출력 모델을 내놓기 위한 로드맵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현대 N모델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중에서도 일상적인 스포츠카처럼 감성적 코너워크로 레이스 트랙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차량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비어만 사장 부임 후 내연기관차의 엔진 회전 수(토크)와 출력(마력)을 끌어올린 '벨로스터 N' 'i30 N' '쏘나타 N라인' 등 고성능 차량을 잇달아 대중화시켰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전기모터를 최대 4개까지 장착하고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충전 속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토대로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고속으로 달리다가도 순식간에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브레이크 성능을 강화하는 것 역시 제동력과 가속력을 동시에 끌어올린 전기 스포츠카의 핵심 요소다.

비어만 사장은 "자사 전기차 플랫폼인 E-GMP는 고출력 기술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데다 확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기 스포츠카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전기차뿐 아니라 향후 수소전기차에서도 고성능 모델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협업에 대해서도 배터리 등 관련 업계는 연구개발 분야 수장인 비어만 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용 배터리 3차 수주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비어만 사장은 "전동화 시장 대응을 위해 한 가지 사양의 배터리만으로 전기차 성능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킬 순 없다"며 "기술 개발 다원화라는 기본 원칙 아래 성능이 우수하고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만한 배터리 도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향후 현대차 스스로 개발할지도 관심거리다. 비어만 사장은 "배터리 분야에선 국내 3사(삼성SDI·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와 긴밀한 협력을 논의 중이어서 배터리 독자 생산의 필요성을 아직 못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고체 전해질로 에너지 밀도를 높인 2차전지)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 중이고, 이미 높은 수준의 기술 역량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연구를 통해서도 고성능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를 합리적 가격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어만 사장은 아이오닉5 출시를 앞두고 올해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그는 "올해 2월을 기준으로 전국에 급속충전기 8500대와 완속충전기 4만1000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 숫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도 올해 전국 20곳에 초급속충전기 120기를 마련하고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 바꾸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형 전기차 출시와 충전시설 확충을 함께 추진해 지난해 7% 남짓인 전기차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릴 각오다. 비어만 사장은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새 전기차를 출시하고 2030년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본격 양산해 2040년 전동화 차량 세계 시장 점유율을 최고 10%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부문에서 운전대에 손을 댈 필요가 없는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차량을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비어만 사장은 "올해 차량 통합 제어기에 표준화된 무선통신 시스템을 적용해 내년 레벨3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것"이라며 "그에 앞서 올 하반기엔 자율주행 기반으로 운영되는 로보택시와 로보셔틀, 로보트럭 같은 시범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에서 일한 지난 6년간 아쉬웠던 점도 드러냈다. 그는 "기존 '패스트 폴로어'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졌지만 현대차 구성원들이 이를 대비한 연구 활동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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